닮지 말아야 할 것을 닮은 아이1

14-11-11 원정 1,389
보정이는 낯을 엄청 가린다.

다른 사람들 보면 엄마 치마폭 뒤에 숨는다.

아침에 유치원에 데리고 갈 때면 보정이 친구들이 보정이에게 반갑게 인사를 한다.

그러면 보정이는 앞만 보고 그냥 간다.

내가 무안하다.

 

오늘이 11월 11일 빼배로데인가보다.

상술이 만들어낸 기념일...

어제 집에 가보니 빼빼로가 쇼핑백에 가득하다.

보정이가 조그만 빼배로 케이스마다 친구들 이름을 써 놓았다.

아마도 보정엄마가 그렇게 시킨 모양이다.

선생님들 것도 두어개 있고...

 

오늘 아침에 보정엄마가 방과 후 선생님께도 가져다 드리라고 하니 싫댄다.

보정엄마가 출근한 후 보정이 밥을 먹이고 유치원에 가려고 나서니.....

보정이가 여자친구들 것은 쇼핑백에서 빼겠다고 한다.

남녀차별 하는 것은 나쁘다고 해도 막무가내이다.

바쁜 아침인데 5분을 그렇게 소비하였다.

내가 굽히지 않으니 빼빼로 케이스에 쓴 여자 친구들 이름이라도 지워야 하겠단다.

그 것도 남녀차별이라고 하니 또 막무가내로 눈물 흘리며 난리다.

다시 5분이 지났다.

나는 화가 나서 목소리를 높여 반 강제적으로 보정이를 끌고 나와 엘리베이터를 탔다.

중간에 다시 보정이가 내게 협상을 한다.

"그럼 위 쪽에 있는 것 뒤집어 놓아 이름이 보이지 않도록 해줘요."

나는 마지 못해 하는 척 하면서 "그래 그 정도는 아빠가 양보할께."

그렇게 협상을 마쳤다.

유치원에 도착해서 보정이에게 가방을 들려 보냈다.

보정이가 빼빼로를 친구들에게 모두 잘 나누어 주었을까?

여자친구들에게도...

 

여자에게 부끄러워 하는 것은 날 닮지 맗았어야 했는데,

그런 것은 닮아가지고....

 

 

 

 
  • 14-11-12 민희
    ㅎㅎㅎ...재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