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학에서 바라본 세상

창조성과 결합능력3

06-12-13 나나 1,241

창조성이란 무엇일까?

개인적으로 발명에 관심이 있기 때문에, 창조성에 대해서 잠깐 생각을 해보았다.

먼저 습관에 대해서 잠시 생각해보자.

사람은 습관에 의해서 살아가며, 습관은 삶을 굉장히 편하게 해준다. 즉, 습관은 익숙해지면 쉬워지게 만드는 좋은 역할을 한다. 하지만, 습관은 행동이나 생각을 고정시키는 등의 부정적인 역할도 한다.

비유로 말하면, 습관이란 물(water)의 흐름에 따라서 물에 몸을 맡기고 흘러가는 물체와 같다고 할 수 있다. 이와 달리, 습관을 거스르는 것은 마치 살아있는 물고기가 물의 흐름(습관)을 거슬러 올라가는 것과도 같다고 표현할 수 있다.

이것을 물리학 용어로 표현하면 습관은 뉴턴의 제 1법칙인 관성(慣性, 실제 '습관 관'자를 사용함)에 해당하고, 이와 반대로 습관을 거역하는 것은 뉴턴의 제 2법칙인 힘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뉴턴의 운동법칙으로 모든 운동을 기술할 수 있듯이, 인간의 사고도 이와 같이 상호 보완적인 두 가지 특성으로 간략하게 분류할 수 있다.

따라서, 단순하게 습관을 거역하는 것(힘)이 창조성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습관은, 부정적으로 보면 주로 행동 또는 생각의 울타리 역할을 한다. 습관은 마치 알의 껍데기와 같이, 자신을 외부로부터 분리하는 역활을 하며, 껍데기를 벗어나지 못하게 하도록 범위를 확정해주는 울타리 역할을 한다. 따라서 이런 습관들에 둘러싸인 사람이 그 울타리를 허물고 나오는 것을 창조성으로 표현할 수도 있을 것이다.

화두(話頭)란 불교에서 깨달음에 이르게 하는 말이나 행동 등을 뜻한다. 이때 이 화두는 자신에게 있는 생각의 큰 울타리를 허물도록 하는 것이며, 자신에게 창조성(깨달음)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짧은 시간을 말하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그러면 창조성의 근원은 무엇일까?

게슈탈트(형태, 形態) 심리학의 창시자인 막스 베르트하이머(Max Wertheimer, 1880~1943)는 '창조성은 과거에 전혀 관련이 없는 사물들의 결합을 통해 새로운 해결양식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말하였다.

이 말 중에서 가장 중요한 단어는 개인적으로 '결합'이라고 생각한다. 즉, 창조성이란 '대부분의 사람들과  다른 방법으로 결합하여 생각할 줄 아는 능력'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그리고 이 결합은 기본적으로 뉴턴이 '나는 거인들의 어깨 위에 올라서서 남들보다 조금 더 멀리 보았을 뿐이다.'라고 말한 것과 같이 전문성을 갖추고 있으면 더욱 좋다. 물론 이것은 이론적 또는 실무적인 전문성을 말한다.

모든 사람들이 시간과 공간은 서로 분리되었다고 생각했을 때, 아인슈타인은 이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는 시공간으로 보았다. 그 당시 이 생각은 참으로 멍청한 생각이었지만, 현재 새로운 학문인 우주론을 탄생시켰다.

단순하게 보면, 인간과 동물을 구분하는 것은 이 창조성의 차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인간의 큰 특징들 중에 하나인 불(fire)의 이용이나 도구나 추상적인 언어를 사용하는 것은 이 창조성에 기반을 두고 축적해온 습관일 수 있다. 즉, 인간은 이러한 창조성을 이용하여, 불의 뜨거움을 '기피(터부)'의 대상이 아닌 '이용'의 대상으로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창조성이 가장 크게 드러나는 곳은 문학작품과 예술작품, 음악, 그리고 특허 등일 것이다. 그 중에서 특허의 경우 특허성을 판별하는 기준들 중에 '결합(combination)발명'과 '집합(agregation)발명'이 있다.

대표적인 예로 지우개 달린 연필이며, 이 발명은 집합발명이기 때문에 미국에서 특허로 등록되지 못했다.

이것은 지우개(A)와 연필(B)의 단순한 결합(A+B), 즉 집합발명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이와 달리, 결합발명이란 A와 B가 결합하여 A+B가 되면 이것으로부터 생기는 어떤 상승작용이 더 있어야 한다. 전문적으로 말하자면, 결합발명은 관련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쉽게 생각할 수 없는 어떤 좋은 상승작용이 있어야 한다. 물론, 이 결합에는 원래 상태인 A에 B를 더하는 A+B의 형태, 그리고 반대로 원래 A+B인 것에서 B를 제거하는 A-B의 형태도 포함한다.

하지만 지우개 달린 연필의 경우, 지우개(A)와 연필(B)의 단순한 조합(A+B)에 불과하여 이들을 단순히 모아 놓은 것이고, 따라서 이 조합에 의해서는 어떤 좋은 상승효과가 거의 나타나지 않는 것으로 판단하여 특허로 등록되지 못했다.

모든 물질은 화학적인 결합에 의해서 이루어져 있다. 즉, 화학결합의 예로, 수소(H)와 산소(O)가 결합하여 이 둘이 분리되어 있을 때와 다른 새로운 특징들을 가진 물(H2O)이 생긴다. 이와 달리, 집합의 예로는 산소가스와 수소가스가 단순하게 섞여 있는 경우에 해당하며, 이곳에 불을 붙이면 이 둘은 비로서 결합하여 물로 변한다. 세상은 이와 같은 화학반응에서 에너지를 얻어 그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다. (이전 글인 ‘E=mc^2와 생명현상’을 참조)

그래서 우리가 사는 세상은 참으로 다양한 모습들을 가지고 있지만, 그 아래로 내려가면 약 100개 정도의 원자들로 분리할 수 있다.

이와 같이, 결합에 의해서 새로운 것이 창조되는 예는 참으로 많다.
아래에서 몇 가지를 살펴보겠다.

인간이 사용하는 언어도 마찬가지이다. 즉, 약 20~30개 정도의 알파벳인 자음과 모음의 결합에 의해서 수많은 단어들을 만들고 이 단어들의 결합에 의해서 문장을 만든다.

또한 문장과 문장을 결합에 의해서 만들어진 문학작품은 그 전에 없던 기쁨과 즐거움을 우리에게 준다. 이런 즐거움은 문장과 문장의 결합 또는 단어와 단어의 결합에 의한 상승작용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더불어, 음악도 문학작품도 이와 같다. 단순한 음들을 서로 유기적으로 결합시킴으로서 우리들이 듣기에 아름다운 선율이 만들어지고, 이것이 우리의 감정을 조절한다.

음식의 경우도 각 재료와 양념들이 서로 결합하여 서로 분리되어 있을 때 없었던 우아한 맛으로 변한다.

만약 음식의 재료들이 서로 조화롭게 결합하지 못하여 만약 음식을 먹을 때 재료들의 각각의 맛들이 모두 분리되어 느낀다면(혀의 기능이 바뀐다면) 아마 미각이 주는 그 즐거움은 사라질지도 모른다. 그래서 우리들은 단지 생존을 위해서 먹어야 하는 일이 발생될지도 모르겠다.

이제 학문의 영역에서 나타나는 결합을 살펴보자.

전자공학에서 다루는 논리회로의 경우 3개의 기본 소자인 NOT, AND, OR 게이트(gate)의 결합에 의해서 CPU(중앙처리장치) 등과 같은 복잡하지만 다양한 일을 할 수 있는 장치들을 만든다. 여기서, 게이트는 디지털 회로의 가장 기본적인 장치를 말한다.

다른 예로, 유전자를 구성하는 물질인 DNA의 경우 그 구조는 2개의 사슬로 된 긴 나선모양으로 되어 있다. 이때 2개의 사슬 사이에는 4종류의 염기가 서로 결합하여 있는 구조를 가진다. 즉, 4가지 염기인 아데닌(A), 구아닌(G), 티민(T), 시토닌(C)이 긴 DNA 사슬에 결합하여 있는 순서, 즉 서열(sequence)이 특정한 단백질을 만들게 된다.

이와 비슷하게, 심리학에서도 심리현상의 본질은 전체성에 있으며, 원자론적인 분석(환원주의)으로는 밝혀낼 수 없다고 하는 심리학설인 게슈탈트(형태) 심리학이 20세기에 나타났다.

참조: 게슈탈트 심리학: http://100.naver.com/100.nhn?docid=189753

게슈탈트 심리학에서 어떤 현상이 형태성을 갖추고 있는가에 대한 판정기준은 ‘전체는 부분의 총화(總和, 부분들이 단순히 모여있는 것) 이상이다.’라고 주장한다. 즉 형태성은 개체들이 결합하여 생긴 어떤 집단적인 상승작용(또는 창발)이 존재함을 말한다.

이런 면에서 게슈탈트 심리학은 서로 결합되어 상승작용을 발생시키는 창조성을 말하고 있다.

또한, 영국의 동물심리학자인 모건(Morgan, C.L. 1852~1936)이 말한 창발적 진화(創發的進化)에 의하면 진화는 각 단계마다 그 전 단계를 기초로 하여 이루어지지만, 그 전 단계에 있었던 요인들의 단순한 총화가 아니라 이것과는 질적으로 다른 새로운 성질이 나타나며 발전한다고 주장한다.

참고: http://tong.nate.com/sleekguy/16660397

이와 같이 20세기 이후에 역학, 심리학 등 많은 학문영역에서 결합에 의해서 생기는 상승작용에 주목하고 있다.

이와 달리, 20세기 이전까지 과학은 거의 모두 뉴턴 등에 의해서 성공한 환원주의(reductionism)를 기반으로 한다.(1)
물론 과학은 앞에서 말한 결합(즉, A-B 형태의 결합)을 교묘히 적용하여 거둔 인간의 승리로도 볼 수 있다. 

이 환원주의는 수많은 복잡한 현상들이 몇 개의 기본적인 요소들의 결합에 의해서 이루어져 있다고 생각하는 방법이다. 이것은 앞에서 말한 집합적인 특징이다.

즉, 부분을 모두 합치면 전체가 되며 전체는 부분들로 환원(분리)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다시 말하자면, 전체를 부분들과 그것들의 상호작용으로 분리해 내어 분리된 각각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이들을 다시 합치면 전체를 이해할 수 있다는 믿음이다.

환원주의의 대표적인 과학이론이 고전역학이다. 그리고 양자역학을 포함한 지금까지의 거의 모든 과학이론들은 본질적으로 모두 환원주의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서양에서 발전한 (집합적 특성을 가진) 이 환원주의는 고대 그리스의 철학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유럽에서 수학 및 과학이 성공하도록 하는 밑바탕이 되었다. 그리고 이것은 17세기 이후 유럽 국가들이 세계를 정복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이와 달리, 중국이나 인도 등의 아시아에서는 자연현상을 분리된 몇개 개체의 합일로 인식하기보다는 주로 전체에 관심(현대의 복잡성이론과 관련이 있음)을 가졌다. 즉 이것은 결합적 특성과 관련이 있다.

20세기에는 이런 환원주의를 비판하는 학문들이 큰 붐을 이루고 있다. 예로, 물리학에서는 복잡성이론이 나타났으며, 이제 이 이론은 사회, 경제적인 분야까지 그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이 이론을 단순하게 설명하면, 어떤 것들이 서로 모여서 집단이 되면 각자 있을 때 없었던 어떤 집단적인 상승작용(창발創發, emergence)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비선형적 특성을 가진 복잡성이론은 결합적 특성을 가진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참조:  http://www.complexity.or.kr/


(1) 환원주의는 '전체는 부분의 총화(부분들이 서로 모여있는 것)에 불과하다.'라고 주장한다.

  • 06-12-13 바람
    그 습관을 형성하는 그 틀이 깨어지면서(해체되면서), 동시에 그 이전의 다른 결합으로 돌아가게(전환) 될때에, 거기로부터 창조가 일어나게 됩니다.

    진화란 일종의 물리적 변화라고 애기할 수 있다면, 창조는 전혀 다른 차원의 것, 전혀 다른 종류의 것으로 변화(결합)라 할 수 있습니다.

    진화는 물이 때로 얼음도 되고, 물도 되고, 수증기도 되고, 우박도 되고 하는 상태라 할 수 있고, 창조는 기존의 물이 산소와 수소로 분리되면서, 전혀 알 수 없는 다른 종류의 것, 다른 차원의 것과 더불어 결합하면서, 새로운 것으로 재탄생(부활)되어지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진화는 물질로서, 기존의 것으로, 생각으로서 어느 정도 가능하겠지만,
    창조는 기존의 그것하고는 완전히 다른 별개의 것이라야 하는 것입니다.

    진화는 겉으로 돌아가는 일종의 상생이라 할 수 있고,
    창조는 그 속의 상극(절대로 화합할 수가 없음)으로 뚫려, 그것으로 거듭나게 함이라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진화로서 이미 다 아니고, 그것이 '아니다'라고 하는 그 순간, 도무지 알 수 없는 그 차원의 것(언어이전의 세계, 생각이전의 세계)으로서 재결합되어진 것이 그대로 쏭아져 나올 수 있다면, 그것이 곧 그 창조로서 되돌아 가게 되는 것이다.

    하나로움님의 글 잘 읽어보았고요. 그 하나하나에 대한 깊은 이해로서 늘 정진하시는 님의 숨결이 느껴집니다.

    늘 평안하시기를 바랍니다.
  • 06-12-14 원정
    의상의 화엄일승법계도에 나오는 말인데...
    일미진중함시방(一微塵中含十方) 한 티끌 속에 온 우주가 다 들어 있다는 말이 있습니다.

    좀 더 자세히 기재하면...

    一中一切多中一 一卽一切多卽一
    一微塵中含十方 一切塵中亦如是
    無量遠劫卽一念 一念卽是無量劫
    (일중일체다중일 일즉일체다즉일
    일미진중함시방 일체진중역여시
    무량원겁즉일념 일념즉시무량겁)

    하나 속에 모두 있고, 많음 속에 하나 있으니
    하나가 곧 모두요, 많음이 곧 하나라
    하나의 티끌 속에도 온 우주가 들어있고
    모든 티끌 속에 온통 우주 들어 있도다
    무량(無量)한 먼 겁(劫)도 일념(一念)일 뿐이요
    일념(一念) 또한 무량겁이 아니겠는가

    참으로 멋지지요?^^
  • 06-12-23 마음
    생각나는 말이 있습니다.
    창조적 진화(창조적 지성)
    그리고 고지마섬에서 실험한 100마리째 원숭이현상도 기억납니다.
    100마리째부터는 시공을 초월해서 파급효과(마치 텔레파시처럼)가 나타났었다는(기억이 맞는지...)
  • 07-01-08 나나 사랑과 법, 그리고 한국사람51,240
    07-01-08 김춘봉 페트로니우스에게 보내는 서한11,061
    07-01-05 바람 그 변화51,325
    06-12-30 김춘봉 칼리굴라 황제(2)21,083
    06-12-29 바람 끌어당김, 날려 보냄61,432
    06-12-26 바람 열린 문 닫힌 문11,316
    06-12-25 김춘봉 칼리굴라 황제(1)21,020
    06-12-18 김춘봉 유대인들과 부계사회21,199
    06-12-16 바람 부분과 전체란?31,358
    06-12-13 나나 창조성과 결합능력31,242
    06-12-12 바람 그 1초11,270
    06-12-11 김춘봉 여자들의 증언과 대제사장 가야바01,038
    06-12-08 바람 다른 차원의 것이란?11,188
    06-12-06 바람 수란?21,186
    06-12-02 김춘봉 젊은이(예수)가 미리 본 세상29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