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과 숙명에 대하여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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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09-25 바람 563

운명과 숙명에 대해서 좀 더 자세한 설명을 부탁합니다. 예를 들면, 기독교에서는 인간은 하나님의 영원한 피조물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피조물이 아무리 애를 써도 이미 정해진 운명이라면 자신의 운명을 피해 나갈 수는 없지 않나요? 그러기 때문에 자신을 초월한 초능력자를 믿고 그 힘을 얻어 천당에 가야 한다고 하거든요. 사실, 나약한 인간의 힘만으로 인간이 구원을 받을 수는 없다고 보이거든요


아! 그 유명한 토기장이의 비유를 말씀하시는군요. 토기장이가 흙을 빚어서 그릇을 만드는데, 감히 그릇이 토기장이에게 왜 나를 이렇게 만들었냐고 불평이나 불만을 표할 수 없는 것이며, 주어진 그릇의 역할을 묵묵히 하는 수밖에 없다는 성경의 말씀을 인용하고 계시군요. 2년 전쯤에 보라매공원에서 격암유록토론회를 한 적이 있는데, 그때에 모종단에서 나온 분이 그와 같은 말을 하더군요. "인간은 절대로 인간의 힘으로는 구원받을 수 없는 것이며, 창조주를 믿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입니다. 그 절대자라는 사람이 바로 김씨로 온 '군화엄마'라고 하던데, 통일교에서는 문선명씨라고 하며, 전도관에서는 박태선장로라고 하고, 영생교에서는 조희성씨라고 하더군요.
현무경이나 동학이 위대하다고 하는 것은 특정한 어느 한 사람을 절대자라고 하지 않고, 모든 사람을 가리켜 인내천(人乃天)이라고 했다는 사실입니다. 현무경에 자주 등장하는 시천주(侍天主)라는 표현도 인내천과 같은 의미를 나타내는 것인데, 누구든지 천주님을 모시기만 하면 하느님이 된다는 말입니다. 이것은 성경의 창세기에 '우리가 우리의 형상대로 사람을 만들자'고 한 내용과 완전히 일치하는 것입니다. 사람의 형상이 곧 하느님의 형상이라는 것이니, 이 말은 곧 사람이 하느님이라는 것입니다. 예수라는 인물은 바로 이와 같이 하느님의 형상으로 거듭난 상징적인 인물이기에 '하느님의 맏아들'이라고 했던 것입니다. 맏아들이라고 한 것은 다른 사람들도 하느님의 자녀가 될 수 있다는 암시를 하고 있지 않습니까?
'시천주조화정영세불망만사지(侍天主造化定永世不忘萬事知)'라는 동학과 현무경의 주문을 음미해 보세요. 누구든지 천주님을 모시고 조화를 하기만 하면 영세토록 만사를 알게 된다는 내용이 아닌가요? 그것은 곧, 인간 위에 인간 없고, 인간 밑에 인간 없다는 무등(無等)세계를 가리키는 것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박태선이니 조희성이니 하는 인간이 모든 인간 위에 메

시아로 군림하여 인간의 생사여탈을 좌우한다고 할 수 있나요? 이거야말로 인간의 신성과 위대성을 짓밟는 후안무치(厚顔無恥)라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기독교 성경에 나오는 토기장이의 비유에는 이런 말도 있습니다. "큰 집에는 금과 은의 그릇이 있을뿐 아니요, 나무와 질그릇도 있어 귀히 쓰는 것도 있고, 천히 쓰는 것도 있나니, 그러므로 누구든지 이런 것(죄악)에서 자기를 깨끗하게 하면 귀히 쓰는 그릇이 된다(디모데후서 2장 20, 21절)" - 이 구절을 보면 귀하게 되고, 천하게 되는 것은 자신이 하기에 달린 것이라고 했습니다. 무조건 덮어놓고 토기장이가 만든 대로 된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하기에 달렸다고 하였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합니다.
여기서 유의할 것은, 천주님이니 하느님이니 하는 개념에 대한 것입니다. 기독교인들이 인간을 하느님의 피조물이니, 종이니 하여 존엄한 인격을 비하시키는 가장 큰 원인은 하느님이란 존재를 마치, 하늘 어딘 가에서 인간을 초월하여 천지만물을 다스리는 초능력자 중의 초능력자로 여기고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것이 틀렸다는 말은 아닙니다. 다만, 그것은 하느님의 3격 중에서 인격이란 부분에 국한시킨 개념이라는 걸 지적하고 싶습니다.

출처: cafe.daum.net/unit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