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8월 28일 ·
아침의 시_84
벽에 세워지고, 총살대는 발사 명령을 기다린다
그가 형 집행 유예를 받은 것은 그때였다
만일 그들이 도스토예프스키를 쏘았다면?
그 모든 작품들을 쓰기도 전에?
아마도 세상에
직접적인 문제가 되지는 않았으리라
그의 책을 읽어 본 적도 없고
결코 읽지 않을 사람들이
수십억 명이니까
그러나 청년인 나는 안다
나를 공장에서 벗어나게 하고
창녀들을 지나치게 하고
온 밤 내내 나를 들어올려
더 나은 장소에 내려놓은 것이
그였다는 것을
심지어 술집에서 다른
노숙자들과 술을 마시면서도
도스토예프스키에게
형 집행 유예 명령이 떨어졌다는 것이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그것은 나에게 내려진 형 집행 유예였으며
나로 하여금 똑바로 쳐다보게 해 주었다
내가 사는 세상의
부패한 얼굴들을
손가락으로 나를 가리키는 죽음을
- 찰스 부코스키 <도스토예프스키> (류시화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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黎明의 눈동자 엔딩 장면, 하림(박상원)의 대사가 생각난다.
“그 해 겨울, 지리산 이름 모를 골짜기에
내가 사랑했던 여인과 내가 결코 미워할 수 없었던 친구를 묻었다.
그들은 가고 나는 남았다.
남은 자에겐 남겨진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것은 아마도 희망이라 이름 지을 수 있지 않을까.
희망을 포기하지 않은 사람만이
이 무정한 세상을 이겨 나갈 수 있으므로…”
- 黎明의 눈동자 1991-10-07~1992-01-16
방영
흐르는 시간 속에서 잊히지 않는 강렬한 대사. 왜 기억하는지 알지도 못한 채 힘겹고 눈물 날 때면 한 번씩 찾아와서 나를 숙연하게 하곤 했다.
“우리는 언제든 죽을 수 있었다. 추락과 침몰과 전쟁과 자연재해가 언제든 덮칠 수 있다. 우연에 가까운 행운으로 이 세계에 살아남아서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어떤 차이를 이 세상에 가져다주고 있고, 누군가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라는 말을 만나면서 뭔가 퍼뜩 깨어나는 것이 있다.
그렇구나. 아무렇지도 않게 내가 살아 숨 쉬는 것이 아니라 운 좋게 살아남은 것이로구나.
난 이제껏 죽을 때가 되지 않아 살아 있다고만 생각했다. 언제든 의지와 상관없이 죽을 수 있었는데 우연에 가까운 행운으로 살아남았다는 것을 몰랐다. 그냥 명이 다하지 않아 멀쩡하게 존재하는 줄 알았다.
이제부터 나는 아무렇지도 않게 살아있는 게 아니라 살아남은 자이다.
“남겨진 자에겐 남겨진 이유가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