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의 결심2

22-04-18 여원 33

꽃의 결심

 

꽃은 피어도 죽고

피지 않아도 죽는다

어차피 죽을 것이면

죽을힘 다해

끝까지 피었다 죽으리

- 류시화

 

…………………………………

꽃이 피지 않았던 까닭

 

 

나에게 뿌리를 내리리라

꽃이 피기를 원한다면

 

뿌리 뽑혔을 때

어디에도 마음 줄 수 없어

헤매던 때는 죽을힘을

다할 수조차 없었어

 

좀처럼 피어나지

않는 나의 꽃은

나에게 뿌리를 내리지

않았기 때문이야

 

이제는

나에게 뿌리를

내리리라

안착하리라

꽃 피우리라

 

나를 소리치는

그곳을 찾아서

  • 22-04-18 원정
    꽃은 언제나 피어 있었지.
    그러나 많은 세월 나는 몰랐지.
  • 22-04-18 여원
    뿌리를 내렸던 사랑
    뿌리를 내렸던 믿음
    깊이 뿌리 내렸던 사람은 알지
    사랑을 보낼 때
    믿음이 사라질 때
    울 수도 없고
    웃을 수도 없어
    마냥 벌을 받는다는 사실을

    뿌리 뽑혀 보았던 사람은 알지
    한순간 앉을 수도
    서 있을 수도
    누울 수도
    잠잘 수도
    걸을 수도 없다는 사실을

    뿌리를 깊이 내릴수록
    정처 없이 헤매지
    혼자 어쩌지 못할 때는
    손을 내밀 수도 없지

    이제는 알지
    세상은 물이 아니라서
    부평초처럼 떠다닐 수는 없지
    다시는 뿌리 뽑히지 않을
    그곳은 근원의 땅
    그곳에서 뿌리를 펼치고
    잎을 내고 꽃을 피워야 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