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학에서 바라본 세상

검은색과 옷0

08-10-03 나나 1,678

최근 TV에서 한 여성이 우연히 '검은색 옷은 참 우아하다.'라는 말을 듣게 되었다.

그 동안 옷에 거의 관심이 없었기 때문인지, 이 말이 참 신기하게 들렸다. 그리고 이 말을 듣는 순간 머릿속에서는 '왜 사람들이 검은색 옷을 우아하다고 느낄까?'라는 의문이 생겼다.

만약 검은색 꽃이 있다면, 우리는 '그 꽃이 아름답다. 혹은 우아하다.'라고 말할 수 있을까? 최소한 개인적으로는 검은색 꽃이 아름답다고 느껴질 것 같지 않다. 또한 일반적으로 검은색인 까마귀보다 화려한 색깔의 깃털을 가진 공작새가 아름답게 보인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무채색보다 채색 깃털을 가진 새가 더 아름답게 느껴진다. 또한  무체색이라도, 깃털이 모두 검은색인 까마귀보다 흰색과 검은색을 함께 지닌 까치가 더 친근하다.

또한, 만약 여자의 입술에 파란색 또는 검은색의 립스틱을 칠한다면 눈에 비친 여자의 얼굴은 마치 핏기가 없어서 창백하게 보일 것이다. 즉, 검은색의 옷과 검은 색 립스틱은 우리에게 서로 다른 느낌을 준다.

무채색(無彩色)은 검정, 회색, 흰색과 같이 채도가 없는 색들을 통틀어 말한다. 무채색은 자연광 아래에서 가시광선의 전 영역의 빛을 고르게 흡수, 반사할 때 나타나는 색이다. 즉 빛을 반사하는 정도가 클수록 흰색에 가깝고 반사가 적으면 검은색에 가까운 색으로 보인다.

이와 달리 채색은 가시광선 중 특정 영역(즉, 일부분)의 빛을 흡수, 반사할 때 나타나는 색이다.  만약 파란색 물체를 본다면 그 물체는 파란색을 흡수하지 못하고 반사하기 때문에 우리 눈에는 파란색으로 보여진다. 즉, 우리는 물체가 반사하는 색을 보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격식 있는 (남의 시선에 신경을 써야하는) 장소에서 입는 옷은 대부분 무채색이다. 이와 달리 일반적으로 운동, 등산 또는 나들이 등 비격식적인 장소에서, 사람들은 채색 옷을 더 즐겨입는다. 예로 등산복의 경우 파랑, 빨강색 등이 조화를 이룬 채색 옷이 많다.

(격식있는 장소에서 입는 옷인) 정장의 경우 남녀에 따라서 무채색 중 검은색과 흰색에 대한 선호도 차이가 있다. 즉, 남자의 정장은 대부분 검은색이다. 남자가 격식 있는 자리에서 흰색 정장과 흰색 구두를 신고 있는 것은 좀 드물다.

하지만 여성의 정장은 원피스나 투피스도 전체가 흰색으로 된 것을 자주 볼 수 있다. 또한 여자의 웨딩드레스는 모두 흰색이다. 이것의 원인은 아마 남성보다 여성이 자신을 외부에 드러내고자 하는 내면적인 심리가 더 크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이런 생각을 가지고 요즘 거리를 지나가는 사람들이 입고 있는 옷의 색깔을 관찰해 보았다. 많은 사람들이 무채색인 검은색과 흰색 계통의 옷을 입고 있음을 발견한다. 가끔 완전히 채색 옷을 입고 있는 경우도 있지만 이때도 주로 무채색 (예로 검은색) 바지와 채색 옷을 상의로 입거나 또는 이와 반대로 입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관점에서 사람들이 청바지(Jeans)를 유독 좋아하는 이유도 유추할 수 있을 것 같다. 즉 청바지의 진한 청색이 검은색과 가까운 색이기 때문에 청바지의 색깔이 주위 사람들에게 편안하고 좋은 느낌을 주는 것 같다.

하지만 현재의 청바지와 달리, 최초의 청바지는 광부들을 위한 옷이었다. 또한, 처음 만들어진 청바지는 청색이 아닌 갈색이었다고 한다. 1850년대 청바지를 처음 만든 스트라우스(Levi Strauss)였고, 그는 미국에서 군부대의 천막을 공급하는 사업가였다. 하지만 그가 군대에 납품하기 위해서 엄청난 양의 천막을 만들었지만 염색이 잘못되서 군대에 납품할 길이 막혔다. 하지만 스트라우스는 골칫거리였던 이 천막들을 광부들을 위한 질긴 바지를 만들었던 것이 청바지의 시초였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격식있는 장소에서 채색옷보다 무채색 옷을 더 즐겨입을까? 또한 검은색 옷에 대한 이런 선호도가 왜 까마귀에게는 적용되지 않을까?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격식있는 장소에서 채색 옷보다 무채색 옷을 입기를 더 좋아한다. 또한 남성의 경우 무채색 중에서 흰색 옷보다 검은색 옷을 더 좋아한다. 아마도 사람들의 무의식 중에 흰색보다 검은색 옷이 격식적인 장소에서 더 자신의 권위를 더 잘 나타내준다고 여기는 내면 심리가 있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이런 차이는 인간이 긴 수렵시대를 거쳤기 때문이라고 추측해 본다. 수렵시대에 사냥을 했던 남자들은 외부에 자신을 드러내지 말아야 사냥을 더 잘 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주로 안전한 집에서 육아와 살림을 담당했던 여자들은  남자들보다 상대적으로 이런 제약에서 좀 더 자유로웠을 것이다.

세계 최초로 설형문자를 만들었던 수메르(Sumer) 문명이 약 7000년 전에 시작되었음을 한번 생각해보면, 문명이 시작된 것이 극히 최근임을 알 수 있다. 즉, 한 세대를 30년으로 계산할 경우, 수메르 문명 이후 약 230세대가 지난 것에 불과할 정도로 그 기간은 아주 짧다. 그러므로 인간의 행동들 속에 숨어있는 현재의 많은 습성들은 수메르 이전의 세대(주로, 수렵과 채집시대)를 거치면서 형성된 것들일 것이다.

이런 시각으로 보면 수렵 시대에 남녀 모두가 채색 옷을 입는다는 것은 외부에 자신을 더 분명히 나타내는 위험한 행동이었을 것이다. 따라서 그 당시 이런 행동에 대한 집단의 공통적인 거부감이 현재 은연중에 나타난다고 볼 수 있다.

즉 현재 격식있는 장소에서 무채색 옷을 주로 입는 것은 아마 수렵시대의 습관이 무의식 속에 아직까지 남아 있기 때문일 수 있다. 또한 흰색 옷과 검은색 옷에 대한 남녀의 선호도 역시 밖에서 사냥 또는 집에서 살림을 하는 남녀의 역활이 달라서 생긴 잠재된 심리 때문일 수도 있다.

청소년들 사이에서 청바지 워싱(청바지 일부분에 사용한 것처럼 낡아보이게 만든 것) 또는 찟어진 청바지를 좋아하는 것은 자신의 정체성을 사회에 분명히 나타내고, 또한 사회에 대한 반항적인 생각을 표출하고자 하는 청소년의 욕망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앞의 시각으로 본다면, 이런 청바지들은 마치 군대의 전투복에 있는 얼룩무늬와 닮았다고 볼 수도 있다. 따라서 다소 과도한 추측이지만, 청소년들이 청바지 워싱 또는 찟어진 청바지를 좋아하는 것도 수렵시대로부터 연유한 잠재된 내면심리로 설명할 수도 있을지 모른다. 

21-01-24 지나다가 공간6471
21-01-16 지나다가 행복1348
21-01-10 지나다가 창조설2432
08-10-03 나나 검은색과 옷01,679
07-07-23 나나 아인슈타인과 특수 상대성이론01,719
07-05-21 김춘봉 헤롯왕01,478
07-03-26 나나 한글과 전문용어01,636
07-03-23 바람 어떤 노래11,453
07-03-10 지나다가 원형이정(13) 자살 충동31,425
07-03-07 바람 언약의 의미11,365
07-03-07 김춘봉 (소설) 유대 왕 아그립바 - 1장, 귀국(3)11,068
07-03-05 바람 텅빔이 곧 충만외에 다름이 아니다21,400
07-03-03 김춘봉 (소설) 유대 왕 아그립바 - 1장, 귀국(2)21,129
07-02-23 김춘봉 (소설) 유대 왕 아그립바 - 1장.귀국(1)21,373
07-02-12 나나 흑사병과 유럽의 성장22,2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