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정님께 질문 있습니다.
삼라만상이 다 연결되어 있다고 느낀 순간 ‘연기’를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그 순간 나는 삼라만상의 일부가 되었습니다. 나라는 것이 독립되어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 증발해 버린 것이죠. 이전에는 삼라만상 따로 있고, 나 따로 있었는데 그 둘이 합체되어 한 몸이 되어 버린 것입니다.
(원정님의 에고나 생각이 자살해 버렸지만 여전히 깨달은 나가 있는 게 아닌 ‘삼라만상’과 나는 완벽히 하나 되는 체험이었죠.)
그런 깨달음이 희미해질 때도 많습니다. 왜냐하면 독립된 개체라는 습기가 워낙 강하기 때문입니다. 그럴 때는 그것의 착각을 걷어냅니다.
‘넌 독립체가 아니야, 착각하지 마’하면서 말입니다.
나라는 개체로 존재할 때와 더불어 한 몸인 상태에서의 생활에 변화가 있다면 ‘죽어도 같이 죽고, 살아도 같이 산다’는 든든함입니다. 그저 턱하니 믿고 맡기는 마음이지요.
내가 없으면 지도 없는데 어떻게든 동고동락하겠지 합니다.
‘연기’를 깨닫고 부터는 그렇게 외롭지가 않았습니다. 나혼자가 아닌데 외로울 이유가 없지요. 그리고 나를 찾아서 방황하지도 않습니다. 뛰어봤자 부처님 손바닥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나는 어떤 경우에도 삼라만상과 하나일 테니까요.
그런데 말입니다. 원정님의 글이나 말을 통해서 매번 느꼈던 것인데, 원정님께서는 원정님께서 말씀하시는 ‘이것’과 ‘원정님’이 각각입니까? 예를 들면 ‘이것’은 원정님의 깨달음내지는 그 자리이고, ‘원정님’은 그 자리에 들어맞는 그런 존재입니까?
어떤 깨달음(이것,그것,그자리,참나...:원정님에게 항상 드러나 있는 것)이 있고, 그것을 알고 있는 원정님이 따로 있습니까?
그것이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