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언젠가 부터 하루하루를 살아가면서 때로 인욕이라고 보여지는 듯한 것을 당할 때, 오히려 기쁨이 일어나는 현상을 보면서, 저 자신도 그것이 참으로 이상하였고 또한 궁금하기도 하였습니다.

너무도 분명히 나로서는 싫고, 피하고 싶고, 멀리하고 싶고, 어디론가 도망치고 싶은 것들이 인욕, 모욕, 창피, 부끄러움 등등을 당하는 것들인 것인데, 그러나 반드시 그 순간이 지나고 나면 그 이상의 것으로, 내가 도무지 상상치 못할 것으로 기쁨이 배가 되기 때문에, 그것이 나로서는 참으로 희한하였고, 왜 이러한 현상이 일어나는 것일까 하고 자꾸만 의문을 품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한가지 사실을 발견하게 되였습니다.

별로 잘못한 것도 없이, 억울하게 인욕을 당하는 듯이 여겨지게 될 때에, 그것이 나로서는 전부다 불법(不法)이 됩니다. 그 모든 법과 논리로서(사람의 도리)는 도저히 그러한 인욕을 풀어낼 길이 없기 때문에, 내가 그동안 배운 그 모든 법의 체계로서는 또 다시 막히고 전부 다 모순된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그리고 그러한 법으로서 나의 억울함을 해소하려고 하면 할수록 더욱 나의 쓴잔이 가중되는 듯하기에, 그 모든 법에 호소함을, 그 모든 법의 논리로서 그 문제에서 벗어나려 함이 모두 다 포기되어, 모두가 다 전부 쓸모없이 폐기되어지는 듯하게 될 때에, 나도 알지 못하는 그 사이에서 나 이전의 그 모든 법들이 새롭게 솟아나와 그 모든 법의 체계를 더욱 고도화시켜 주기 때문에, 그로 인하여 나는 자동적으로 기쁨을 선물로 받게 된다고 하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누군가로부터 인정,칭찬,격려,위로,동의,도움 등등을 받게 될 때에는, 일시적 만족을 얻을 수가 있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만족은 보다 근원적인 것, 내가 도무지 알지 못하는 것, 마음의 중심에서 새롭게 솟아나오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 눈에 보여지고 귀로 들려지는 것에서 오는 것이기 때문에, 외관적인 현상, 피상적인 관찰현상에 머물게 하는 오류가 생겨날 소지가 있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네가 어떻게 받았으며 어떻게 들었는지 생각하고 지키어 회개하라 만일 일깨지 아니하면 내가 도적같이 이르리니 어느 시에 네게 임할는지 내가 알지 못하리라"(계3:3)

도적이 내 집에 들어오게 될 때는, 예고없이 갑자기 옵니다. 그리고 반드시 불법적으로 들어와 나에게 손해를, 억울함을 입히는 듯한 것으로 오게 되는 것입니다.

순리에 맞게, 법에 맞게, 이치에 맞게, 합리적으로, 이성적으로 도적이 들어오는 것이 결코 아닌 것입니다.

그런데 하나님이 내 속에 들어와 뭔가 새로운 역사(깨여나게 하는 역사)를 일으키고자 하실때에는, 이렇게 도적같이 임한다고 하는 것입니다. 내가 그동안 배워서 익히 알고 있는 그러한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방법으로 임하지 않는다고 하는 것입니다.
도무지 그동안 내가 배운 그 모든 지식이나 경험이 전부 다 하찮은 쓰레기, 만물의 찌끼와도 같은 것인 듯 할 때에, 돌연 전혀 뜻밖의 것으로 새롭게 그 무엇인가가 솟아나는 것입니다.

"형제들아 때와 시기에 관하여는 너희에게 쓸 것이 없음은 주의 날이 밤에 도적같이 이를 줄을 저희 자신이 자세히 앎이라 저희가 평안하다 안전하다 할 그 때에 잉태된 여자에게 해산의 고통이 이름같이 멸망이 홀연히 저희에게 이르리니 결단코 피하지 못하리라"(살전1:1-3)

나는 나 이전(태여나기 이전)의 인연에 의지되여져 있습니다. 지금 눈에 보이는 그러한 인연에 의지되어져 있는 것이 결코 아닌 것입니다.

그러면 그렇게 의지되여져 있는 나 이전의 인연으로 어떻게 복귀가 가능케 되는 것입니까?

그렇게 육신의 눈과 귀로 보여지고 들려지는 듯한 그 모든 것들이 그 모두 가 다 밤의 도적과도 같은 것으로 와 닿아질 때인 것입니다.

그 모든 것들이 다 두렵게 하는 것 같고, 무섭게 하는 것 같고, 인욕을 당하게 하는 것 같고, 어둠에 물들게 하는 것 같고, 손해보게 하는 것같고, 망하게 하는 것 같고 하게 될때에, 돌연 그 사이의 빛, 돌연 그 나라의 빛으로 인하여 그 자체가 이미 공허함으로서 태초로부터 오래된 것이 나로서는 새롭게 이루어 지는(회복되는)그 모든 것들이 가능케 되는 것입니다.

도적이 성립하려면, 시간상의 알리바이가 입증되여야합니다.
특정한 시간, 특정한 공간에 특정하게 한정되고 제한된(임시적인) 자가 그 사건에 개입하였음이 입증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보십시다. 특정한 시간(공간)에 특정하게 한정되고 제한된 자가 그 사건에 실제로 개입하는 것이 가능한 것일까요?

아니지요. 특정한 시간대로 한정지워 보게 되면 그러한 사건이 실제로 일어난 것처럼 보여지겠지만, 무한대의 세월로서 그것이 비추어 보여지게 되면, 그것은 한낱 물거품이요, 티끌이요, 지나가는 바람과도 같은 것으로 보여지게 되니, 무슨 사건이 일어난 것 같기는 한데, 실제로 일어난 사건은 단 하나도 없고, 다만 시절의 인연을 따라 그렇게 맺혀지고(결합되고), 풀리고(해체되고) 하면서 지나갔을 뿐임을 알게 되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위로,칭찬,격려 등등은 그런대로 받아내면서 살아가는데, 인욕을 당할때는 그것을 그대로 받아내기에 상당한 부담이 되면서 괴로워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우리들이 반드시 알아야 하는 것은, 보다 큰 연합(결합)은 그 모든 것들을 온전히 부인함에서 오는 것입니다. 그 모든 것들을 다 긍정함이라기 보다는, 그 모든 것들이 완전히 다 아닐 수 밖에는 어떤 묘한 상태에서 오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그 모든 것들을 아님으로서 부인케하는 요소는 사람들의 인정과 칭찬보다는 인욕이 보다 그 근원에 가까게 하는 방편이기에, 무릇 수행하는 사람들은 때로 인욕을 깊이 묵상하여야 필요가 절실히 요청되기도 하는 것입니다.

"믿음으로 모세가 났을 때에 그 부모가 아름다운 아이임을 보고 석달동안 숨겨 임금의 명령을 무서워아니 하였으며 믿음으로 모세는 장성하여 바로의 공주의 아들이라 칭함을 거절하고 도리어 하나님의 백성과 함께 고난받기를 잠시 죄악의 낙을 누리는 것보다 더 좋아하고 그리스도를 위하여 받는 능욕을 애굽의 모든 보화보다 더 큰 재물로 여겼으니 이는 상주시는 이를 바라봄이라"(히11:23-26)

그리스도(그 나라)를 위하여 받는 능욕이 그 모든 세상의 보화에 비할바가 아닌줄 안다면
능욕당함이 과연 싫기만 한 것일까요? 아닙니다. 오히려 그 나라의 능력으로서 능히 그것을 감싸안아줄 수도 있을 것입니다.

생명의 보화가 그 나라안에 다 숨겨져 있는 것인데, 그것이 능욕으로서 내가 비천하게 되어지게 되었을때, 그것이 오히려 더 가까이 다가올 수도 있는 것임을 우리 모두는 명심하여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