공이 뭡니까? 연기입니다.
연기가 뭡니까? 공입니다. 또는 인연생, 인연멸입니다.
공이 뭡니까? 무위자연입니다.
위와 같은 정도의 답변은 체험이 없이 지식을 짜깁기 하여 생각으로도(알음알이로도) 답할 수 있습니다.
사실상 동어반복입니다. 추상적인 답변입니다.
왜 반야심경에서 색즉시공, 공즉시색이라고 했을까요?
반야심경은 공을 생생히 체험한 사람이 쓴 내용입니다.
체험없이 생각만으로 짜깁기 하여 공을 답하는 사람은
아래와 같은 답변을 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공이 뭡니까? 텅빈 충만, 무심, 대상이 없는 바라봄의 상태, 있는 이대로, 존재의 가장 자연스런 상태(삼라만상과 분리된 초월적인 존재가 따로 있다는 뜻이 아님, 전체로 존재한다는 뜻에 가까움), 생각없이(판단없이) 존재함, 생각(아상은 생각덩어리임)과 무관한 자리에 계합되어 있는 상태, 의식이 스스로 의식되는 상태입니다.
공에 대한 체험이 있는 사람은 어설프더라도 나름대로 자신의 상황을 설명할 수 있게 됩니다.
실제로 공을 체험하고 있으면, 그리고 그 자리에 머물면 자연스럽게 점수가 됩니다.
그러나 생각으로 공을 이해한 사람은 그렇게 되지가 않고(어느 정도 도움은 되겠지만), 그 이해가 힘이 없습니다.
'현실'은 정신적으로 고통을 주지 않습니다. '현실에 대한 해석'이 우리에게 정신적으로 고통을 줍니다.
공을 생각으로 이해한 사람은, 생각 속에서 살기 때문에, 자신도 모르게 현실에 대한 해석(생각, 분별)을 하게 됩니다.
즉, 정신적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그래서 공에 대한 체험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