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련후기
목련꽃 지는 모습 지전분하다고 말하지 말라
순백의 눈도 녹으면 질척거리는 것을
지는 모습까지 아름답기를 바라는가
그대를 향한 사랑의 끝이
피는 꽃처럼 아름답기를 바라는가
지는 동백처럼
일순간에 져버리는 순교를 바라는가
아무래도 그렇게는 돌아서지 못 하겠다
구름에 달처럼은 가지 말라 청춘이여
돌아보라 사람아
없었으면 더욱 좋았을 기억의 비늘들이
타다 남은 편지처럼 날린대서
미친 사랑의 증거가 저리 남았대서
두려운가
사랑했으므로
사랑해버렸으므로
그대를 향해 뿜었던 분수 같은 열정이
피딱지처럼 엉켜서
상처로 기억되는 그런 사랑일지라도
낫지 않고 싶어라
이대로 한 열흘만이라도 더 앓고 싶어라
시인/복효근
시집/마늘촛불
출판사/애지(2009)
봄이 오는가 싶었는데, 어제 길거리를 걷다보니 목련꽃이 떨어져 시인의 말처럼 질척거리고 있었다. 복효근의 <목련후기>를 떠올리며 시를 외웠다. 지는 목련꽃이여. 그렇게 가는가.
아직 나뭇가지에 남아 있는 목련꽃을 배경으로 셀카를 찍었다. 다행이다 싶었다. 잠시 멈추어 다가가지 않았다면 올봄의 목련꽃과의 만남은 스쳐지나가고 말았을 것이다. 이 동네 이사 오고 나서부터 거의 자전거를 타고 이동하다 보니 거리의 배경들은 속도와 함께 선으로 표시될 뿐 개별적인 모습으로 인식되지 못하였다.
요즘 내가 얻고자 하는 것에 대해 생각했다. 잡힐 듯 잡히지 않는 그것은 과연 나를 어떤 마음으로 바라보고 있을까 생각하며 피식 웃었다.
내가 얻고자 하였지만 나에게 오지 않았던 것들 그리고 완강히 거부해도 끝끝내 주어지고야 말았던 것들은 톱니바퀴처럼 맞물려있다. 어긋나 버렸던 것이 다행인 것이 있었고, 얻었으므로 애를 먹은 경우도 있다. 다 엮어져 돌아가는 듯하다.
이제껏 살아오면서 나는 부분으로 존재하여 전체에 도달했다. 경향성으로 보면 그렇다. 그런 식으로 전개되었는데, 어느 시점부터 전체적인 지도를 완성하고 나서 부분들을 찾아 구체화시켜가는 작업을 하게 되었다. 의도된 것은 아니었고 저절로 전환된 변화라고나 할까.
최근 난 상대적인 세계의 한 사건에서 전체적인 지도를 머릿속에 담고 부분을 찾아 끼워 맞추기를 하고 있다. 그 시도는 참으로 서툴기 그지없다. 그 부분들은 손아귀에 잡혔다가 빠져나가기를 반복할 뿐 오롯한 부분으로 전체 속으로 편입되기를 거부한다. 그렇지만 나는 해보고자 한다.
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관점 아니면 차원에서의 시도 속에 내가 있다.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다. 중요한 것은 군중 속에 있던 내가 무리 속에서 나와 군중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
부분을 찾아 전체를 완성해 보자. 그것으로 족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