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9

22-04-21 원정 71

정상/원정


등산을 하기로 결심했다.


등산화를 동여매고 힘차게 걸어 올라갔다.

땀은 비 오듯 하였고 다리는 아파왔다.

잠시 바위에 앉아 야생화를 둘러보기도 하였다.

그리고 다시 마음을 다잡고 묵묵히 올라갔다.


마침내 정상에 올랐다.

운무는 가득하였으나 그 희열은 가슴 벅차 올랐다.

한 참을 그렇게 희열에 빠져 있었다.


일순간 바람이 불고 산에 가득하였던 운무는 한 순간에 걷혔다.

아!!!

바로 앞에 더 높은 봉우리가 나타났다.


여기서 만족을 할까,

아니면 더 높은 봉우리를 올라갈까.

더 높은 봉우리는 힘으로 올라가는 봉우리가 아니라 힘을 빼야만 올라갈 수 있는 봉우리다.

  • 22-04-21 여원
    우리의 몸과 이 세상 모든 것은 원자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근데 이 원자와 그 보다 더 작은 분자들은 인간이 살 수 있는 상온에서는 너무나도 뜨거워서 각 입자들이 미친 듯이 움직이고, 서로 다른 상태에 분포되어 가만히 있지를 못합니다.

    이 세상을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원자와 분자 그보다 더 작은 세계인 양자적 수준의 연구가 필요한데 바로 그들의 이러한 특성들 때문에 무언가를 측정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워서 절망을 안겨줍니다.
    그런데 방법이 있다 합니다. 최근에 실험에 성공했다고 합니다.
    일반적인 온도에서는 도무지 컨트롤하기 어려운 이놈들이 절대온도 0도(백만분의 1, 마이크로 캘빈)가까운데 근접하다 보면 이상해진다고 합니다. 움직임은 느려지고 쉽게 컨트롤해달라는 듯이 정렬이 되기 시작합니다. 측정가능한 상태가 되어 주는 것이죠.

    아마도 우리가 힘을 빼는 것이 이러한 절대온도를 필요로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 22-04-25 원정
    감옥 속에서 치장을 한들 감옥 속에 있는 것이지요.
    생각 속에서 깨달음을 얻은 들 생각 속의 깨달음이지요.

    이 자리는 아무 것도 없어요.
    오직 살아있음....
    생명.
    그 것이 나의 관심을 끌어당기는 듯도 싶습니다.
    마치 주사기가 물을 빨아당기듯이.
    그래서 저절로 생각이 잘 붙지 않는 것도 같습니다.
  • 22-04-25 원정
    이 자리는 명상이 저절로 되고 있는 상태에요.
    의도적으로 노력할 필요가 전혀 없어요.
  • 22-04-25 여원
    내 살아있음은
    성냥불이 잠시 번뜩이는 것
    내 살아있는 시간은
    성냥불이 따뜻했던 순간
    내 사라짐은
    성냥개비가 다 타버린 것
  • 22-04-25 원정
    제가 살아있다는 말은 ....
    굳이 말로 표현하면 영원성이에요.
    단 일 순간도 사라짐이 없어요.
    제가 말하는 그 자리는(그 것은, 생명) 생각으로는 절대로 알아차릴 수 없어요.
    절대로......
    그 자리는 생각이 쉬어지면 저절로 드러나는 자리에요.
    화두나 선은 생각을 쉬게 만들지요.
    혹여 여원님이 생각으로 체험하고 있는 자리가 있다면 그 자리는 제가 말하는 자리가 아니에요.
    생각으로 체험하신다면, 여원님은 저와 다른 자리를 경험하고 있는 것입니다.

    물론 한 번 그 것이 자리가 잡히면,
    그 이후에는 생각이 있든 없든 관계가 없이 항상 존재해요.
    생각으로 그 자리를 체험하는 것은 아니지만....
  • 22-04-25 여원
    자리가 잡혀 항상 존재하는 게 있다면 그것이 바로
    생각이 고정되는 것입니다.
  • 22-04-25 여원
    그 자리는
    자성이 없는 자리이기에
    오는 것 막지 않고
    가는 것 잡지 않지 않습니다.
    아니
    오는 것 막을 수 없고
    가는 것 잡을 수 없습니다.

    물처럼
    바람처럼
  • 22-05-02 여원
    혹여 여원님이 생각으로 체험하고 있는 자리가 있다면 그 자리는 제가 말하는 자리가 아니에요.
    생각으로 체험하신다면, 여원님은 저와 다른 자리를 경험하고 있는 것입니다.
    ……………………………………………………
    머무는 자리가 곧 생각의 자리라고 생각합니다. 찰나도 머물 수 없는 것이 진리인데 어디 딱히 머물 자리도 없을 것이지만 머문 기억도 없습니다. 나에게서 생각이 머물렀다면, 오해가 머물렀다면, 고통이 머물렀다면 그건 머물렀다고 말할 수 있는 게 아닐 것입니다. 그 속을 들여다보면 찰나의 순간 생성과 소멸을 거듭하고 있었겠죠. 생성하는 순간 소멸이며 소멸하는 순간 생성이니까요.
    전 체험하고 있는 그 자리가 없어요.
  • 22-05-02 원정
    그렇게 말할 수도 있겠네요.

    여하튼 저로서는 그 자리를 체험하기 전까지는 수행(?)이 필요했고
    지금은 저절로 되는 면이 있습니다.

    그리고 갈 길이 남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