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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드로는 네로의 박해가 두려워서 허둥지둥 도망가다가 예수가 다가오는 환영을 본다.
베드로가 땅에 엎드리면서 “쿼바디스 도미네”하고 물었다.
예수가 말했다.“그대가 양떼를 버리려 하니 내가 다시 십자가에 매달리려고 간다.”
이 말에 감동받은 베드로가 로마로 되돌아가서 십자가의 거꾸로 매달려 죽는다.
쿼바디스를 발표하고, 헨리크는 노벨문학상을 받았고 영화도 만들어졌다.
가톨릭 교황과 신도들은 신약성경 내용보다 영화 <쿼바디스>를 더 신뢰하게 되었다.
이처럼 바티칸 시국에서 보고 느낀 것은 문명의 선각자 예수와 관련이 없는 내용뿐이었다. 아우구스투스 황제 이후, 나타나기 시작한 역사적 퇴행의 여파가 문학적 여흥거리와 온갖 잡동사니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내가 이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때, 가이드의 음성이 이어폰을 통해서 크게 들려왔다.
“이곳 바티칸에서는 있는 그대로를 보고 감상하세요. 우리의 상식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내용일지라도 이러쿵저러쿵 평가하고 논할 그런 자리가 아니랍니다.”
나는 깜짝 놀라면서 두리번거렸다. 은근슬쩍 나를 겁주는 소리로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 틈새에서 가이드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바티칸에서 관광 가이드들에게 그렇게 말하라고 시키지도 않았을 것이고, 아마도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가이드가 무심결에 한 말이라고 나는 믿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