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초에 진공이 있었다. 맞아, 태초에 진공이 있었겠지. 그래서 어쩌라고?"
붓다께서는 시작과 끝을 논하는 것은 정견이 아니라, 사견이라고 하셨다. 이 세상의 모든 잘못된 종교와 사상들은 모두 시작과 끝을 논하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오직 불교만이 시작과 끝을 논하지 않는다. 붓다께서는 시작과 끝을 물으면 언제나 침묵하셨다. 그것은 시작과 끝을 상정하면, 시작과 끝을 따라다니는 有(존재, being)가 탄생한다. 붓다께서는 말씀하셨다. “有(존재, being)가 있으니까 生이 있다. 生이 있으니까 죽음이 있다.”
붓다께서는 탄생과 죽음에 대해 오히려 되물으셨다. “有(존재, being)가 대체 무엇이냐?” “죽음이 대체 무엇이냐?”라고 하시면서 첫 번째 화살을 피할 수 없지만, 두 번째 화살은 피할 수 있다고 말씀하셨다.
“태초에 진공이 있었다. 맞아, 태초에 진공이 있었겠지? 그래서 어쩌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