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루살렘 이야기

예루살렘 이야기를 시작함에 있어서2

04-02-20 김춘봉 987
(의상을 벗기자)

사랑스러운 여인이 있었답니다.
고귀한 분위기 탓에 흠모의 대상일 수밖에 없었던 여인은
어느 날 옷을 벗었습니다.
꿈인 양, 나신을 보게 된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큰 절을 했습니다.
아마도 외경심이 동했나 봅니다.
여인의 가슴은 풍만했고,
나는 한 마리 작은 노루였습니다.

고단한 삶을 살면서 곰곰이 생각해보았습니다.
왜 노루가 초원을 떠나야 했는지.
여인은 어디로 갔는지.
내게 다가온 그녀를 사랑해야 하는지.

그녀의 찬란한 의상 때문일까?
도무지 사랑할 수 없습니다.
나신의 아름다음에 흠뻑 취했던 나.
그녀의 의상이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패션디자이너의 장난에 놀아나는 그녀.
그래서 거친 사내가 되기로 했습니다.
의상을 벗기자.
이천 년 전, 갈릴리 언덕에서
조용히 말한 어느 젊은이를 기억하면서.


(민초들을 위한 작업)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예루살렘 실세였던 총독 빌라도, 안나스, 대제사장 가야바, 안티바.
그리고 빌립, 헤롯의 손자 아그립바에게도 말할 기회를 주자.
그들은 사건에 깊이 관여했던 인물들이다.
이제 그들이 전면에 나서서 젊은이가
무엇 때문에 죽어야 했는지 밝힐 차례다.
이는 마치 벌이나 나비의 횡포에 시달리면서도
깃털에 뭍은 화분을 통해 열매를 맺어야 하는
민초들의 작업이기도 하다.


(원죄)

모든 죄를 뒤집어쓰고 저주 받아야 하는 뱀의 서글픈 사연을 아십니까?
뱀은 허물을 벗으면, 더 자라는데
왜소한 몸을 텅 빈 소라에 숨기며 사는 자들이
시샘하면서 꾸며낸 이야기에 불과하답니다.


(마음)

지구가 존재하기 위해서는
무한한 우주공간이 필요합니다.
‘나’ 의 인식 또한 무의식이라고 하는
우주적 뒷받침이 있기 때문에 가능합니다.
이 무의식의 세계를
우리는 마음이라는 말로 달리 표현하는 것이랍니다.


(슬기로운 자와 미연한자)

태초에 세상을 창조하시고
조물주께서 안식에 들어가시려는 때.
나무들이 웅성거렸습니다.
“무슨 일인가?”
“왜 열매를 만들어주지 않으셨어요?”
조물주께서는 빙긋이 웃으시며
“그것은 너희들 몫이지!”
그 때부터 피조물은 창조적 과업에 동참할 기회를 가지게 됩니다.

호두나무 경우를 살려볼까요?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더랍니다.
크기는? 모양은? 색깔은?
이렇게 고민하는 중에 사람이 지나갔습니다.
그 순간, 느낌이 왔습니다.
그래서 소리쳤습니다.
“나는 할 수 있다.”
사과나무도 비슷한 경험을 했습니다.
“나도 할 수 있다.”
밀림 구석구석에서 똑같은 소리가 들여왔습니다.
“우리도 할 수 있다.”
여름이 지나가고 가을이 왔습니다.
호두나무는 자신의 열매를 보고 대단히 만족스러워 했습니다.
마음에 쏙 들었으니까요.
사과나무도 사과를 보며 기뻐했습니다.

그런데, 호두나무 밑에서 비명소리가 들려 왔습니다.
누군가에 의하여 호두알이 깨지고 있었던 것입니다.
사과나무 밑에서는 사과 씨가 뿌리내림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무엇이 이토록 두 나무의 처지를 다르게 만들어 놓았을까요?

첫 열매 이후, 밀림의 생리는 도식화 되갑니다.
한 쪽에서는 이빨에 대항하는 단단한 껍질 만들기에 주력합니다.
다른 쪽에서는 탐스러운 열매 만들기에 바쁜 시간을 보냅니다.
이처럼 다양한 삶이 연출됩니다.
지혜로움과 미련함, 슬기로움과 아집이 세상에 가득합니다.




  • 04-02-20 원정
    님의 글을 통하여
    이 땅이
    바로 예루살렘임을
    확인할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 04-03-22 마음
    뱀이 허물을 벗어 성장하듯 우리도 허물을 벗어야함을 봅니다. 집착을 벗고 아집을 벗고 욕심을 벗고 욕망을 벗어 새로움(사랑)을 입고 또 입어야 삶을 살아가지 않겠냐고 소리질러 알리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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