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네 이웃을 사랑하고 네 원수를 미워하라 하였다는 것을 네가 들었으나 나는 너희에게 이르노니 너희 원수를 사랑하며 너희를 핍박하는 자를 위하여 기도하라 이같이 한즉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의 아들이 되리라 이는 하나님이 그 해를 악인과 선인에게 비취게 하시며 비를 의로운 자와 불의한 자에게 내리우심이니라 너희가 너희를 사랑하는 자를 사랑하면 무슨 상이 있으리요 세리도 이같이 아니하느냐 또 너희가 너희 형제에게만 문안하면 남보다 더 하는 것이 무엇이냐 이방인들도 이같이 아니하느냐 그러므로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의 온전하심과 같이 너희도 온전하라"(마5:43-48)

이 세상에서 살다가 누군가로부터 도움을 받으면 그것을 친구 혹은 스승으로 여기며 좋아하게 됩니다. 그러다가 뭔가 괴롭힘을 당하게 되면 그것을 원수로 봅니다.

그러나 그게 아닙니다. 친구가 있으니 원수가 있고, 원수가 있으니 친구가 있는 것입니다.
친구 따로, 원수 따로 그렇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친구와 원수는 서로가 서로를 의존하여 서로 동시성으로 존재하는 것입니다.

어떤 친구를 만나 좋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러면 그 반대편에는 어김이 없이 나쁜 느낌이 같이 따라나오는 것입니다. 어떤 원수를 만나 나쁜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러면 그 반대편에는 어김이 없이 좋은 느낌이 같이 따라나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좋은 느낌, 나쁜 느낌은 별도로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가 서로를 보완, 상충시키는 작용으로서 항상 공존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친구를 사랑할 것도 없고, 원수를 미워할 것도 없이, 좋은 느낌이 오면 '아하! 그렇구나' '좋은 놈이야'하고 인정하여 주고, 싫은 느낌이 오면 '어? 이게뭐야' '에이! 이눔아'하면서 인정하여 주고 하며는 그러한 상호보완적 작용들이 충돌을 일으키지 아니하고 서로 화목을 이루기 때문에, 마음의 평화가 이루어지게 되는 것입니다.

즉 좋으면 좋은 대로, 나쁘면 나쁜 대로 그러한 각각의 성질을 공평하게 인정하여 주면 좋은 것도 좋은 것이 되지 아니하고, 나쁜 것도 나쁜 것이 되지 않아서, 서로가 서로를 위하는 모습으로 상존하게 되니, 천국도 지옥도 아닌, 이름하여 나의 법신이 되는 것입니다.

수행을 하게 되면 원수와 같은 모습들이 아주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더 오히려 왕성해지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됩니다. 더 심한 괴롭힘을 당하는 듯한 느낌도 받게 됩니다.
그런데 그것은 지극히 당연한 것입니다.
수행을 통하여 깨달음이 오게 되면 좋은 느낌이 활발하게 일어나니, 나쁜 느낌도 아울러 활발하게 일어나는 것입니다. 좋은 느낌과 나쁜 느낌은 항상 공평하게 일어나는 것입니다.
따로 별도로 한쪽만이 일어나는 것은 절대로 불가한 것입니다.

그러므로 수행을 통하여 이러한 이치를 터득하게 되면, 그 모든 것이 실로 지극히 다 당연할 뿐이라는 것을 알기에, 좋으면 좋은 대로, 싫으면 싫은 대로 살아가게 되는 것입니다.

나는 천국도 아닙니다. 나는 지옥도 아닙니다. 그러니 나는 좋은 것이 좋은 것이 아니며, 나쁜 것이 나쁜 것이 아닙니다. 다만, 그러한 이치가 참으로 온전하다고 하는 것을
아버지의 뜻을 받들어 '예'와 '아니오'로 공평하게 할 뿐인 것입니다.

수행 잘하며 천국(기쁨)가면 어떻다는 것이고, 수행 잘못하여 지옥(괴로움)에 가면 또한 그게 어떻다는 것입니까? 그게 나하고 무슨 상관이 있는 것입니까?

나는 좀 부족해도 그 모든 법들이 실로 완전하니, 그러한 완전속에 거하여 살아 갈 수 밖에 없는 것이 아닙니까? 그러니 제가 혹 수행을 잘해서 기쁨이 와도 괜찮고, 수행을 잘못해서 괴로움이 와도 또한 괜찮은 것입니다. 괴로움 그 자체가 이미 완전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