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는 자 바라보기

원형이정(37) 암2

21-03-15 지나다가 530
원형이정(37) 암

이유없는 통증이 주기적으로 찾아왔을 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거의 본능적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것이었다. 본능적이라 함은 바라보기가 나에게 습관적으로 장착됐다는 의미이다. 이것은 신을 믿는 사람이 위기의 상황에서 신을 찾듯이 또는 무언가에 의지해 있는 사람들이 의지처를 찾듯이(이런 경우 주문을 외운다거나 부적을 찾는다거나 수많은 방법들이 있을 것이다) 내가 어렵다고 느껴지는 상황에서 대처하는 나의 유일한 방법이다. 나는 항상 바라보기가 어떠한 상황에서도 최선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나는 이것이 내 삶이 어려울 때 많은 도움이 됐다고 생각한다. 가령 사람들은 고통이 따를 때 필요 이상으로 그 고통을 더 키우는 수가 있다. 죄지은 것에 대한 신의 벌이라든가, 전생의 인과라든가, 나쁜 일이 일어날 징조라든가 등등 생각이 복잡해져 스스로 스트레스를 더 확대시키는 것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판단없이 고통을 바라보는 것이었다. 이것으로 내가 고통이 주는 아픔을 피할 수는 없었지만 대신 아플 만큼만 아프게 하였지 고통을 더 키우지는 않았다고 생각한다.

생식을 하면서 통증은 더 이상 찾아오지 않았는데 얼마 후 나는 평소와 다른 몸 상태를 감지했다. 약간 몸 상태가 느낌이 좋지 않으며 변이 그동안 본적이 없는 회색으로 나오는 것이었다. 나는 즉시 응급실을 찾았다. 검사 결과는 담도가 암으로 막혀있다는 것이다. 담도암이었다.

줄곳 수술을 권하던 여의사가 이번에도 수술을 안 할거냐고 물었다. 나는 웃으며 "해야죠"하고 답했다. 그리고 바로 입원을 하고 수술 날짜가 잡혔다.

담도암이나 췌장암은 생존률이 가장 낮은 암이다. 증세가 있어서 병원을 찾을 때는 대개 이미 말기 상태여서 치료가 힘들기 때문이다. 수술 결과 나는 다행히 2기 말이었고 림프관으로 전이되기 직전이어서 깨끗이 암을 제거할 수 있었다. 수술 후 예방 차원에서 방사선과 항암치료를 동시에 6회만 받으라고 하는 걸 나는 거부했다. 화학요법을 한다고 재발이 안된다고 보장할 수 없으며 안 한다고 재발된다고 할 수도 없지만 재발 확률을 10% 정도라도 낮출 수 있다며 의사는 치료를 권했다. 나는 화학요법까지 받고 싶지는 않았다.

우연히 암에 관한 정보를 찾다가 김의신 박사의 유튜브를 보게되었다. 김 박사는 세계 최고의 암 전문병원이라고 하는 미국의 MD 앤더슨 암센타의 종신교수이다. 그는 1991년부터 2년마다 연속으로 총 11번에 걸쳐 미국 최고의 의사(The Best Doctors in America)로 선정된 인물이다.

김 박사는 그간 수천 명의 암환자를 만났는데 암 선고를 받고도 편안해하는 사람은 없었다고 한다. 유일하게 기독교 신자 1명을 보았을 뿐이었다고 말한다. 믿음이 암 선고를 받아도 편안할 수 있는 힘을 준다는 사례가 밝혀진 셈이다. 나는 명상이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사례가 될 것이다. 내 마음은 담담했다. 암은 암세포가 핏줄을 타고 전신을 돌아다니는 전신병이어서 초기와 말기를 구분하는 것이 별 의미가 없으며 항상 재발의 위험을 안고 있는 병이라고 김 박사는 말한다. 나는 암선고 후 지금까지 암으로 인해 특별히 스트레스를 받은 기억이 없다. 김 박사는 또 미국인은 암선고를 받고 자신이 언제 죽게될 지 묻는 사람을 한명도 본적이 없다고 한다. 반면 한국 사람은 백프로 묻는 질문이라는 것이다. 나는 역시 한국인임에는 틀림없다. 내가 최초에 떠올린 것이 죽음이었으니까.

암 선고를 받은 나는 의식은 성성했고 마음은 고요히 깊은 평안에 압도되었다. 때는 9월 말, 혹시 내가 올해 안에 죽을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문득 스쳤다. 그리고 여한이 없었다. 죽음이 두렵지 않다는 평소의 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내 몸이 그동안 무언가 참 힘들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동안 나의 정신을 이렇게 맑게 밝혀준 내 몸이 참 고마웠다.

그렇다고 내가 암이란 병을 평소 대수롭지 않게 여긴 것은 아니다. 검사 결과를 기다리며 나는 자문해 보았다. 만약 내가 암보험에 많은 돈을 들었다면 지금 암이라해도 괜찮을까 물었을 때 아무리 많은 돈이 생긴다고 해도 암은 싫었다. 그러나 일단 암이 확정되자 나는 즉각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암의 원인은 수없이 많아 알 수 없으나 스트레스를 제일 큰 원인으로 꼽는다. 나는 내가 암에 걸린 것을 이해할 수 없었다. 나를 잘 아는 주변에서도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내가 암에 걸렸다는 것은 이해가 안 된다는 눈치였다. 나는 몸과 마음 관리를 잘하고 있다는 확신에 실손보험을 들 때도 보험료를 최소화하기 위해 암 조항은 일부러 넣지 않았었다. 그러나 육체는 과학이다. 이유없이 암이 올리 없다고 나는 생각한다. 나는 한참이 지난 후에야 내 나름의 암이 될만한 원인을 짐작할 수 있었다.  
  • 21-03-15 원정
    저는 암이라는 진단을 받는다면 ...
    아직은 제 자신에게 스트레스를 줄 것 같습니다.
    좀 더 시간이 필요한 듯 싶습니다.^^
  • 21-03-22 모모
    전 젊어서 엄마와 언니를 암으로 일찍 보냈지요.
    두 사람을 마지막까지 가족들과 함께 돌아가면서 간호하기도 하고...

    그래서 그런지..암에 대해선 꽤 지식도 갖고 있는편입니다.
    고통까진  솔직히 잘 모르지만요.
    전..아픔땜에 정신이 망가지는게 젤 싫습니다.
    누구도 장담할수 없는게..고통이라 생각들어서..

    그래서 최대한 건강관리를 잘하려고 노력은  하는편인데..
    쉬운건 없겠지요.

    얼마전 자연치유와 관련된 한의사 한분을 알게 되어..요즘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음식 몇가지와 국민체조 하루 열번을 권해줬는데..
    따뜻함은 기본으로 챙기라 하구요.^&

    아주 간단한  집에 흔히 있는 음식 처방이었는데..
    정말 추위도 없어지고..두통도 없어지고..
    너무 신기하더군요.

    다음에 만나서 밥한끼 사드리겠다고..
    제천오면 연락달라고 했습니다.^^
    그분덕에..형제들이 다 같이 도움을 받을수 있을거 같네요.
    여자 형제들이 다 비슷한 증상이 있어서리..ㅎ

    전 이럴때
    관세음님이 도와주는구나..생각합니다.^^
    우연치곤..참 신기하게..좋은분을 만나는  이 행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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