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와 산타클로스2

16-12-28 원정 1,145
크리스마스!크리스마스를 떠올리면 나에건 어떤 죄책감이 떠오른다.
아주 어린 시절 누군가의 손에 이끌려 크리스마스 날에 교회를 갔다가 조그만 선물을 받은 적이 있었다.
그 때 나는 앞으로 교회를 나오겠노라고 목사님께 약속했지만, 나는 그 이후에 그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지금은 흐려진 기억이지만, 꽤 오랫동안 그 죄책감이 존재했었던 것 같다.

그리고 군에 입대하신 외삼촌이 보내주신 크리스마스 카드가 떠오른다.

죄책감이 흐려진 이후에 크리스마스는 내겐 즐거운 휴일이다.

결혼하여 아이가 생긴 후 크리스마스는 내게 또 하나의 도전이다.
아빠로서 크리스마스 선물을 준비해야 함은 물론이고, 아이 몰래 산타크로스 할아버지의 선물도 함께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올해 아이가 9살(만 8살)인데 에피소드가 좀 있었다.
12월 24일 토요일 아침 외출하려는 나에게 아내는 “들어올 때 차 트렁크에 보정이 크리스마스 선물로 산 책을 가져 와요. 보정이 몰래요.”라고 말했다.
귀가 길에 나는 태권도 학원에서 나온 애를 만나 차에 태웠다.
그런데 아내는 오는 길에 고기를 사오라고 하였다.
나는 차를 도로 가장자리에 주차시키고 애에게 “너는 차에 타고 있어.”라고 말했다.
고기를 사서 돌아와 차 트렁크를 열어보니 아이가 날 깜짝 놀라게 하려고 트렁크 속에 숨어 있었다.
“아버지, 여기 책(만화책)들이 있네요.”
나는 아차 싶었다. 내 딴에는 순간적인 기지를 발휘하였다.
“응 그 책은 네 크리스마스 선물이야. 산타할아버지가 바쁘다고 하시면서 산타할아버지를 대신하여 네게 전해 달라고 아빠에게 부탁하셨어.”
“거짓말, 말도 안 돼. 산타할아버지가 왜 아버지에게 그런 부탁을 하시겠어.”
“아니야, 왜 아빠가 거짓말을 하겠어.”
난 그렇게 위기를 잘 돌파하였다고 생각하였다.
12월 25일 일요일 크리스마스에 아침에 애가 “어머니 산타 할어버지 안 다녀가셨나? 선물이 없네.”라고 말하였다.
내가 “어제 산타할아버지가 네게 전하라고 부탁하신 선물 아빠가 전해 주었잖아.”라고 대답하자,
애는 “거짓말(산타할아버지가 내게 그렇게 부탁하였을 리 없다는 표정으로)”이라고 말하였지만 내 말이 거짓인지 아닌지 자신은 없는 말투였다.
나는 아이 입에서 산타크로스 할아버지 이야기가 나오지 않도록 나는 애를 데리고 드론 연습장에도 다녀왔고, 인터넷으로 3만 원 정도 하는 드론도 구매하였다.
그렇게 무사히 크리스마스가 지나갔다.
12월 26일 월요일 퇴근을 하는데 아내가 전화를 하였다.
“올 때 책 한 권만 사와요. 애가 학교에 갔다 와서 제 방은 물론이고 현관 신발장 모두를 샅샅이 뒤졌어요. 학교에서 친구들이 잘 찾아보라고 이야기 했나 봐요. 애가 상심해 하기에 보정이에게 ‘네가 엄마 아빠 말을 잘 듣지 않으니까 산타할아버지가 선물을 주지 않은 것이지’라고 말했어요.”
“아니, 그렇게 말하면 어떻게 해. 내가 말했잖아. 산타크로스 할아버지 선물을 내가 대신 전달해 주었다고. 그렇게 일관되게 계속 말했어야지. 그럼 내 말이 거짓말이 되잖아. 그리고 어차피 보정이도 조만간 산타의 진실을 알게 될 텐데. 안 살래.”
나는 처와 옥신각신 하다가 만화책 한 권을 다시 사서 귀가 하였다.
메모지에 “보정, 아빠에게 전해 준 책 선물 잘 받았니? 새해는 숙제도, 손 씻기도 미루지 말고 곧바로 해라. 빼놓은 선물 있어서 한 권 더 선물 준다. 약속 꼭 지켜라. 산타.”라고 급히 써서 애 몰래 침대 구석에 놓아두었다.
얼마 후 자기 방에 들어간 아이는 세상을 다 얻은 듯 함성을 지르면서 나왔다. “아버지 말이 사실이었어요. 산타 할아버지가 메모를 남겼어요. 책 선물과 함께.”
아이는 그 책을 읽고 잠을 잤다. 앞으로 엄마 아빠 말을 잘 듣겠다면서.....
12월 27일 화요일 아침...
아이는 여전히 아침에 빨리 일어나지 못하고, 밥 먹기도 양치질도 보채야 그 때서 한다.

세월이 흐른 후 아이는 크리스마스에 대하여 어떤 추억이 떠오를까???
  • 17-01-02 google-김춘봉

    보정이가 벌써 아홉 살이라니 …

    세월 참 빠르기도 합니다.

    저는 요즈음 손자, 손녀들과 어울리면서 재미있는 시간 보내고 있습니다.

    새해를 맞이하여, 가내 두루 평안하시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 17-01-02 원정
    예 감사합니다.
    선생님 가정에도 평화와 축복이 가득하시길 빕니다.

    보정이가 요즘 사춘기인가봐요.
    말을 듣지 않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