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장 있음과 없음

흙이 물에게 이렇게 물어보았다. '나는 아직 흙인데 어찌하여 당신은 물이되었소?'하였다.
그러자 물이 말하기를 '당신은 흙이고 나는 물이니, 이미 나는 흙이고 이미 당신은 물인지 어떻게 알겠소'하였다.
그리고 이어서 말하길, '당신은 흙이다 하니 이미 흙이 아닌 줄 어떻게 알며, 나는 물이다 하니 이미 물이 아닌 줄 어떻게 알겠소. 그러니 당신이 흙이라 하여도 흙이 아니요, 내가 물이라 해도 물이 아니니, 흙이면 흙이 아닌 줄 알아서 흙인 채로, 물이면 물이 아닌 줄 알아서 물인 채로 살아가면 되는 것 아니오!'하였다.


'있다'라고 할 수도 없고 '없다'라고도 할 수 없는 어떤 지극히 묘한 찰라적 상태일 때, 그 안에 무엇이 남겨져 있으며, 무엇이 새롭게 발견(연합)되며, 무엇이 소멸(분해)되느냐에 따라 그것이 곧 천지현격이 되어진다.

아버지는 나를 의존하여 아버지이고, 나는 아버지를 의존하여 공하다

의인(義人)도 없고 죄인(罪人)도 없다. 이미 그 나라와 그 의로서 인정되어진 상태이냐 아니면 아직 그 나라와 그 의에 연합되어지지 못한 상태이거나 혹은 착각과 실제를 혼동하고 있느냐 그 차이뿐이다.

인연법은 생하는 듯, 멸하는 듯 생하는 것이고, 본래의 법은 생하고 멸하는 것이 없다.
멸한 듯 통합되어 그 나라로 솟아나기도 하고, 생한 듯 또한 분해되어 그 나라로 꺼져버리기도 하는 것이다.

실상을 의존하여 허상이 있고, 허상을 의존하여 실상이 있다. 따라서 보이는 대상이 실상(실제)으로 보이건, 허상(허구)으로 보이건 그것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 현상과 전혀 다르지 않다라고 하는 것을 알아차리는 것이다.

고통을 의존하여 기쁨이 있고, 기쁨을 의존하여 고통이 느껴지는 것이다. 따라서 기쁨이 일어나면 일어나는 대로, 고통이 일어나면 일어나는 대로, 그것이 때를 따라 영원의 것과 소통이 되면 되는 것이다.

고통(지옥)따라, 기쁨(천국)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다 마음속에 있는 것이니 고통(지옥)이다 하니 그 즉시 기쁨(천국)의 상태와 다르지 않다면, 그것이 곧 나 자신으로서 그 모든 삼라만상에 거하는 것외에 다름이 아닌 것이다.

매순간으로서 하지 않으므로 안되는 것밖에는 없다.
따라서 너무도 지극히 당연히 매 순간으로서 살아갈 것은 살아가는 것이고, 남을 것은 남는 것이고, 사라질 것은 사라지는 것이다.

쓰여지는 것도 없고, 버려지는 것도 없다. 다만 그 나라로서 연합되거나 소멸되거나 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