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전부터 글쓰기에 대해서 조그만 관심이 생겼다.
공과대학(工科大學)에서 공부를 하다 보니, 한자과 글쓰기에 대해서 관심이 없었다.
요즘은 한자에 조금 관심이 있다.
가령 美(미)는 큰(大)과 양(羊)이 합쳐진 단어이고, 이 단어의 처음 의미가 변해서 현재와 같은 의미가 되었지만 이것을 통해서 옛날 사람의 생각들을 조금은 볼 수도 있다.
한자에 무관심했기에 공부를 하다가 여러 번 부닥쳤던 문제, 즉 다른 분야를 새로 공부할 때 한자으로 된 전문용어의 생소함 때문에 생기는 어려움을 겼었다. 따라서 전문용어의 뜻을 파악하는데 한자보다 영어가 훨씬 쉬웠다.
그 원인은 첫째로 한자가 사성(四聲, 즉 평성, 상성, 거성, 입성)을 사용한다는 것에서부터 시작된 것 같다. 한글의 약 80%를 차지하는 한문은 이 사성 때문에 우리말에서 자주 혼란을 야기한다.
예로, 한글의 '눈'은 하늘에서 내리는 '눈'과 사물을 보는 신체의 '눈'으로 서로 아주 다른 사물을 지칭하기 때문에 단어의 사용에 있어서 혼란을 일으키지 않다.
하지만, 중국인들은 한자를 사성, 즉 음의 높고 낮음을 이용하여 같은 음을 가졌지만 4가지의 다른 음의 조합을 사용하여 이 단어들을 쉽게 구분할 수 있다.
http://kin.naver.com/db/detail.php?d1id=11&dir_id=110110&eid=hEJ2lVrIJ+BcSTApbnBZYNZ+QeXGj180&qb=x9HA2sDHILvnvLo=
즉, 중국 사람들에게 음의 높고 낮음을 조절하여 서로 구분되는 단어들이지만 한국 사람들에게는 이 단어들이 똑같이 발음되기 때문에 같은 음을 가진 한자가 서로 혼란을 일으킨다.
이와 같이 한국말의 경우 한자의 사용으로 서로 같은 음을 가진 단어들이 너무 많고, 또한 한자 자체가 굉장히 어렵다보니 자기의 전공분야를 잘 안다고 해도 다른 분야에서 사용하는 전문용어는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
둘째로는 한문이 소리글자(표음문자, 表音文字)가 아니고 뜻글자(표의문자 , 表意文字)이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소리글자인 영어의 경우, 단어의 의미를 확장하여 아주 다양하게 사용하고 있다. 그 예는 영어에서 잘 알 수 있다.
그 예로 날짜라는 기본 의미와 함께, date의 경우 사람이 주어가 될 경우 뜻이 확장되어 남여가 만나는 데이트를 나타낸다. 요즘, TV 프로그램은 그 틀을 조금 바꾸어 시즌(season)제로 하기도 한다. 하지만 계절을 나타내는 season이 그 단어의 의미를 확장하여 새로운 영역에 사용되지만 별 거부감 없이 그 의미를 짐작할 수 있다.
영어의 이런 의미의 확장성은 거의 모든 단어에 나타나며, 이것은 문자적으로는 영어를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 하지만 한문의 경우 그 의미에 맞도록 새로운 용어를 만드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새로운 용어는 어려운 한자를 사용할 경우가 많다. 이것은 그 뜻에 맞도록 용어를 만들려는 무의식적인 노력 때문입니다. 한자의 이런 면들이 한글을 어렵게 만든다.
한자으로 된 용어의 뜻풀이가 쉽지 않기 때문에 공과대의 경우 강의 중에 사용되는 전문용어는 그 편리성 때문에 거의 대부분 영어를 사용한다. 이렇게 영어로 그 단어의 의미를 처음 배우는 학생은 나중에 한자로 다시 배워야 하는 문제점을 발생시킨다.
어째든 전문용어가 더욱 쉽고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바뀌었으면 합니다. 특히 현재 사용하는 전문용어 중에는 일본에서 사용하던 용어를 무분별하게 받아들인 것도 문제이다.
예를 들자면, 반도체의 상태를 나타내는 축퇴(縮退, 현재 물리학 용어사전의 정식 용어임)라는 물리학 용어가 있는데 영어로는 degenerate이며, 이 영어의 본래 뜻은 '나쁘게 되다', 즉 '퇴보(退步)'를 의미한다. 이 용어는 반도체 또는 양자역학 분야에서는 굉장히 많이 사용되는 아주 중요한 전문용어이다.
저의 경우, 반도체 관련 강의를 들었을 때는 모두 degenerate라는 단어로 배웠다. (사실 학부 때는 이 단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당시에는 이해해야 할 용어들이 너무 많았다.)
하지만, 물리학과에서 양자역학 강의를 들을 때는 '축퇴'라는 새로운 용어를 다시 사용하였기 때문에 이 단어를 이해하는데 힘들었던 기억이 있다.
전문적으로, 'degenerate'의 영어의 뜻을 그대로 한문으로 옮긴 '축퇴'라는 용어는 아마 일본에서 사용된 것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 같다.
하지만 이 축퇴라는 용어는 현재 ‘하나의 에너지 준위(準位, level)에 대하여 두 개 이상의 상태가 존재하는 것’을 나타낸다. 이제 물리학의 일부에서는 '축퇴'를 ‘겹침’이라는 용어로 바꾸어 사용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사실 '나빠진다.'라는 의미의 '축퇴'보다 에너지 레벨이 겹친다는 '겹침'이란 용어가 더 정확한 표현일 뿐만 아니라 그 의미 전달 능력 또한 탁월하다. 또한 처음 영어로 표현한 degenerate라는 용어는 그 현상을 잘 이해하지 못해서 붙인 용어이다. 이것
이와 같이 그 의미를 바로 이해할 수 있도록 전문용어를 쉬운 단어로 바꾸려는 노력은 물리학에서 볼 수 있다. 이전에 사용된 ‘토크(torque)’라는 용어는 이제 ‘돌림힘’이란 용어를 바꾸어 사용하고 있다. 이 용어는 한번 듣고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으니 매우 잘 만든 용어이다.
이와 반대로 수학용어들은 대부분 한문을 사용하고 있어서 많은 어려움을 느끼며 수학을 깊이 공부할 수록 그 용어들을 더욱 한자에 의존하고 있다.
간단한 예로 중(?), 고등학교의 수학시간에 배우는 방정식(方程式)을 생각해보자. 이 방정식이란 ‘문자에 어떤 특정한 수를 대입할 때만 성립하는 등식(等式, equality)’를 가리키며, 영어로는 equation 이다. 이 equation이라는 용어를 보면 그 간결함과 그 뜻의 확실한 의미의 전달 능력으로 인해서 이 용어는 명쾌함을 준다.
등식: http://100.naver.com/100.nhn?docid=52175 방정식: http://100.naver.com/100.nhn?docid=71740
이와 관련하여, 어떤 현상들을 표현하는 단어(수식) 선택의 중요성은 라이프니츠(Gottfried Wilhelm von Leibniz, 1646~1716)가 말했던 것이 참으로 인상적이었고 그 글을 읽었을 때 좀 충격을 받았다.
라이프니츠: http://100.naver.com/100.nhn?docid=53709
라이프니츠는 과학 또는 수학에서 적절한 수식 표기법의 중요성을 강조하여서 ‘좋은 표기법은 자연의 본질을 정확하고 간절하게 보여줄 뿐만 아니라 사고의 수고도 극적으로 절감해준다.’라고 말했다. (1)
또한, 라플라스(Pierre Simon de Laplace, 1749~1827)는 ‘잘 고안된 표기법은 때로 풍부한 사고의 원천이 된다.’고 했고, 러셀(Bertrand Arthur William Russell, 18728~1970)도 ‘훌륭한 표기법은 죽은 문자가 아니라 살아있는 선생님을 대하는 듯한 미묘한 암시를 전해준다.’고 했다. (1)
라플라스: http://100.naver.com/100.nhn?docid=53977러셀: http://100.naver.com/100.nhn?docid=54441
좋은 표기법에 대한 대표적인 예는 라이프니츠와 뉴턴(Isaac Newton, 1642~1727)이 거의 동시에 만든 미분 표기법일 것이다. 현재 물리학의 일부 분야(고전물리학)를 빼고 모든 분야의 미분 표기법은 라이프니츠의 표기법을 사용하고 있다.
한때 영국에서는 뉴턴의 업적을 존중하여 수학에서도 뉴턴의 미분 표기법을 사용했다. 하지만, 이로 인해서 영국은 라이프니츠의 미분 표기법을 채택한 프랑스나 독일보다 수학 발전이 크게 뒤처지게 되었다. 이렇게 약 150년을 고집한 영국은 1817년 마침내 라이프니츠의 미분 표기법을 채택하게 되고, 그 후 영국은 미적분을 다루는 해석학 분야에서 다른 나라들을 따라잡게 되었다.(1)
참조: 라이프니츠의 미분 표기법은 일반적으로 dy/dt라고 표기하지만 뉴턴의 표기법은 운동 즉 시간에 따른 물체의 이동에만 관심이 있기 때문에 시간에 대한 미분만을 하도록 고안되었다. 그래서 dy/dt를 y'(y 위에 점의 숫자로 미분의 차수를 표기함.)로 표기한다. 하지만 라이프니츠의 표기법은 독립변수를 시간(t) 외에 공간이나 그 밖의 어떤 것에 대한 미분도 수행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진 더 훌륭한 미분 표기법이다.
이와 관련하여, 현재 사용하는 영어는 과거의 영어와 거의 변화가 없다.
1611년 완성된 영국의 흠정역(King James version) 성경은 지금 읽어도 몇 개의 단어를 제외하고 현재의 단어와 똑같아서 일반인도 쉽게 읽을 수 있다. 하지만 흠정역이 출판된 같은 시대인 광해군 3년(1611년)으로 시간을 거슬러 간다면, 한국어는 아마 다른 나라 말을 하고 있다고 느낄 정도일 것이다. (물론 광해군 때의 조선의 공식 언어는 한문이다.)
심지어 100년 전과 지금 사용하는 한글의 차이도 굉장히 심하여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을 수 없을 정도로 크게 변했고, 현재 한국어의 변화속도 또한 굉장히 빠르다. 현재의 한글은 그 정도로 과도기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영국도 한때는 주변국에 머물러 있어서 영국에서 당시로선 선진국인 프랑스어가 크게 유행을 했던 적도 있다. 그렇지만 그 후 영국 안에서 자국어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고 자국어를 효율적으로 개선하여 현재와 같은 세계어가 되었다.
영어와 같이 이해하기 쉬운 언어로 안정되기 위해서 일부 사람들은 한글 전용을 이야기 하지만 저의 생각과는 방향이 조금 다르다.
제가 생각하는 한글의 개선 방향은(제일 중요한 판단기준은)1. 단어가 이해하기 쉽고,2. 혼란을 일으키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그것이 한문 또는 한글인지는 부차적인 문제이다.
일단 한자와 우리말이 같이 경쟁하는 것은 우리말로 통일하려는 노력을 했으면 좋겠다. 예로 현재 한자와 한글이 서로 경쟁하는 '길'과 '로(路)'의 경우를 생각해보자. 즉, '세종로'보다 '세종길'로 하자는 것으로 지금은 이 단어가 좀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다. 또한 닭걀과 계란의 경우, '닭의 알'을 뜻하는 달걀이 우리말을 더 쉽게 할 수 있다. 즉, 이런 식으로 현재 같이 공존하는 같은 뜻의 많은 단어들이 쉽게 정리된다면 한글이 좀 더 쉬워질 것이다.
그렇다고 우리의 문화유산인 한자로 기록된 글들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서양의 고등교육에서도 현재 로마의 언어인 라틴어를 자국어와 분리하여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이와 같이 우리도 한자와 한글을 분리하여 용어들을 쉽게 이해하고 혼란이 생기지 않도록 만들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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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고중숙 교수님의 책인 '수학 바로보기'에서 옮겨왔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