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뭇잎처럼 우리는 많은 줄기를 가지고 있다0

03-10-20 웃음 512
어느 가을 날 공원에서
나는 매우 작고 아름다운 하트 모양의 나뭇잎에 대한 깊은 명상에 빠져 있었다.
거의 붉은 색의 그 나뭇잎은 가지에 겨우 매달려서 땅에 떨어지기 직전이었다.
나는 오랜 동안 그것을 바라보며 나뭇잎을 향해 많은 질문을 던졌다.
그리고 그 나뭇잎은 나무의 어머니였음을 알게 되었다.

보통 나무가 어머니이고 나뭇잎들이 아이들이라고 생각하지만,
그 나뭇잎을 관찰하면서 그것은 또다른 의미로 나무의 어머니임을 알 수 있었다.
뿌리에서 빨아들인 수액은 단지 물과 광물질뿐이어서 나무가 자라기에는 양분이 충분하지 못하다.
나무는 그 수액을 나뭇잎에게 공급하고, 나뭇잎은 태양에너지와 대기의 도움을 받아
영양이 부족한 그 수액을 합성 수액으로 변화시켜 나무에게 되돌려 보내 양분이 되게 한다.
그러므로 나뭇잎은 나무에게 또한 어머니이기도 한 것이다.
나뭇잎은 나무와 줄기로 연결되어 있으므로 그들 사이에 수액과 양분이 전달되는 과정을 이해하기 쉽다.

우리는 지금은 더 이상 어머니와 연결된 줄기가 없지만
우리가 어머니의 자궁 속에 있을 때 탯줄이라는 매우 긴 줄기를 가지고 있었다.
태아가 필요로 하는 산소와 영양분을 탯줄, 그 줄기를 통해 공급하였던 것이다.
그러다가 우리가 태어난 날 탯줄이 잘리면서 우리는 독립적이 됐다는 착각을 하게 된다.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 우리는 자라면서 꽤 오래 동안 어머니에게 의존하게 되고
또한 다른 많은 어머니를 갖게 된다. 지구는 우리의 어머니다.
우리는 어머니인 지구에 많은 줄기로 연결되어 있다.

구름도 우리와 연결된 줄기가 있다.
구름이 없다면 우리가 마실 물도 없을 것이다.
우리 몸의 70%는 물이므로 구름과 우리 사이는 줄기로 연결된 것이다.
강, 숲, 벌목꾼, 그리고 농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우주에 있는 모든것은 우리와 수많은 줄기로 연결되어 우리를 지탱해 주고 존재할 수 있도록 해 준다.
당신과 나 사이의 연결고리를 느끼고 있는가?
당신이 거기에 없으면 나도 여기에 없다.
아직 연결고리를 느끼지 못한다면 좀 더 주의 깊게 관찰해 보면 확실하게 알 수 있을 것이다.

가을이 되어 다른 나뭇잎들이 떨어지고 있으므로 두렵지 않느냐고 그 나뭇잎에게 물어봤다.

" 아니요, 봄과 여름 내내 난 충분히 살았어요.
나는 나무에게 양분을 공급하기 위해 열심히 일했고 지금 내 일부는 나무 안에 있어요.
나는 형태는 정해져 있지 않아요. 나는 나무 전체이기도 하지요.
내가 흙으로 돌아가면 나무의 양분이 되어 계속 잘 자라게 할 거예요.
그래서 난 전혀 두렵지 않아요. 내가 가지를 떠나 땅에 떨어지면서
'우리 곧 다시 만나요' 라고 말하며 나무에게 손 흔들어 인사할 거예요."

그 날 바람이 불었었고, 얼마 후
자신이 이미 나무 속에 존재함을 알고 있는 그 나뭇잎은
가지를 떠나 즐겁게 춤을 추면서 땅으로 떨어졌다. 나뭇잎은 매우 행복했다.
나는 많은 깨달음을 준 나뭇잎에게 머리 숙여 절했다.



틱낫한/ 이른 아침 나를 기억하라 中 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