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재상이 대궐에서 당직 서고 있을 때 조카가 몹시 아프다는 전갈을 받았다. 그는 조카의 병세를 살피느라 새벽녘까지 열번 넘게 왔다갔다 했다. 다른 날엔 아들이 아프다는 전갈을 받았다. 몹시 위험해 보이는 토사곽란이라 했지만 한 번도 가보지 않았다. 다음 날 아들이 다 나앗다는 이야기를 같이 들은 동료 재상이 물었다. "조카가 아플때는 열번이나 가보더니 아들이 아플 때는 한번도 안가보다니... 그래 .... 아들과 조카의 아픔을 접했을 때 그 정도의 차이가 어떻던가?" 재상은 동료에게 귓속말로 말했다. "솔직히 말해서 조카가 아플 때는 열번을 가 보았지만 쉬는 여가에 잠이 들었다네. 하지만 아들이 아팠을 땐 비록 한 번도 가 보지는 못했지만 한 잠도 이룰 수가 없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