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반짝이는 별을 보거든-10

03-10-15 지구인 975
임재현/은하가족 - http://column.daum.net/galaxyfamily

지난 89년 1월로 기억한다. 필자는 전생에 중노릇을 해서인지 금생에 와서도 절과 유독 인연이 깊었다. 해서 공부한다는 핑계로 절에 들어가서 공부도 열심히 했지만 그 못지 않게 잡기와 고담준론으로 날새우는 재미에도 흠뻑 빠져 있었다. 그 때 당시 필자와 절에 같이 있었던 사람들은 한 명을 제외하고는 전부 나이가 다섯 살 위인 형뻘들이었다. 전부 개성이 강한 사람들이어서 남자들이 모이면 뻔히 하는 얘기부터 해서 주역, 노자, 김용옥, 철학, 문학, 인생, 술 등을 논하면서 친목을 돈독히 하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이름을 고창률(고재률? 하여튼 꼭 한번 만나보고 싶은 형이다)이라고 기억하는 형이 최근에 나온 책 하나를 소개한다면서 위 칼럼 제목과 같은 그대 반짝이는 별을 보거든이라는 책에 대해 한바탕 설명을 해주는 것이었다. 아! 그 이야기를 듣고 얼마나 매혹되었는지 모른다. 그대 반짝이는 별을 보거든... 물론 도시화가 급속도로 진행된 최근에 와서는 두메산골 아니고서는 반짝이는 별을 보기 힘들게 되었지만 그대는 반짝이는 별을 보거든 무슨 생각을 하는가? 애인 생각? 돌아가신 엄마 생각? 저 별나라에 있을지도 모르는 외계인 생각?

이번 개벽지 10월호에 보니 자스트로우라는 천문학자가 한평생 별만 바라보고 살다가 왜 우주에는 저렇게 별이 많지 하는 의문을 가졌다는 내용의 사부님 인용문을 보고 갑자기 옛날 생각이 나서 한번 썰을 풀어보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우주에는 너무나 많은 별들이 있다. 생명체라고는 눈씻고 봐도 없는데 어찌하여 별들은 저리도 많을까? 우리 눈에 빛으로 보이는 것은 전부 항성이다. 그 항성 하나가 수개 내지는 수십개의 행성을 거느리고 있으니까 우주에는 1000억 곱하기 1000억 곱하기 10 정도의 행성이 있다고 보면 된다.

아찔할 정도의 수가 아닐 수 없다. 필자가 알기로 이런 큰 수를 헤아리는 숫자체계는 불교에 밖에는 없다. 억 조 경 해 자 양 구 간 정 재 극 항하사 아승기 나유타 불가사의 무량대수로 끝나는 이 마지막 수인 무량대수는 자그마치 십의 68승이나 된다. 이 중 항하사라는 숫자는 불경에도 자주 나오는데 항하 즉 갠지즈강의 모래알 숫자라는 뜻이다. 그리고 여기에는 없지만 미진수라는 수도 있다. 미진수는 삼천대천세계를 가루로 갈아서 나오는 숫자를 의미하니까 어떻게 보면 무량대수보다 더 큰 셈이다.

각설하고... 그렇다면 왜 이렇게 우주에는 별이 많아야 하나? 조디 포스터가 주연한 컨택트의 끝장면에 보면 꼬마가 애러웨이 박사에게 왜 우주에는 별이 그렇게 많죠라고 질문한다. 그러자 박사는 좋은 질문이다라고 하면서 우주는 인류만 살기에는 너무나 넓지 않느냐고 한다. 컨택트는 지금은 작고한 코스모스의 저자인 칼 세이건의 소설인 컨택트를 영화화한 것인데 칼은 책에 다음과 같이 자신의 견해를 피력했다.

이 넓은 우주에 우리만 산다는 것은 엄청난 공간의 낭비이다.

이 말은 서양인들의 근본적인 사유방식을 잘 나타내주고 있다. 결국 모든 걸 경제적인 가치로만 따지는 사고방식... 공간의 낭비가 워낙 크기 때문에 우리 외에도 다른 생명체가 산다고 하는 것은 질문에 대한 적절한 답은 될 수 없다. 다른 서양인들은 결국 신의 문제까지 들먹이게 되는데 이 또한 반은 맞지만 반은 틀렸다. 그렇다면 왜 우주에는 별이 이다지도 필요없을 정도로 많을까?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은 다음에 내려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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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적 한때는 밤마다 손전등을 켜고 저 까마득히 높은 곳에서 빛나고 있는 별을 비춰보곤 했었다. 학과 공부는 뒷전인 대신 백과사전에 나오는 별자리 이름은 다 외운 관계로 저 별은 뭐다 저 별은 뭐다 하면서 손전등을 비추면서 전등에서 나오는 불빛이 저 별에까지 닿기를 바랐다. 어두운 밤하늘을 배경으로 전등에서 쭉 뻗어올라가는 빛에 경이로움을 느끼기도 하면서. 그러나 나이가 먹고 갈수록 별구경하기가 힘들어지면서 손전등 비춰보는 놀이도 접어야만 했다. 그러면서 필자의 가슴에도 별이 하나씩 지워져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