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이야기

사랑 넘치고 재주 익히는 날-칠석(七夕)2

04-08-22 법현 1,856
사랑 넘치고 재주 익히는 날-칠석(七夕)




"칠월칠석 오늘밤은 은하수 오작교에
견우직녀 일년만에 서로반겨 만날세라
애야애야 애야좋네 칠석놀이 좀더좋네
(후렴)
까치까치 까막까치 어서빨리 날라와서
은하수에 다리놓아 견우직녀 상봉시켜
일년동안 맛본설움 만단설화 하게하소
(후렴)
닭아닭아 우지말아 네가울면 날이새고
날이새면 임은간다 이제다시 이별하면
일년삼백 육십일에 임그리워 어이살지
우지말아 우지말아 무정하게 우지말아
원수로다 원수로다 은하수가 원수로다."



우리 민가에서 불렀던 노래의 일부입니다.

칠석의 의미를 재미있는 가락에 붙여서 불렀던 노래라

특별히 설명을 안 해도 그 내용을 여러분들이 너무나 잘 아실 것입니다.

뒤의 가사는 나중에 사랑가 또는 춘향가로도 불리는

판소리의 가사하고도 관련성이 매우 높지요.

춘향이와 몽룡이가 남원골에서 사랑을 나누다가

몽룡이 아버지의 전근에 따라 서울로 따라가게 되어

이별하는 장면인데 견우와 직녀의 이별장면과 흡사하여

듣는 이로 하여금 눈물 꽤나 빼게 하는 가사이지요.


오늘은 여러분과 함께 우리 민족의 풍습이요,

불교의 의례이기도 하는 칠석(七夕)에 관해서 공부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다같이 합장하시고 다음 게송을 읽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치성광 여래와 북두칠성존은 (熾盛光如來 與 北斗七星尊)
지혜와 신통력이 헤아릴 수 없어서 (智慧神通不思議)
일체 모든 중생의 마음을 다 아시고 (悉知一切衆生心)
능히 가지가지 방편력으로 (能以種種方便力
모든 중생의 한량없는 고통을 소멸하시네. (滅彼群生無量苦)
길이 시간을 천상에 비추고 (照長時于天上)
명과 복은 인간에 내려주시네. “ (應壽福於人間)


모든 불공법회 때 불자들이 모인 연유와

해당하는 불보살님 등을 모시는 이유를 밝히는 것을

유치(由致)라고 하는데 이 게송은 칠성 불공을 드릴 때

칠성님을 모시는 이유를 정성스럽게 고하는

칠성청(七星請)의 유치에 나오는 게송입니다.

칠성불공은 음력으로 7월 7일에 드리는 불공이며,

칠석 날에는 칠성님과 치성광여래(熾盛光如來)께 공양을 올립니다.

치성광여래는 불소행찬(佛所行讚)이라는 마명(馬鳴)보살이 지은

‘부처님일대기’에도 나오는 이름입니다.

그 이름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불길이 활활 타오르는 태양과도 같은~’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으며,

그런 까닭으로 밀교(密敎)에서는 호마(homa)의 뜻으로 쓰입니다.

석가모니 부처님의 모든 털구멍(毛孔)에서

활활 타오르는 불꽃(熾盛光焰)을 쏟아내는 방법으로

일체의 모든 재앙을 없애고 복을 부르는 수행법을

치성광법(熾盛光法) 또는 치성광 불정법(熾盛光佛頂法)이라고 하는데

여기에서 비롯된 부처님 이름이 치성광여래 입니다.



그것이 중국의 도가(道家) 신앙과 결부되어

북두칠성을 부처님과 같이 승화시켜서 칠여래(七如來)로 삼아

치성광여래와 함께 숭상하여 그분들을 믿고 따르는 것이

칠성신앙(七星神仰)이며 그분들께 공양을 올리는 것이

칠석날 올리는 칠성불공(七星佛供) 또는 칠석불공(七夕佛供)입니다.


글의 내용으로 돌아가서 뜻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앞에서 말한 치성광여래와 칠성 즉 일곱 여래는

지혜와 신통력이 헤아릴 수 없이 많아서

일체 모든 중생들의 마음 즉 소원을 비는 마음을 다 아시고

그들에게 복을 주시는 여러 가지 방편의 힘으로 중

생들이 겪고 있는 고통을 소멸하는데

그 방법론이 바로 빛을 이용하는 것입니다.

치성법,치성광불정법이라 불리는 방법으로

중생들의 공통을 없애고 복을 주시는 것이지요.

그 이유는 우리 중생들이 몸으로는

어둠에 싸일 때 건강에 이상이 오고 어려움에 닥치게 되며

마음으로는 어둠에 해당하는 어리석음 즉 무명(無明) 때문에

온갖 번뇌와 죄악에 노출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

래서 어느 한 개인인 중생에게 빛을 주는 것이 아니라

온세상 중생들이 제 스스로의 노력에 따라

가져다가 쓸 수 있도록 빛을 하늘에 오래도록 비추고

그에 따르는 수명(壽命)과 복덕을 인간에게 주는 것입니다.



이러한 내용을 잘 알고 불공에 임해야

진정한 불공이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잘 아시겠지요?


다음에는 칠석의 유래를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하늘의 백성을 다스리는 옥황상제에게 예쁜 딸이 있었으니

그 이름은 ‘베 짜는 아이’라는 뜻의 직녀(織女)였지요.

그녀는 이름에 맞게 베를 잘 짰으며 얼굴도 아름다워

상제의 귀여움을 독차지하였답니다.

궁궐 밖에 ‘소치는 아이’라는 뜻의 이름을 가진

견우(牽牛)라는 청년과 사랑의 마음을 가진 직녀는

아버지 옥황상제에게 허락을 얻어 결혼을 하게 되었는데

너무나 사랑한 나머지 그들이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베 짜고 소 치는 일을 해야 다른 이들이

그들로부터 나오는 생산품을 이용해서

편리한 삶을 살아야 하는데 매일 사랑만 하고

일을 하지 않음에 따라 하늘 백성들의 생활이 불편해지고

질서가 무너지게 됨에 따라 옥황상제가 하는 수 없이

예쁜 딸과 부마에게 벌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그것이 요즘 말하자면 별거령(別居領)을 내린 것입니다.

하늘을 위아래로 가르며 흐르는 큰 강물인 미리내(龍川)

즉 은하수(銀河水)의 동쪽에 직녀를 보내 살게 하고,

견우는 서쪽으로 떨어져 살게 하였지요.

밤낮을 모르고 주변 사람들의 불편함도 모르고 사랑했던 그들이었으니
헤어져 사는 삶이 오죽했겠습니까? 그

야말로 눈물로 지새우는 나날이었지요.

그래서 상제가 은전을 베풀어 1년에 딱 한 번 그들을 만나게 하였으니

그 날이 바로 7월 7일 밤 즉 칠석(七夕)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날 밤 만나는 일도 쉽지는 않았으니

용처럼 생긴 몸집을 하고 도도히 흐르는 강물이 너무 넓어서

견우 직녀가 헤엄치기도 쉽지 않고 배가 있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그들의 안타까운 울음소리를 들은

지상의 까치와 까마귀들이 모두 날아가 머리를 맞대고

다리를 만들어 그들을 만나게 하였으니

그것이 오작교(烏鵲橋)라는 것입니다.

한시라도 빨리 만나서 한시간이라도 더 늦게까지 만나려고

수레를 준비해서 전날부터 잘 씻어서 준비를 하기 때문에

이때부터 지상에는 비가 내리는 것이라고 하며

칠석 초저녁에는 그들이 만나 반가워 우는 것이 비가 되어 내리고

새벽에는 헤어짐이 아쉬워 우는 것이 또한 비가 되어 내린다고 합니다.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이야기이지요?

고구려 때 그린 벽화 중에

직녀(織女)와 소를 끌고 있는 견우(牽牛)가 묘사되어 있으며,

그림 옆에 붉은 글씨로 견우, 직녀라 써 놓은 점으로 봐서

오래 전부터 이 이야기는 성립되어 전해지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또한 조선시대에 쓰여진 우리의 고전인 《춘향전》에서

춘향과 이도령의 가약을 맺어주던 다리가 오작교(烏鵲橋)임은

바로 칠석날 전설에서부터 연유한 것입니다.

이 이야기는 중국으로부터 우리나라에 들어 온 것으로 보이는데,

중국 한대(漢代)의 괴담(怪談)을 기록한 책인《재해기(齋諧記)》에

이러한 이야기가 전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이야기는 7월 7일 저녁 은하수를 사이에 두고

동서로 갈라졌던 견우성과 직녀성이 만나는 자연적인 현상에서 성립되었습니다.

즉 천문학상의 명칭으로 견우성(牽牛 星)은 독수리별자리의 알타이어(Altair)별이고,

직녀성(織女星)은 거문고 별자리의 베가(Wega)별을 가리키는 것으로

원래 은하수의 동쪽과 서쪽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두 별은 태양 황도상(黃道上)의 운행 때문에

가을 초저녁에는 서쪽 하늘에 보이고,

겨울에는 태양과 함께 낮에 떠 있고,

봄 초저녁에는 동쪽 하늘에 나타나며

칠석 때면 천장 부근에서 보게 되므로

마치 1년에 한 번씩 만나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입니다.



최남선은《조선상식(朝鮮常識)》에서,

견우성과 직녀성이 1년에 한 번씩 마주치게 보이는 것은

일찍이 중국 주대(周代) 사람들이 해마다 경험하는 천상(天象)의 사실이었는데,

여기에 차츰 탐기적(耽奇的)인 요소가 붙어

한대(漢代)에 와서 칠석의 전설이 성립된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이러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칠석에 관한 의미를 살펴보면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만 대략 몇 가지를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칠석은 비(雨)와 장수(長壽)와 재물(財物)의 신이

부처님의 모습으로까지 발전하여 신앙되는 날입니다.

궁중과 민간신앙에 영향을 주었을 뿐만 아니라

불교 신앙에도 영향을 주어 오늘날의 사찰에도

많은 칠성각(七星閣)이 남아있어

인간의 무병장수와 재물을 기원하는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농사를 짓고 살아가는 우리 민족에게는

물과 비[雨]를 비는 신앙은 필연적이었고

그 대상이 바로 칠성이었던 것입니다.


또한 남두칠성과 북두칠성이 마주 앉아

바둑을 둘 때 단명(短命)을 타고난 소년이 가서

장수를 부탁하니 북두칠성으로부터 수명을 연장 받았다는

설화에 연유하여 칠성님께 명(命)을 빌며

무병장수를 기원하고 있는데 이는

약사여래(藥師如來) 신앙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약사여래는 동방(東方)에 정토(淨土)를 건설하여

만월세계(滿月世界) 또는 정유리세계(淨琉璃世界)라 하신 분으로

유리의 투명한 성품처럼 온 세상을 비추는 빛으로

중생들에게 이로움을 주는 부처님입니다.

그는 이 빛으로 생명을 있게 하고,

그 생명이 어둠이 아닌 빛으로 가득하게 하여

무병장수(無病長壽)하게 하는 공덕이 있는 것입니다.



이 약사여래와 칠성 또는 치성광여래의 관련성은

그 두 분 부처님의 좌우보처(左右補處)가

누구인가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법당에 모셔진 부처님이 누구인지 잘 모르는 경우는

좌우에 모셔진 보살님이 누구인가를 보면 되지 않겠습니까?

좌우에 문수보살님과 보현보살님을 모셨으면

가운데 부처님은 보나마나 석가모니부처님이 분명하고,

좌우에 관세음보살님과 대세지보살님 또는 지장보살님을 모셨으면

아미타불이 주불로 모셔진 것입니다.

그러면 약사여래의 좌우보처는 누구입니까?

그렇습니다.



약사여래의 좌보처는 일광보살(日光菩薩)님이고,

우보처는 월광보살(月光菩薩)님입니다. 그

렇다면 치성광여래 즉 칠성님의 좌우보처는 누구이겠습니까?
그렇습니다.

놀랍게도 약사여래의 좌우보처와 같은 일광,월광보살님입니다.

좌우보처가 같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합니까?

부처님이 같은 분이라는 의미가 아니겠습니까?

그렇습니다. 약사여래와 칠성님은 그 하시는 일이

중생들의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하는 일

즉 수명과 장수를 담당하는 공덕을 짓고 계시는 것입니다.

칠성각에 명다리를 건다고 하는 것은

실타래처럼 긴 수명을 갖게 해 달라고

수명을 다루는 분께 기원하는 문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실타래를 명다리라고 하는 것은

문화인류학에서 말하는 유감(類感)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비슷한 이미지의 것을 보거나 행해서

같은 효과를 보았으면 하는 의식구조에서 만들어지는 민속이지요.

기우제를 지내면서

샘 가에서 물을 키에 얹어서 까부는 것이나

아들을 낳기 위해 남근 같이 생긴 것들을

갉아 먹는 것 등이 이에 해당합니다.


제주도의 무가(巫歌) '칠성본풀이'에서는,

절에 불공을 드려 낳은 외동딸이

중의 자식이라 집에서 쫓겨났다가

뱀으로 변신하여 일곱 마리의 뱀을 낳았는데

모두 딸이었고 막내딸이 뒤꼍 주저리 밑으로 들어가

부군칠성(밖칠성)이 되었고,

어머니는 쌀독에 들어가서 부자가 되게 하는

안칠성이 되었다고 하는 이야기가 있는데

이는 칠성이라는 이름이 들어가기는 했지만

우리 불교의 칠성과는 무관한 이야기입니다.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최남선의《조선상식(朝鮮常識)》등의 자료에 의하면

칠석날에 절에 가서 불공을 드리기도 하지만

민가에서는 칠석날의 가장 대표적인 풍속으로는

여자들이 길쌈을 더 잘할 수 있도록 직녀성에 게 비는

걸교(乞巧)라는 것을 하였다고 합니다.

이 날 새벽에 부녀자들은 참외, 오이 등의 초과류(草菓類)를

상위에 놓고 절을 하며 여공(女功:길쌈질)이 늘기를 비는데

잠시 후에 상을 보아 음식상 위에 거미줄이 쳐져 있으면

하늘에 있는 선녀가 소원을 들어주었으므로

여공(女功)이 늘 것이라고 기뻐합니다.

혹은 처녀들은 장독대 위에 정화수를 떠놓은 다음,

그 위에 고운 재를 평평하게 담은 쟁반을 올려놓고

바느질 재주가 있게 해 달라고 비는데,

다음날 재 위에 무엇이 지나간 흔적이 있으면

영험이 있다고 믿었습니다.

이러한 풍속은 직녀를 하늘에서

바느질을 관장하는 신격으로 여기는 믿음에서

비롯되었다고 볼 수 있으며,

원래는 칠석날 밤에 궁중이나 민가의 부녀자들이

바느질감과 과일을 마당에 차려 놓고

바느질 솜씨가 있게 해 달라고 널리 행하던

중국 한대(漢代)의 걸교(乞巧)의 풍속을 따른 것입니다.

이 풍속은 당나라 때 주변 민족들에 전파되었는데,

우리 나라도 그 때 받아들인 것으로 보이는데

우리 민족의 특색을 보이기도 합니다.



밀전병과 햇과일을 차려놓고,

부인들 은 장독대 위에 정화수를 떠놓고

가족의 수명장수와 집안의 평안을 기원하기도 하며,

이북지방에서는 이 날 크게 고사를 지내거나

밭에 나가 풍작을 기원하는 밭제[田祭]를 지내기도 하였습니다.

중부지방에서는 '칠석맞이'라는 것이 있는데,

이것은 단골무당에게 자녀의 무사 성장의 기원을 부탁하는 것입니다.

무당은 물동이를 타고

기원의 상징인 명다리를 내어 바람에 불리고,

다시금 무사 성장의 기원을 합니다.


의복이나 책을 바람에 쐬는 풍속도 있었는데

이는 마침 장마도 지나 그 동안 축축해진 옷가지와 책에

곰팡이가 슬지 않게 하는 것으로 거풍(擧風)이라고 합니다.

이렇듯 책과 관련된 날이라서

글 공부하는 서당 소년과 선비들은 견우성와 직녀성 별을 두고

시를 짓거나 공부 잘할 것을 비는 풍속도 있습니다.

사랑의 이야기에다가 씨줄 날줄로 실타래를 만들 듯이

글을 잘 짓게 되리라는 기대가 있게 하는 모티브가 되기 때문입니다.



우리 나라에 칠석과 관련한 이야기가 많이 있으나

견우 직녀이야기만 알고 있어서

조금 색다른 이야기를 알려드리겠습니다.

이 이야기는 대전 부사동(芙沙洞)지역에 전해 오는 이야기입니다.


백제시대 이 마을에는 윗말과 아랫말의 두 마을이 형성되어 있었습니다.

두 마을은 사이가 나빠 항상 갈등관계에 놓여 있었지요.

윗말에는 부용(芙蓉)이라는 처녀가,

아랫마을에는 사득(沙得)이라는 총각이 살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모두 노모를 모시고 살았는데,

윗말과 아랫말 사이에있는 부사샘으로

물을 길러 다니다가 사랑에 빠졌고

결혼을 약속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신라가 백제를 침략하자

사득이는 백제군으로 징집되어 전쟁터에 나가게 되었습니다.

여기에서 비극이 싹트게 됩니다.

부용은 전쟁이 끝나기를 기다리며

사득이를 그리워하였지만 사득은 전쟁터에서 죽고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상심한 부용은 날로 몸이 야위어 갔고

날마다 사득이가 돌아오는가 싶어

뒷산(보문산) 선바위에 올라가서 멀

리 길을 바라다보다가 그만 선바위에서

실족하여 떨어져 죽게 되었습니다.

몇 해가 지난 어느 해 여름,

가뭄이 들어 샘물까지 말라 물이 나오지 않게 되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샘물을 길러

멀리 황새샘까지 가야만 했는데

이는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지요.

그런데 윗말에 사는 어느 노인의 꿈에

부용이 나타나서 자기와

사득의 영혼 결혼을 성사시켜 주면

물을 주겠다고 하였답니다.

또 아랫말에 사는 노인의 꿈에는

사득이 나타나 똑 같은 말을 하였답니다.

윗말 아랫말 사람들은 사흘 뒤인 칠석날에

샘을 깨끗이 청소하고 고사를 지내고

부용과 사득의 영혼 결혼식을 올려주었지요.

그후, 말랐던 샘에서 물이 펑펑 쏟아져 나왔고

사람들은 이 샘을 부용과 사득의 첫 이름자를 따

부사샘이라 하였고 마을 이름 또한

여기에서 유래한 것이라고 합니다.

마을사람들은 매년 칠석날이면

선바위에서 부용신에게 제사를 올리고

부사샘을 깨끗히 청소하고, 고사를 지낼 뿐만 아니라

부용과 사득의 합궁놀이를 하였는데

이것이 유래가 되어 오늘날 부사동에서는

부사칠석놀이를 행하고 있습니다.

마을이 평안하고 번창하기를 기원하는

이 놀이는 제35회 전국민속예술 경연대회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한 바 있다고 합니다.


이제 칠석의 유래와 의미

그리고 칠석에 절에 와서 법회를 보는 이유와

방법 및 민간에서 하는 일을 다 알아보았습니다.

가족들의 무병장수를 그저 빌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어리석음인 무명을 없애야만 건강한 몸도 이룰 수 있고,

수명도 길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으니
마음공부 하는데 힘써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지루한 장마를 지나 축축해진 책이나

집안 살림살이를 햇볕에 쬐어서 잘 보존하는

지혜 어린 민속도 그저 지나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길쌈 대신에 여인들의 다른 솜씨를 위한

준비 및 남녀 모두 할 수 있는 시 쓰기 등의

재주 향상을 위한 문화놀이를 하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사랑 넘치고 재주 익히는 칠석이 되기를 바랍니다.

(다음 주에는 돌아가신 조상님이나 부모형제,

자매질손 및 이 세상에 나오지도 못하고 스러져버린

태아영가 등을 천도하는 백중영가 천도법회가

있습니다. 모두 참석하여 열심히

천도 기도하고, 그 유래와 의미를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 04-08-22 법현
    제가 있는 관악산 자운암에서 오늘 이야기한 내용입니다.
  • 04-08-23 원정
    스님, 잘 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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