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무념과 일행삼매에 대하여10

22-04-25 여원 83

무상무념과 일행삼매에 대하여

 

가만히 앉아 마음을 일으키지 않아서 평온과 고요를 맛본 이들은 이것이 깨달음인 줄 안다. 하지만 무상무념에는 상도 있고 생각도 있다. 다만 상에 빠져들지 않는 것이고, 생각에 빠져들지 않는 것이다.

 

생각자체가 없는 것이 깨달음에 이르는 길이 아니다. ‘생각 자체가 없는 것이 깨달음에 이르는 길이다’라는 것에 빠지는 것을 무기병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일행삼매에 대해서 가만히 앉아 있어 마음을 일으키지 않는 것이라거나 그 평온한 맛을 보게 되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생각이 안 나는 것을 공이라고 여긴다면 이는 법상에 집착하는 것이다.

 

법상에 집착하여 인위적으로 생각과 상을 없애려고 하는 경향(무기병)에 빠지는 것을 가장 경계할 것으로 여겨왔다. 왜냐하면 그건 무정과 같아서 오히려 도를 아는 데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생각도 없고 상도 없는 게 아니고 다만 생각이나 상에 빠지지 않는 것이다. 즉 생각과 상이 없는 게 공이 아니라 빠지지 않는 게 공이다.

 

‘산처럼 살다가고, 물처럼 살다간다’는 말이 있다. 산과 물은 온갖 비바람을 겪는다. 하지만 다 흘러 보낸다. 그러면서 산은 묵묵하게 서서 쉴 뿐이고, 물은 유유히 흐르면서 쉴 뿐이다. 우리의 마음도 멈출 수가 없다. 인위적으로 오가는 것을 멈추게 하는 게 아니라 산과 물처럼 그저 오는 것을 막지 않고 가는 것을 잡지 않아 걸림이 없게 하는 것이다. 오는 것과 가는 것을 느끼지만 느낌에 끌려 다니지 않는 것이다. 마음을 비우는 것이 도통이 아니라 마음을 흐르게 하는 것이 도통이다. 도는 통해서 흐르는 것이 그의 속성인 까닭이다.

 

희로애락 분별을 하지 않고, 마음이 움직이지 않으면 공이 된다거나 대상에 대해 무정하거나 아무 생각 없이 멍하니 있는 것을 견성이라 여기는 것은 법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 것이다. 살아있는 사람의 마음을 멈추게 할 수 없는 것인데, 어찌 인위적으로 멈추거나 제거할 수 있겠는가! 다만 끌려가지 않고 흐르게 하며 통하게 하는 것이다.

  • 22-04-26 원정
    "다만 끌려가지 않고 흐르게 하며 통하게 하는 것이다."
    이런 것이 아니에요.
    흐르게 할 것도 없고 통하게 할 것도 없어요.
    저절로 흐르고 저절로 통하게 돼요.

    그 자리에 있으면 저절로 일행삼매가 되는거에요.
    처음에는 생각이 쉬어지고 그러다가 그 자리를 알게 되지만...
    일단 그 자리에 계합되게 되면 생각이 있든지 없든지 저절로 무념무상 일행삼매가 되는거에요.
    무념무상을 위해 할 것이 아무것도 없어요.
    걷거나 앉거나 눕거나 항상 저절로 일행삼매가 되는 거에요.
    심지어는 대화를 나누는 중에도 일행삼매가 되어요.
    제가 지금 이 글을 쓰는 동안에도 일행삼매가 되어요.

    물론 안정화 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 22-04-26 여원
    부처님께서는 이렇게 가르침을 펴셨죠.
    유에 집착한 이에게는 무를 말하고,
    무에 집착한 이에게는 유를 말하고,
    ………

    공자님께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성질이 급한 제자에게는 차분하게 하라.
    성질이 차분한 제자에게는 역동적으로 하라.
    ………
  • 22-04-26 원정
    거기는 유무가 없어요.
    저절로 돼요.
    부연 설명하면, 유무가 분별되면서도 분별하는 나가 없어요.

    습기를 제거하는데에는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 22-04-26 원정
    '이거'는 명명백백하게 체험되고 있는 것이에요.
    석가모니나 공자를 인용할 필요가 없어요.
    인용한다는 것은 모른다는 것이에요.
    체험되고 있는 것을 이야기할 때 그게 살아있는 이야기에요.
  • 22-04-27 hanaloum
    저는 내 생각을 알아차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여러곳을 찾아보니 이런 알아차림 이후에 자기 생각이 잠깐 끓어지기 (또는 단절되기) 시작하여 이런 생각이 없는 일종의 무의 상태가 조금씩 길어진다고 합니다. 저는 이런 생각의 단절 현상은 경험하지는 못했습니다.
  • 22-04-27 원정
    매우 좋아요.
    그러다 보면 생각을 보는 자(알아차리는 자)로 존재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 22-05-02 여원
    거기는 유무가 없어요.
    저절로 돼요.
    부연 설명하면, 유무가 분별되면서도 분별하는 나가 없어요.
    ……………………………………………
    진공묘유입니다.
    거기는 유도 있고
    거기는 무도 있습니다.
    유와 무가 구름이 지나가듯이 왔다가 지나가 버리면 부처상이 되는 것이고,
    ‘유가 있는 게 아니다’ 또는 ‘무가 있는 게 아니다’든지,
    ‘유무가 분별되면서도 분별하는 나가 없다’라고 사심을 내어버리면 중생상이 되는 것이죠.
  • 22-05-02 원정
    그렇게 말할 수도 있겠네요.

    여하튼 저로서는 그 자리를 체험하기 전까지는 수행(?)이 필요했고
    지금은 저절로 되는 면이 있습니다.

    그리고 갈 길이 남았습니다.
  • 22-05-03 hanaloum
    저는 명상이 많이 늘었네요..
    이전에도 길을 걷다가 명상을 한듯한데.. 요즘은 글을 쓰고, 책을 읽을 때도 현재 상태를 느낄 수가 있네요.
    제 마음을 더 잘 살피고 현재에 더 잘 머물러 있을 수 있습니다.
    저의 경우 이전에는 이런 명상 상태가 가끔씩 있었지만, 이것이 집중을 방해하는 것 같아서 그동안 이를 좀 회피한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ㅎ

    어째든 저에게 명상의 시작은 제가 우울증을 겪고 있을 때 제 마음 속에서 자꾸 나쁜 생각을 계속하는 현상, 저는 이를 증폭 현상이라고 함, 을 바라볼 때부터 시작된 것 같습니다. 명상은 고통의 마음을 보는 것으로 저의 고통을 바라보고, 이를 줄일 수 있는 능력이 이때부터 조금씩 생긴 것 같습니다...

    제가 우울증이 있을 때, 당시 제 생각은 이런 우울 상태가 매우 어색하고 불편한 상태로 마치 내가 아닌 상태로 매우 어색하고 불편하게 느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런 우울한 생각이 내가 아닌가라는 생각으로 이어져서인지, 어느 순간 우울한 생각을 하는 생각을 바라보았습니다. 이런 우울한 생각을 할 때마다 바로 인식하고 다른 생각을 하는 것으로 돌리는 것으로 저의 명상이 시작된 것 같습니다.

    일단 명상을 하면, 고통스러운 생각을 안하게 되므로 두려움 등이 사라지는 것 같습니다. 걱정도 거의 없고, 왜냐면 걱정하는 마음 상태를 바로 알고 더 건전한 생각을 하거나 아니면 들숨 날숨을 느끼듯이 현재로 바로 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전보다 평안한 상태가 되었지만 이것이 엔돌핀이 막 나오는 상태는 아니고 그냥 평안한 상태가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저는 신비론적으로 현상을 보려고 하지 않습니다. 예로 들면, 서양에서 동양을 신비롭게 본다는 것은 마치 안개낀 상태처럼 어떤 것의 일부는 보이고 일부는 보이지 않기 때문에 일부는 모르는 상태에 가지는 일종의 환상입니다. 즉 이 상태에서 신비적인 생각이 들어오면, 신밧드의 모험과 같은 상상의 세계로 갈 수 있습니다.
  • 22-05-03 원정
    생각(별, 달, 사물)을 바라보는 자리는 그 자리(또는 차원)입니다.
    바라보는 자로 존재하면 됩니다.
    그 자리는 분별 이전의 자리입니다.
    따라서 위치도 모양도 없고, 안밖도 없고, 시간도 없습니다.
    그러므로 엄밀히 말해서 자리라는 말도 틀린 말입니다.
    그 자리(또는 차원)에 머무르려고 노력하시면 안정화가 될 것입니다.
    나머지는 시간이 해결해 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