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신비-병아리를 부화시키며0

17-04-05 원정 1,090
며칠 전부터 부화기에 새 생명이 태어났습니다.
삐약삐약....하루 종일 정말로 요란합니다.병아리들이 태어났습니다.
라면 박스로 집을 만들어 그 곳에 부화한 병아리들을 옮겼습니다.
솜털이 가득한 병아리들이 그렇게 귀여울 수가 없습니다.  

보정이가 부화기를 사달라고 노래를 부른지가 몇 개월 되었습니다.
병아리를 부화시키겠다고....
병아리를 한 번 부화시키면 더 이상 처다 보지도 않을 것 같은데, 한 번 쓰고 버리자니 부화기 값이 너무 비싸게 느껴졌습니다.
다행이 막내 동생네에 부화기가 있었습니다.그 부화기를 빌리고, 서산 어머님 댁에서 유정란 23개를 가져와 부화시켰습니다.
매일 3-5번씩 알을 굴렸습니다. 알을 굴렸을 때 표시가 나도록 미리 알에 표시를 해두었습니다.
설명서에는 동그라미로 표시하라고 했는데, 보정이가 즐겁게 알을 굴리도록 하기 위하여 알 한가운데에  ‘보정’이라고 표시해 두었습니다.
온도를 39도로 유지시키고, 습도를 유지하기 위하여 부화기 안에 물을 채워 넣고... 보통 정성이 필요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보정이와 보정엄마는 가끔 알을 굴리고 그러다 보니 주로 알을 굴리는 것은 제 당번이 되었습니다.
새 생명을 탄생시키는 것이 만만한 일은 아니지요. 어미 닭 대신 제가 어미역할을 해야 했으니까요.

설명서에는 7일 정도 지나면 어둠속에서 유정란을 보면 빨간 핏줄이 보인다고 하는데, 7일이 지나도 핏줄이 보이지가 않았습니다.
알이 푸른빛을 뛰는 청계란이어서 그런지도 모릅니다.
만 3주가 될 때까지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었습니다. 빨간 핏줄이 보이지 않아서...
혹시 한 마리도 부화를 시키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병아리들이 부화하기 2일을 남기고 2도를 낮추어 37도를 유지하였습니다.

만 3주가 되자 한두 마리씩 부화를 하기 시작하는데, 3일 동안 23개 중 18개가 부화하였습니다.
가족들 모두 환호를 하였습니다.
완전히 축제분위기였습니다.
보정이는 병아리가 부화하자마자 자기 얼굴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합니다.
그래야 자기를 엄마로 인식하고 졸졸졸 따라다닌다나요.
과학만화를 자주 본 후유증인가 봅니다.
걱정 끝에 그렇게 부화를 하니 병아리들이 그렇게 고맙고 반가울 데가 없습니다.

처음에 부화를 하면 병아리들이 몸이 마를 때까지 잘 움직이지를 않았습니다.
몸이 마른 병아리들을 보면 솜털이 보송보송하고 그렇게 귀여울 수가 없습니다.
생명의 신비는 참으로 놀랍습니다.
오늘 아침에도 빈 아파트에 난방을 하였습니다.
병아리들이 37도의 높은 온도에서 지냈는데 갑작스럽게 온도가 낮은 곳에 있으면 감기에 들릴 것 같아서 난방을 하였습니다.
병아리 집도 안방에 두었구요. 완전히 칙사 대접입니다.
 
어렸을 때 어머니께서 암탉에게 유정란을 품게 하여 병아리를 부화시키는 것을 본 적이 있었는데... 병에 걸려서 1마리만 남고 모두 죽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래서 조심스럽습니다.
더욱이 부화한 18마리 중 4마리가 장애를 가진 병아리들입니다.
너무나 귀여운데 모두 한 쪽 다리가 기형입니다.
제수씨와 동생은 기형으로 태어난 병아리들은 오래 살기 힘들다고 합니다.
그렇게 귀여운 병아리들이 기형으로 인하여 생명이 위험하다 하니 너무 가슴이 아픕니다.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듭니다. 병아리가 기형인데도 이렇게 제 가슴이 미어지는데 장애아를 둔 부모의 가슴은 얼마나 미어질까요.
보정이는 기형의 병아리들이 너무 불쌍하다면서 고쳐줄 수 없느냐고 합니다.    

병아리들의 부화로 우리 가족은 너무도 행복합니다.
그리고 기형의 병아리들을 생각하면 너무나 가슴이 아픕니다.
그들이 살아있는 동안 편안하게 놀 수 있도록 해줄 예정입니다.
사람이든 닭이든 생명의 탄생은 참으로 놀랍습니다.
이 기회를 통하여 보정이가 생명의 소중함을 알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다른 생명들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도 퇴근하면 병아리들이 합창을 하겠지요.
삐약 삐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