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여행/2014년8월28일2

22-04-26 여원 36

2014년 8월 28일 ·

아침의 시_84

벽에 세워지고, 총살대는 발사 명령을 기다린다

그가 형 집행 유예를 받은 것은 그때였다

만일 그들이 도스토예프스키를 쏘았다면?

그 모든 작품들을 쓰기도 전에?

아마도 세상에

직접적인 문제가 되지는 않았으리라

그의 책을 읽어 본 적도 없고

결코 읽지 않을 사람들이

수십억 명이니까

그러나 청년인 나는 안다

나를 공장에서 벗어나게 하고

창녀들을 지나치게 하고

온 밤 내내 나를 들어올려

더 나은 장소에 내려놓은 것이

그였다는 것을

심지어 술집에서 다른

노숙자들과 술을 마시면서도

도스토예프스키에게

형 집행 유예 명령이 떨어졌다는 것이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그것은 나에게 내려진 형 집행 유예였으며

나로 하여금 똑바로 쳐다보게 해 주었다

내가 사는 세상의

부패한 얼굴들을

손가락으로 나를 가리키는 죽음을

- 찰스 부코스키 <도스토예프스키> (류시화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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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8월 28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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黎明의 눈동자 엔딩 장면, 하림(박상원)의 대사가 생각난다.

“그 해 겨울, 지리산 이름 모를 골짜기에

내가 사랑했던 여인과 내가 결코 미워할 수 없었던 친구를 묻었다.

그들은 가고 나는 남았다.

남은 자에겐 남겨진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것은 아마도 희망이라 이름 지을 수 있지 않을까.

희망을 포기하지 않은 사람만이

이 무정한 세상을 이겨 나갈 수 있으므로…”

- 黎明의 눈동자 1991-10-07~1992-01-16

방영

흐르는 시간 속에서 잊히지 않는 강렬한 대사. 왜 기억하는지 알지도 못한 채 힘겹고 눈물 날 때면 한 번씩 찾아와서 나를 숙연하게 하곤 했다.

“우리는 언제든 죽을 수 있었다. 추락과 침몰과 전쟁과 자연재해가 언제든 덮칠 수 있다. 우연에 가까운 행운으로 이 세계에 살아남아서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어떤 차이를 이 세상에 가져다주고 있고, 누군가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라는 말을 만나면서 뭔가 퍼뜩 깨어나는 것이 있다.

그렇구나. 아무렇지도 않게 내가 살아 숨 쉬는 것이 아니라 운 좋게 살아남은 것이로구나.

난 이제껏 죽을 때가 되지 않아 살아 있다고만 생각했다. 언제든 의지와 상관없이 죽을 수 있었는데 우연에 가까운 행운으로 살아남았다는 것을 몰랐다. 그냥 명이 다하지 않아 멀쩡하게 존재하는 줄 알았다.

이제부터 나는 아무렇지도 않게 살아있는 게 아니라 살아남은 자이다.

“남겨진 자에겐 남겨진 이유가 있을 것이다.”

  • 22-04-26 여원
    어제 이외수쌤이 돌아가셨다.
    물에 잉크를 풀어놓듯이 아픔이 진하게 배어왔다.
    그분이 내 인생에 얼마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는지 짐작조차 하기 힘들다.
    깊이 함께 했던 사람을 보내면서 나는 늘 그런 생각을 했다.
    내가 또 다른 그로 살아가리라고….
    이번에도 예외 없이 나는 또 다른 이외수로 살아남기로 하였다.
    그것이 이외수쌤에게 받은 은혜를 갚는 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다른 어느 누군가에게 이외수쌤같은 존재감을 줄 수 있기를 바랐다.
  • 22-04-27 원정
    가슴이 아프다.
    이외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