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
만약 원한다면
야생화처럼 살라
단, 꽃을 피우라
꼭
다음 봄까지
살아남으라
- 류시화
………………………
휘몰아쳤어요,
거센 바람
휩쓸리기만 했어요,
바람 속으로
바람이 끝나는 지점에
늘 내팽겨져 있었죠
그래도
살아있었어요,
신기하게도
나를 돌아봤어요
그것도 잠시
바람은 수시로 나를
앗아갔어요
왜 그랬을까요
어느새
바람의 문신이 새겨있어요
바람은 이제 중심에서
나를 보고 눈뜨라고 해요
나는 눈을 뜨고
바람을 빠져 나왔어요
이제는 알아요
바람 속에 생겨난,
그 눈은
꽃이었어요
살아있어 꽃 피고
죽어도 살아
다음 봄을 기다리는
꽃으로 피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