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
상생의 세상
상생지기
원정 낙서
도서관
무료법률상담
공지사항
login
상생지기
전체 목록
불교이야기
성경강해
생각하는 자 바라보기
예루살렘 이야기
역사연구
물리학에서 바라본 세상
생각하는 자 바라보기
원형이정(38) 빙수
2
21-03-21
지나다가
448
원형이정(38) 빙수대학 때 오전에는 책만 읽자고 마음먹고 계획을 짜 실행해 본 적이 있다. 뇌의 피로도를 감안하여 50분 책을 보면 10분을 쉬었다. 그저 순수하게 내가 보고싶은 책들을 읽는 것이 목적이었다. 작심삼일은 아니었지만 그리 오래 끌지는 못하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오전의 일과가 크게 둘로 단순하게 구분되었다. 책을 읽는 것과 밥먹는 것. 이중 나를 기쁘게 한 것은 식사였다. 독서도 어느 정도 뿌듯함을 주었으나 점심 때 먹는 밥이 그토록 맛있을 수가 없었다. 평소에 그저 의무적으로 챙겨먹던 밥이 어찌나 맛있었던지 오래 기억에 남는다. 먹는 게 너무나도 맛이 있으니 가끔 이것에 대해 약간은 진지한 의문을 품었었다.
'인간이 살기 위해 먹는 걸까? 먹기 위해 사는 걸까?'
단순하게 당연히 '살기 위해 먹는 것이겠지' 라고 생각했던 것이 살짝 헷갈릴 정도로 먹기 위해 살만도 하다고 느꼈던 것 같다. 식도락은 사실 인간이 누릴 수 있는 최고의 기쁨 중의 하나이다. 중세 서양의 귀족들이 식도락을 위해 가득찬 위의 음식물을 게워내려고 깃털을 사용했다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과연 사실일까 실감이 안 나는 데 어쩌다 벌어진 개인사도 아니고 사회적 풍토였다면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만큼 먹는다는 것이 사람 뿐 아니라 생명체에게는 유혹적인 일일 것이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은 대개 기호식품이 하나 쯤은 있다. 한때 내 기호식품은 빙수였다. 어느 여름 날, 딸과 아들을 데리고 맛있는 것을 사주겠다고 집 근처 가게에 들러 빙수 3그릇을 시켰다. 얼른 내 그릇을 비우고 자식들 그릇을 보니 반이나 먹었을까? 싶었다. '왜 다 안 먹냐?' 라고 물으니 됐다는 것이다. 나는 그들이 남긴 것을 모두 먹었다. 속으로는 이렇게 맛있는 걸 왜 남길까 의아해 하면서.
나는 어디를 가도 항상 첫째 메뉴는 빙수였고 이것이 없을 때는 둘째 메뉴로 아이스크림이었다. 자연히 여름엔 빙수 겨울엔 아이스크림이 되는 데 집에 있을 때는 굳이 사먹으러 나오진 않았지만 집밖을 나와서는 한 번씩 꼭 사먹었다. 참새가 방앗간을 지나치지 못한다는 데 나는 집에 가는 길목에 있는 롯데리아를 지나치지 못했다.
나는 건강에 좋지 않다고 생각하면 칼로 무 자르듯이 금하는 편이다. 초코렛을 즐겨 내 책상 서랍엔 늘 종류별로 쌓여있었으나 당뇨수치가 오르자 단번에 끊었다. 수육이 좋다하여 즐겼으나 콜레스트롤 수치가 오르자 더 이상 찾지 않았고. 빙수는 그러나 몸 어디에서도 이상 신호를 보내오지 않았다.
찬 음식이 특히 나이들어서는 좋지않다는 것을 익히 들었으나 평소 단전호흡을 하면서 몸 관리를 잘하고 있다고 생각한 나는 이 정도의 기호식품은 나에게 선물이라고 마음놓고 있었다. 그래서 이 습관은 몇 년을 끌며 계속됐다. 몸에 통증이 주기적으로 반복해 찾아왔을 때도, 나는 지금 생각하면 미련스럽게도, 혹시 하고 관련성을 의심하지 못했다.
내가 담도암이 걸린 후 찬 음식이 혹시 연관이 있지않을까 의심이 든 것은 수술 후 친구의 권유로 이상구 박사의 뉴스타트 프로그램에 참석하고서이다. 강의 중 이 박사가 손주가 아이스크림을 좋아하는 데 한 달에 3번만 먹기로 약속했고 3번을 먹고도 더 먹고 싶어하면 다음 달에는 그만큼을 빼고 먹기로 다짐한다는 것이다. 나는 순간 '어? 나는 매일 먹는데?'라고 의문이 스쳤다.
강의 후 아이스크림이 그렇게 안 좋은거냐는 나의 물음에 이 박사는 술보다 더 안 좋을 수도 있다고 답했다. 검색을 해보니 아이스크림이 의사가 기피하는 식품 1호로 나온다. 나는 그제서야 비로소 아이스크림과 빙수같은 찬 음식의 과도한 섭취, 그리고 그것이 오랜동안 이어져 온 습관이 암의 발병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을 수 있겠다는 의심을 할 수 있었다.
모든 먹거리에는 스스로를 지키려는 나름의 독성이 있는데 쌀은 그중 인류가 가장 오랫동안 부작용 없이 먹어 온 식품이다. 그러나 쌀밥도 설탕덩어리여서 암환자들은 조절이 필요하다. 모름지기 음식 중에 과도하게 먹어도 좋은 것은 없다. 빙수와 아이스크림이 암의 직접적인 주원인인지는 확실치 않지만 장기로 꾸준히 먹었다면 혐의를 충분히 받을만 하다. 나는 이번에도 역시 단칼에 끊었다.
예전에 술 담배를 즐길 때는 그렇지 않았는데 그것들을 끊고나니 이상하게 늘 기호식품을 달고 살게 된다. 내가 요즘에 약간의 숙고 끝에 찾은 기호식품은 강냉이다. 강냉이가 비교적 몸에 덜 해롭지 않을까 싶어서다. 이것이 그리 나쁜 축에 드는 식품이 아니길, 그리고 무엇보다도 맛있다고 지나치게 즐기지 않도록(아내는 이미 거기도 설탕이 많다고 경고한 바 있다) 먹을 때마다 먹고 있는 자신을 바라봐야 하겠다.
돌아가신 장인 어른이 치매가 심하셔서 요양원에 계실 때 자주 하신 말씀이 무얼 드실 때마다 '이렇게 맛있는 건 처음 본다' 였다. 그러고보니 인간이 마지막 죽기 전까지 호사를 누릴 수 있는 것이 먹는 게 아닐까 싶다.
목록
댓글쓰기
21-03-21
모모
지나가다 님도 그런게 있군요.^^
매우 인간적인 이야기들을 들으면서..
참 멋진분이구나. 다시한번 생각됩니다.^^
전 어릴때부터 좋아하는 것..그것이 음식이든 뭐든..
꼿히면 끝장을 내려고 덤비는 편입니다.
딱..질릴때까지가 끝이지만요.^^
그래서 먹는것도 세번이고 네번이고 열번이고..그러다 질리면..
실컷 먹어봤다..원없어.
그러면서 멈추지요.^^
그래서 크게 미련있는건 없는 편인거 같습니다.^^
21-03-23
원정
카스테라, 팟빙수....
제가 어렸을 때 먹고싶은 음식들이었는데.....
아마도 어린 시절에는 돈을 내고 사먹어 본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나이를 먹어서 경제적 여유가 있을 때는 식성이 변해버렸는지 그리 땡기지가 않네요.^^
제가 몸에 열이 많았나 봅니다.
찬 음식을 좋아했지요.
근데.....
최근에는 물도 따뜻한게 좋고 음식도 따뜻한게 좋더군요.^^
댓글쓰기
댓글 등록
21-08-30
지나다가
생각¨
원형이정(41) 원정님께 드리는 글
12
365
21-07-26
지나다가
생각¨
원형이정(40) 깨달음 부활 천국
6
327
21-05-17
지나다가
생각¨
원형이정(39) 풍욕
4
450
21-03-21
지나다가
생각¨
원형이정(38) 빙수
2
449
21-03-15
지나다가
생각¨
원형이정(37) 암
2
530
21-03-10
지나다가
생각¨
원형이정(36) 고통
4
482
21-03-02
지나다가
생각¨
원형이정(35) 기차 여행
4
450
21-02-21
지나다가
생각¨
원형이정(34) 원효대사
3
450
21-02-15
지나다가
생각¨
죽음
19
418
21-02-07
지나다가
생각¨
신념(믿음)
5
401
21-01-31
지나다가
생각¨
삶의 목적
8
556
21-01-24
지나다가
생각¨
공간
6
473
21-01-16
지나다가
생각¨
행복
1
351
21-01-10
지나다가
생각¨
창조설
2
433
07-03-10
지나다가
생각¨
원형이정(13) 자살 충동
3
1,427
1
2
3
1
2
3
목록
Copyright © 相生의 世上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