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루살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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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가장자리에 남은 사람들]

필자가 기억하는 가족사는 온전한 이야기라기보다 몇 장면에 파편에 가까웠다. 어른들의 말투와 표정, 낯선 지명. 누구는 끝내 설명해 주지 않았던 일들. 어린 나는 그것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마음속에 묻어두었다.시간이 흐른 뒤 기억을 꺼내 영상으로 엮어보았지만, 오래된 기억만으로 한 가족의 굴곡을 온전히 그려낼 수는 없었다. 장면 사이에는 빈칸이 있었고, 빈칸을 상상으로 메울수록 이야기는 내가 바라는 쪽으로 기울었다. 그래서 다시 찾아보기로 했다.

가족의 기억이 가리키는 장소와 시대를 확인하고, 기록과 사진과 기사 속에서 그 무렵의 일을 살폈다. 인터넷은 수많은 자료가 쌓인 거인의 어깨처럼 보였다. 그 위에 올라서면 더 멀리 볼 수 있을 것 같았다.그러나 자료가 많다고 해서 모든 일이 선명해지는 것은 아니었다. 기록은 어떤 사실을 밝혀주었지만, 한 사람의 마음이나 가족 안에서 오간 말까지 대신 말해주지는 않았다.이 글은 기억을 역사로 바꾸려는 시도가 아니다. 내가 기억하는 것과 자료로 확인한 것을 나란히 놓고, 서로 맞닿는 자리와 끝내 어긋나는 자리를 살펴보려는 기록이다.

어릴 적 내 안에만 남아 있다고 생각했던 이야기가 인터넷의 자료와 만나고 다시 글과 영상으로 세상에 놓일 때, 그 기억은 더 이상 나 혼자만의 것이 아니게 된다.완벽하게 복원하지 못하더라도 괜찮다. 무엇을 기억하고 무엇을 확인했는지, 어디서부터는 아직 알 수 없는지를 남기는 일도 가족사를 전하는 한 방법일 테니까. 언젠가 누군가가 이 흔적을 발견한다면, 한 소년이 기억의 빈칸을 더듬으며 자기 가족의 시간을 찾아갔다는 사실만은 읽을 수 있을 것이다.어린 시절의 기억은 한 편의 영화처럼 이어지지 않는다. 짧은 장면들이 서로 떨어진 채 마음속에 남아 있다. 평양의 집, 어른들의 말, 전쟁통에 오간 가족의 선택. 나는 그 장면들을 오래도록 내 기억 속에만 두고 살았다.

기억은 선명한 듯하면서도 빈틈이 많았다. 그 빈틈을 짐작으로 채워 가족사를 영상으로 만들어 보았지만, 그렇게 만든 이야기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었다. 그래서 기억이 가리키는 곳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사진을 살피고 오래된 기사를 검색하고 당시의 역사 기록을 읽었다.인터넷에서 발견한 사진 한 장 앞에서 나는 한동안 화면을 들여다보았다. 사진 속 아이가 낯설지 않았다. 내가 기억하는 어린 시절의 모습과 겹쳐 보였다. 종군 기자들이 사진을 찍던 순간, 군중 뒤편에 서 있던 소년. 그 소년이 나였다는 기억이 사진과 마주하면서 비로소 바깥세상의 기록을 얻었다.화진포에서 찍힌 사진에서도 익숙한 얼굴을 찾았다. 내 기억 속에 남아 있던 고모의 모습이었다. 

사진은 내가 알고 있던 가족의 시간을 더 넓은 역사 속에 놓아주었다.하지만 사진 한 장이 모든 것을 증명해 주지는 않았다. 누가 사진을 찍었는지, 정확히 언제 어디서 찍었는지, 사진 속 인물은 누구인지 하나씩 확인해야 했다. 기억이 사진을 알아보게 했고, 기록은 기억이 어디까지 믿을 만한지 되묻게 했다.강원도 고성 화진포에서 찍힌 김일성 주석과 김정숙 여성 빨치산 대원 기념 사진에서도 익숙한 얼굴을 찾았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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