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는 자 바라보기

원형이정(34) 원효대사3

21-02-21 지나다가 479
원형이정(34) 원효대사

어려서 크리스마스날에 교회에서 떡을 준다기에 친구들과 어울려 교회에 간 기억이 아련하다. 그 뒤로 다시 교회에 간 기억이 없다. 다음 해에도 권유를 받았으나 무얼 먹으려 간다는 게 귀찮았던 기억이 아스라하다.그 뒤로 청소년이 되어 또 한번 교회에 갔었는데 '복음'이란 말을 들었던 기억이 선명하다. 복음을 '기쁜 소식'이라고 했다. 그래서 물었다. 어떻게 그게 정말인지 알 수 있냐고. 그랬더니 성경에 그렇게 써있다는 것이다. 성경에 있다고 해서 어떻게 그걸 사실이라고 믿을 수 있느냐고 다시 물었다. 성경은 인간이 썼지만 성령의 힘으로 쓴 것이라 모두 하나님의 글이라고 말했다. 나는 이 대목에서 너무나도 실망이 됐다.

성령의 힘으로 쓴 것인지 인간이 쓴 것인지 어떻게 알지?

한번은 또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성경을 네가 몰라서 그런다고. 그걸 읽다보면 알게된다고. 그래서 작심을 하고 성경을 처음부터 읽어 볼 요량으로 창세기부터 읽어내려갔다. 나는 창세기를 다 읽지를 못하고 책을 덮었다. 무언가 영감을 주고 번뜩이는 지혜의 내용이 있으려나 기대했다가 포기하고 만 것이다.

성경은 인류가 가장 많이 읽은 책으로 기록된다. 처음부터 끝까지 사경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 많은 사람들이 한번씩은 봤다는 성경을 나는 지금까지도 일독을 하지 못했다.

그런 내가 천수경에 나오는 <신묘장구대다라니>를 계룡산을 한바퀴 돌며 잠깐 점심으로 싸간 김밥을 먹을 때 빼고는 쉼멊이 속으로 암송했던 기억이 있다. 당시는 아침에 일어나면 먼저 이 경을 한번 암송하는 것이 일과의 시작이었다.

내가 이 다라니를 그토록 애지중지 암송한 연유는 이렇다. 어느 후배로부터 형님이 원하는 것을 이루려면 이 다라니를 매일 몇번씩 암송하라는 것이다. 당시 나는 자신을 바라보는 것으로 아주 만족하던 사람이었다. 국선도를 동시에 하며 몸과 마음을 잘 다스리고 있다고 생각하여 후배의 이 제안을 듣자마자 거부감이 들었다.

후배는 자신이 이걸 암송하면서 얻은 체험담을 얘기하며 마지막에 덧붙이길 원효대사가 이걸 암송했다고 했다. 순간 내가 속으로 주춤했다. 그리고 나는 이 덫에 갇혔다. 이유는 이렇다.

나는 당시 주말이면 계룡산을 등반했다. 그리고 가끔 텐트를 가지고 가 하룻밤을 자고오기도 했는데 그날은 정상 넘어 위치한 등운암에서 하루를 묶기로 했다. 방을 정하고 짐을 푸는데 같이 하루를 보내게 된 어떤 청년이 그릇에 무얼 담고 있었다. 그래서 뭐냐고 물었더니 산에 기도하러 간다는 것이다. 나는 심심해서 그를 따라나섰다. 어느 곳에 도달하니 바위틈에 부처가 모셔져있었고 그는 가져온 것을 내놓고 기도를 하는 것 같았다. 나는 서서 평소에 하던 단전호흡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방으로 돌아온 그 청년은 내게 흥미를 돋구는 말을 해줬다.자기는 박수인데 기도를 하던 중 원효대사로 생각되는 고승이 나타나서 앞에 있길래 웬일로 오셨냐고 물었더니 나를 가리키며 저 사람을 선계로 이끌기 위해 왔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자신에게 나타난 것은 나에게 그 말을 전해주라는 의미라는 것이다.

나는 당시 깨달음이라는 것에 목말라있었다. 술을 한잔 먹으며 스스로 자문해보면 더 이상의 소원이 없었고 오직 하나 깨달음이 과연 무엇인지 궁금했었다. 이런 차제에 박수의 말은 나를 고무시키기에 충분했다. 그로부터 얼마 후 후배로부터 이런 다라니라는 게 있고 그걸 원효대사가 했다니 나는 정말이지 후배의 말을 거역할 수 없었다. 계룡산에서 내가 그 박수를 만나지 않았다면 후배의 말을 귓등으로 흘렸을 것이다. 평소의 나라면 그런 주문으로 소원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은 한푼 가당치도 않은 것이었다.

그로부터 한참 후 내가 마하르쉬를 알게되고 "나는 누구인가?"라는 화두가 가슴을 꽉막히게 하더니 어느날 그것이 시원하게 뚫린 날, 그 이후 나는 비로소 원효대사의 그늘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다라니도 당연히 그만두었다. 빨리 암송하면 대략 1분 정도 걸리기에 목욕탕에서 냉온욕을 할 때 시간을 재기 위해 가끔 써먹곤 한다.

그 뒤로도 원효대사는 가끔 내 주변을 맴돌았다. 경주 어딘가를 갔더니 그 집주인이 남다른 능력이 있었는데 내가 계룡산의 이야기를 했더니 어제 자기 집 계단에 원효대사가 앉아있길래 어쩐일일까 했었는데 이제야 그 이유를 알았다는 것이다.

경주에 사는 또 다른 어느 분은 나와는 일면식도 없는데 편지를 두번이나 보냈다. 거기에는 후천개벽이 된다는 시점과 지구가 정화된 후 새롭게 정착을 하게되는데 내가 원효대사의 제자에 속해 있었다. 전화를 걸어 어떻게 이런 걸 알았냐고 물었더니 우주에서 음성이 들린다는 것이다. 그가 말한 지구 정화의 시점은 이미 지났다. 그리고 연기됐다고 들었다고 했다. 나에게는 이런 것들이 별 의미가 없다.

내가 가슴과 머리에 뭉친 답답함을 직접 바라보길 접어두고 원효대사를 나를 이끌어 줄 믿음의 대상으로 삼았다면 아마 지금도 계룡산의 경험을 망각하지 못한 채 대사의 그림자에 의지해 다라니를 외우며 후천개벽에 미련을 두고 있을지 모른다. 
  • 21-02-22 원정

    참으로 재미있고, 아름다운 이야기입니다.

    저는 어떤 화두를 뚫거나 큰 깨달음을 얻은 바도 없지만,

    지나다가님의 글을 읽으니 마냥 행복하고 미소가 돕니다.^^

    지금 이 순간이 천국이고 극락입니다.

     

  • 21-02-23 모모
    재밌어요.^^

    전 요즘 이런 생각이 듭니다.
    해탈했다는 부처들이..세상에 오는거 없이 가는거 없이..왜 이리도 자주 보이지.
    식물 동물..사람들 속에서 
    요렇게도 잠깐 보였는가 싶으면 없고.
    저렇게도 잠시 나타났다 싶으면 사라지고..^^

    딱 꼬집어 붙들어 맬수도 없고..
    찾았다 싶으면 없고..

    그것이 예수든 부처든 성모마리아든..
    마음이 좋아하는 형태로 무의식이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싶네요.

    전 다 좋아해선지..참 여러모습으로도 보여집니다.
    얼마전 친정 아버지의 눈속에서 잠시 아버지의 부처를 만났는데..
    너무 좋더군요.
    아주 잠깐..
    그리고 다시 원상복귀..ㅋ

    그러면서 생각했지요.
    아버지도 참 성스러운 법기였구나..
    본인은 알까..ㅎ
    세상은 알수록  참 신비롭네요.^^
  • 21-02-24 지나다가
    해탈했다는 부처들이..세상에 오는거 없이 가는거 없이..왜 이리도 자주 보이지.
    식물 동물..사람들 속에서 
    요렇게도 잠깐 보였는가 싶으면 없고.
    저렇게도 잠시 나타났다 싶으면 사라지고..^^

    이게 무슨 말씀이신지요?^^

    예수, 부처, 성모마리아 등등의 모습이 나타났다 사라진다는 말씀이신가요?

    '아버지의 부처' 

    는 무얼 보신 건가요? 궁금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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