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뎅가게 웃음 애인5

03-09-07 웃음 625
재래시장을 끼고 있던 지점에서 일 할 때였다.
주로 상인들의 내점이 많은 지점이었는데
혼자 가게를 운영하는 소규모 상가가 대부분인지라
은행에 무슨 일을 보러 오면 '빨리 해 주세요' 라는 주문은
짜장면에 따라 오는 단무지같이 꼭 붙어 다녔다.

그 때 지점거래 고객중에
아가방 이라는 아기옷집을 운영하던 순하게 생긴 주인 아주머니는
지점에 예치된 예금이 많아, 은행에 미치는 이익 기여도에 따라 차별 대우을 받을 수 있는 제도가 있었던터라
특별 대우를 받을 수 있었는데도 늘 차례차례 자신의 순서를 기다리고, 일처리를 좀 빨리 해주면
그건 너무 당연한 것인데도 오히려 미안할 정도로 고마워하곤 했다.
급한 일이 생겨 불입하던 적금을 중도에 해지라도 하게되면
자기돈 자기가 찾아가는데도 은행에 무슨 폐를 끼친 사람마냥 미안해하고....
그랬던 그 주인 아주머니, 무슨 일이 생겼는지
은행예금도 몽땅 다 찾아가고 회사를 다닌다던 남편과 함께 시장에서 오뎅 장사를 하고 있었다.

' 어머..가게는 어쩌구..오뎅가게를 하세요? 남편분은...."
' 예.. 남편회사가 부도가 나서....몇달 놀다가.... 남편이랑 같이 오뎅가게 해요.'
' 아, 녜... 그렇구나.... 오뎅 살 일 있으면 꼭 자기 집에 올께요.'
' 예, 언니 그러세요.'

그런데 난 그 집에 오뎅을 사러 갈 수가 없었다.
오뎅을 특별히 좋아하지도 않았지만 한번에 사는 것이라곤 겨우 천원어치나 이천원어치면 충분한데
무엇보다도 불편한건 언제나 너무 많은 오뎅을 주는 것이었다.

' 자기, 나 천원어치만 줘'
이렇게 말하면 봉지에 담아주는 양은 언제나 이.삼천원어치의 양이었다.
' 나 조금만 줘도 괜찮어, 식구도 없고 많이 먹지도 않는데..이렇게 많이 주면 남는게 뭐 있다고...
자기가 맨날 너무 많이 주니까 미안해서 정말 못 오겠어'
' 아이구..언니도 참, 그렇다고 우리집에 안오면 나 섭섭해요 정말..'

그런데 몇번을 가도 늘 너무 많이 주는게 부담스러워
아니 솔직한 느낌은 내가 가면 오히려 그 집에서 손해 일까봐 그 집에서 사고 싶지가 않았다.
그래서 천원어치 정도의 오뎅을 살 일이 있으면 그 집에서 뚝 떨어져 있는 다른 가게에서 사곤 했다.
그런데 며칠전엔 참 희안한 깨달음이 왔다.

'내가 그 여자의 기쁨을 저버렸구나...'

그 여자는 나보다 나이가 일곱,여덟살 정도 어렸고 생긴거는 정말 멍청할 정도로 순해보이는데
어찌나 정이 많은지 꼬마가 가게앞을 서성거리면 나무젓가락에 오뎅을 하나 꽂아 먹어라고 주고
사지도 않으면서 오뎅을 뒤적거리는 할머니를 보면
' 할머니 하나 드셔보세요' 라며 집어주곤 했다.
얼마나 환하게 웃는 얼굴인지....

나는 늘 그 여자의 집에 오뎅을 사러 갔지만 그 여자가 봉투에 담아준건
천원, 이천원어치의 오뎅이 아니라 '주고 싶은 정' 을 담아 준것이었다.

바보.... 나는 왜 여태 그걸 몰랐을까......이제야 알게 됐을까....
주면서 기뻐하는 그 마음을 알아채지 못했다니....

그 다음부턴 꼭 그 여자의 집에만 갔다.
그리고 나의 당부도 여전과는 바꼈다.
' 자기, 나 오뎅 천원어치만 줘. 조금만 줘도 되는거 알지?' 그리고 웃으며 덧붙인다. ' 많이 주고 싶으면 많이 줘도 돼 '
' 예, 언니 ' 이렇게 대답하며 봉지에 담아주는 오뎅은 언제나 내가 지불하는 가격 이상 이었지만
이제 나는 그 여자가 손해를 본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시장안에 있는 오뎅가게의 웃음 애인은
주면서 기뻐하는 여자였다.
나는 그 여자가 양껏 기뻐할 기회를 빼앗지 않은 사람,
기쁨을 선물할 기회를 부담없이 주는 그런 사람되었다.

그 가게앞을 지날 때 마다 생각한다.
나 어이 받기만 하리,,나도 당신처럼 기쁘게 나누리, 나누며 살리,
그래서 환한 웃음 얼굴에 가득담긴 당신처럼 늘 기쁨에 겨운 그런 사람으로 살리,,나도.....!!!!
'
  • 03-09-07 원정
    제가 상생의 세상을 꿈꾸면서 그려보았던 그림입니다.
    오뎅가게 아주머니는......
    수승한 지혜를 바탕으로 한 사상이나 철학의 나눔도 좋지만,
    오뎅가게 아주머니의 따뜻한 정........
    전 그 아주머니를 통하여 금강경의 응무소주 이생기심(應無所住 而生其心)을 느낌니다.
    그 정이 바로 제가 꿈꾸었던 상생의 세상입니다.
    그리고 그 것이 바로 가장 수승한 지혜요, 부처님(하나님)마음이지요.
    ## 응무소주 이생기심(應無所住 而生其心)'은 '머무르는 바 없이 마음을 내라'는 뜻으로, 집착하지 않는 마음으로 일을 처리하라는 의미--- 아주머니는 준다(보시한다)는 마음없이 서성거리는 꼬마나 할머니에게 오뎅을 보시한 것이지요
  • 03-09-07 웃음
    그렇지요 가장 수승한 지혜
    주되 준다함 없는..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 03-09-08 바람
    이 세상에는 부처님들이 너무도 많습니다. 그들의 사랑을 그냥 받으면 되는데, 우리는 우리들의 생각으로서 좀더 괜찮다고 하는 것을 선택하려하고는 하지요.
    그냥 주는 마음... 그냥 받는 마음... 이것이 '다'라는 생각이 드네요.
  • 03-09-08 모모
    참 이쁩니다. 오뎅가게 웃음애인이요....*^^*...
    오뎅,,,,,참 맛있는데.....ㅋㅋ
  • 03-09-08 샛별
    애인이라고해서 남자인줄 알았넹,,그래서 아니 이럴수가 웃음님이 그럴수가^^*
    역시 아니군,웬지 실망하는 눈치..^^*에구 또 나가야지 에구 다리야.
    암튼 시댁을 가기전에는 힘들다니깐,,와선 병나구..웃음님 이 좀만 일해도 병아는데
    고치는 약 없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