탯줄
나는 우리나라 나이로 이제 51살이다.
내가 이렇게 말하고도 실감나지 않는 나이다.
마음으로는 아직 삼십대 후반인데....
어머니,
작년 여름에 전신 마취 후 요추 추간판탈출증으로 허리 수술을 하였다.
작년 12월에는 하반신 마취 후 무릎 인공관절 수술을 하셨다.
그런데 인공관절 수술 후 문제가 생기셨다.
계속하여 설사를 하고 비위가 상하신다면서 음식을 드시지 못하였다.
고열이 나기도 하였다. 처음에는 수술 후 복용하시는 약의 부작용이라고 생각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계속하여 이 병원 저 병원 다녔지만 그 원인을 찾지 못하였다.
그러다가 올해 2월 경 어머니가 평소에 자주 다니시던 내과 의사분이 초음파 검사결과를 CD에 담아주면서 어머님의 담낭(쓸개)에 문제가 생겼다면서 급히 큰 병원으로 가서 MRI를 찍어보라고 권유하셨다.
소견서도 발급해 주셨는데, 병명이 담낭암(의증)이었다.
인터넷을 통하여 담낭암을 검색해보니 가슴이 무너져 내렸다.
담낭암은 전이가 매우 잘되어 췌장암과 함께 예후가 지극히 나쁜 암이었다.
그날 밤 나는 한 숨도 잠을 자지 못했다.
이제 자식들에게 효도를 받을 만 한 상황이 되었고, 손자 손녀와도 애틋한 정을 쌓을 시절인데... 자식들 때문에 한 평생 고생만 하셨는데, 이제 암이라니.....
깨달음, 도, 부처, 명상, 마음..... 이런 것들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였다.
당신의 빈 자리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눈물이 흘러내렸다.
내가 고민을 한다고 상황이 바뀌는 것도 없는데 마음은 지옥을 헤매었다.
암일 경우, 아닐 경우 어떻게 대처를 할 것인가 각 대처방법을 생각해 보았다.
다음날 삼성서울병원에서 여러 가지 검사를 해보니 소화기내과 의사는 어머니의 증상의 담낭암이 아닌 담낭염일 가능성이 많다는 것이었다. 담낭 안에 담석이 존재하여 담낭에 상처가 난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천국이 도래하였다.
그 의사가 부처요, 신이었다.
다만, 암일 가능성이 완전히 배제된 것은 아니라면서 담낭염증과 관련한 처방을 해줄 테니 한 달 후에 다시 정밀검사를 해보자고 하였다.
한 달 후에 편한 마음으로 어머니는 삼성서울병원에 외래방문 하였는데.....
초음파 검사결과를 본 소화기내과 의사는 얼굴이 굳었다.
한 달 전 초음파 사진과 당일 촬영한 초음파 사진을 비교하여 보여주면서 설명해 주었다.
“한 달 전에는 이랬는데..... 이번에 촬영한 사진을 보면 뭔가 자란 것 같은 모양입니다. 이게 슬러지일수도 있고, 혹일 수도 있습니다. 어떤 것이든지 수술로 제거하는 것이 좋아 보입니다.”
“혹시 악성종양일 가능성도 있나요”
“예, 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오후에 외과의사 선생님 예약해 드리겠으니 진료 받으십시오.”
가벼운 마음으로 병원에 왔는데, 마음이 무거워졌다.
오후에 외과의사 진료실에 들어갔다.
간호사는 기다리라고 말한 후 옆방에 갔다.
컴퓨터 모니터에 어머니에 대한 소화기내과 의사의 진료내용이 적혀있었다.
영어로 적혀있었는데, 스마트폰을 이용하여 대략 해석해 보니 자세한 것은 정밀검사를 해보아야 하겠으나 담낭염일 가능성이 높고 수술이 필요하다는 취지였다.
곁에 계신 아버지와 어머니가 걱정하실까봐 그 진료내용을 설명해 드렸다.
옆방에서 의사선생님(수술 집도의)이 오셨다.
어머니 : “담낭만 간단히 제거하면 되는 거지요”
의사 : “그렇게 되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이런 경우 담낭을 제거하기 위하여 들어가 보면 암일 경우도 많습니다. 그러면 간과 담도 쓸개를 모두 제거해야 합니다. 그런데 할머니는 그 경우 수술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수술을 하는 것이 좋은지도 모르겠고....”
다시 지옥이 도래하였다.
갑자기 암일 경우 암이 아닐 경우가 반반이 되어버렸다.
그 순간 어머니가 말씀하셨다.
“만약에 그렇다면 거기까지가 제 운명이라고 생각하겠습니다.”
아, 어머니.....
외과의사는 심장 당뇨 등과 관련하여 다른 의사의 협진을 요청하였다.
그리하여 어머니는 다시 여러 검사를 받았다.
일주일 후에 수술을 하기 위하여 입원을 하였다.
수술하기 전에 수술진행 상황을 젊은 주치의에게 물어보았다.
일단 복부에 구멍을 세 개 뚫은 후 복강경을 넣어 담낭을 제거하는데, 제거한 담낭에서 암이 발견되면 복부를 절개한 후 간과 담도 쓸개를 제거한다고 하였다. 그러면 매우 큰 수술이 된다고 하였다. 먼저 번에 집도의가 개복수술은 어렵다는 취지로 말한바 있었는데, 그 후 다른 의사들과 협진하여 본바 어머니에게 암이 발변되는 경우 개복수술을 해도 될 것 같다는 판단을 하였다는 것이었다. 다만, 수술실에서 확인하는 방법은 정확한 것은 아니고 수술 후 조직검사를 마쳐야 암인지 여부에 대하여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있다고 하였다.
그런 설명을 듣고 나는 사무실에 출근을 하였다.
대기실에 있던 어머니가 12시 30분경에 수술실에 들어가셨다는 전화를 아버지로부터 받았다.
2시간 내로 수술이 끝나면 암이 없는 것으로 일단 암이 없는 것이다.
그 이상이 되면 개복수술로 들어갔다는 뜻이 된다.
사무실에 출근을 하였지만 마음이 조마조마하였다.
제가 빨리 수술이 마쳐지기를....
1시 52분이 수술이 종료되어 회복실에 들어갔다는 전화를 받았다.
다시 천국이 도래하였다.
적어도 시각적으로는 암이 발병하지 않았다는 뜻이겠지.
집도의는 조직검사가 나와야 정확한 상태를 알 수 있다면서 암인지 여부에 대하여 확답을 해주지 않으셨다.
그렇지만 수술 전보다 마음이 훨씬 가벼워졌다.
일주일 후 몇 가지 검사를 마친 후 위 집도의를 만났다.
“이제 집에 그냥 가셔도 됩니다.”
어머니도 모처럼 밝은 모습을 보이셨다.
목소리도 쾌활하시고....
그게 어제다.
내 나이 51살,
믿어지지 않는 나이를 먹었지만,
아직도 나는 어머니와의 탯줄을 끊지 못하였구나!
내가 죽어서야 끊어질 나와 어머니의 탯줄!!!
위 일을 겪으면서 느낀 감정이다.
2015. 3. 31.
마음고생 많으셨습니다.
저는 며칠 전, 아버님과 어머님을 함께 모신 무덤을 둘러보고 왔습니다.
대리석으로 다시 만든 무덤이라, 특히 손볼 곳은 없었습니다.
가까운 곳에 평장 묘역이 새로 생겼더군요.
함께 간 아들에게, 내가 죽으면 여기 묻으라고 말 했습니다.
어제 내용을 봤습니다..
전에,,, 나이들어 아프신 경우 이런예를 본적이 있습니다.
수술할경우....한달정도를 살고,,
수술 안하고 병원치료정도만 받는 경우,,,,,,3달 정도를 살고...
그런데도,,, 수술을 고집하는 가족들이 있더군요.
혹시나,,,,,,,수술받으면 더 살수 있을까? 하는 바램으로....
사람이 살고 죽는것은,, 인연과 연관되어 있는것 같아요.
마음은 매우 아쉽지만,,,,너무 슬퍼하거나,,,힘들어하거나,,,할일은 아닌것 같습니다.
어머니가 병이 생기면 가슴이 아픈 것이 당연하다고요.
어떻게 평온할 수 있겠어요.
다만, 그 고통은 내가 어머니를 어머니로 받아들였기에 오는 고통이고, 근원에서 보면 인연대로 사는 것일 뿐이다 라고 생각할 뿐이지요.
저는 아마도 죽는 그 순간까지 희노애락애오욕과 더불어 살 것 같습니다.
그게 당연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만, 너무 슬퍼하거나 너무 기뻐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해 보겠지요.
김춘봉 선생님도 부모님과 함께 하시겠네요.
저는 지금 심정으로는 제가 좋아 하는 나무의 거름이 되고 싶은데....
글쎄요.
힘드셨겠네요..
저의 아버지도 시골에서 저혈당으로 쓰러진 후 하루만에 발견하여 서울 아산병원에서 겨우 회복했더니,
다음에는 위암 3a기(다른 장기로 일부 전이된 경우)이라고 서울삼성병원에서 위암 수술받고.. 1년간 항암치료 받았는데.. 경과가 좋다고 항암치로를 마친다고....
현재는 잘 계시는데..
그리고 아버지는 어릴 때부터 만성 우울증을 가지고 계셔서 사회생활이 불가능하여,
제가 결혼하고 부터 서울 아산병원에 우울증 치료를 하는데..
우울증 치료를 하고 난 후 어느 때부터,
평생 여자에 관심이 없던 분이 여자를 찾고..
베트남 여성과 결혼한다고 하고.. 병원에서 비아그라 처방받고.. 다방에 가시고..
의사선생님에게 말씀드렸더니..
우울증약을 바꾸어주셨고 이런 증상은 거의 없어지셨습니다.
그 후, 아버지는 항상 참는 성격으로 자신의 감정을 거의 드러내지 않으셨는데.
언제부터 옆집의 할머니하고 계속 싸우시고.. 그 옆집 할아버지 두 분하고 또 싸우시고.. 이 분들 얼굴만 보는 것도 무척 힘들어 하시고.
날카로운 도구까지 가지고 험한 말을 했다고.. 해서 문제가 되었고...
이런 아버지의 모습도 처음 보는 모습이라서..
제가 적응을 하려고 노력하고,,
주위 분들에게 죄송하다고.. 아버지의 우울증에 대한 이야기를 자세히 해드리고..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와 같이 의사 선생님에게 찾아갔더니,
아버지가.. 의사선생님에게 직접 말씀하시기를
"꼭 남이 해꼬지할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자꾸 이웃하고 충돌이 생긴다고.. 자신에게 전혀 이런 성격이 없었다고,," 하시니,
(제가 이런 증상을 의사 선생님에게 말하려고 했더니
아버지가 먼저 말씀을 하셨고,
아버지가 자신의 증상을 인지를 하셨던 것이었고..
이런 행동과 우울증 약과 관련성이 있다고 생각하셨던 것이었습니다.)
이때 의사선생님이 우울증 약을 바꾸어주셨습니다.
그 후.. 아버지에게 무엇을 물어 보면..
묻는 말에 대꾸도 잘하시고.. 신경질도 없어지셨고..
이런 것을 통해서, 사람의 성격이 무엇인지 한번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물론 만성 우울증은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 도파민, 노드아드레날린 등의 불균형에 의해서 발생되는 것으로 알려졌고.. 이런 물질의 균형을 찾도록 돕는 것이 우울증 약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자기라는 것을 찾으려는 노력보다..
현재의 자기를 뛰어 넘는 것이 자기를 이해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현재의 자기를 뛰어 넘는 것이 자기를 이해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이 부분 정말로 공감해요.
다른 각도이지만
숲 밖에서 숲을 보는 것이 즉, 다른 사람이나 다른 시각을 통하여 나를 바라보는 것도 좋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