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상을 아는 것이 생각을 쉬는 것이다.
생각을 쉬는 것과 깊은 수면 상태는 흡사하다. 눈 뜨고, 어떤 과정을 거쳐 계합하여 깊은 수면 상태처럼 되는 것과 매일 깊은 수면에 빠져 드는 것이 질적으로 차이가 있는가? 깊은 수면 상태에서는 죽은 상태와 거의 흡사하다. 내가 사라진 상태다.
그런데 문제는 깨어나면 자신의 수준으로 다시 돌아온다는 것이다. 깨어나서 온통 명사로 이루어진 세상을 보는 것은 진정하게 생각을 쉬는 게 아니다. 실상을 제대로 아는 것이 생각을 쉬는 것이다. 그럼 실상을 제대로 아는 것의 유익은 무엇이냐? 속지 않는 것이다.
어두운 공간에서 물건을 찾기 힘들다. 아무리 손쉽게 찾으려 해도 마음만 간절한 뿐이다. 그때 불을 켜면 어려움 없이 바로 찾을 수 있다. 빛이 없을 때는 내가 있어도 아무 소용없다. 빛은 실상을 아는 것이다. 자신이 보는 만큼 알아채고, 자신이 아는 만큼 챙긴다. 그것은 딱 보는 만큼만 보는 것이며 그것은 딱 아는 만큼만 챙기는 것이다.
실상을 알면 나타나는 즉시, 보이는 즉시, 들리는 즉시 공으로 돌려 보낸다. 자아마저도. 그 자리에 머문다는 것을 꿈꾸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