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또 다시 북한발 미인계에 남조선의 수컷들이 넋을 빼앗기고 있다."

그렇다, 지금 나는 아주 도발적인 어휘를 구사하며 글을 쓰는 중이다.
지나친 감이 없지 않음을 인정하지만 역사정신에 입각한 현실감각을 한번 되찾아 보자고 다소 강수를 두어보는 것이다.

이 글을 보는 대다수의 네티즌들은 독재권력이 대중의 판단력을 무감각하게 만드는 유력한 수단이 문화라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이른 바, 3S 정책이다.
그 선두에 있는 것이 바로 SEX, 우리 식으로 미인계가 아니던가.
초한지에도 보면 진평(陳平)이 ‘야출동문(夜出東門) 여자이천인(女子二千人)’하여 유방을 위기에서 구하는 대목이 나오는데 예나 지금이나 앞으로나 영원히 미색을 대함에 있어서 인간수컷의 아밀라아제 유출은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북한은 작년 이 무렵에도 상기 전략을 구사하여 막대한 성과를 거둔 바 있다.
사실 나도 작년 이맘때 연일 신문지상을 장식하는 북녘 웅녀군들에게 같은 배달민족으로서의 프리미엄을 은근히 기대한 바 있음을 밝힌다.
그런데 북한은 이제 그들의 병기를 한층 엎그레이드하여 내놓았다.
좀 더 '어리고' 새로운 얼굴들로 말이다.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보면 참으로 일사불란한 절도를 보여주고 역설적으로 그것은 더욱 그들의 '순결한' 성적 매력을 부각시켜준다.
여성들의 소프라노톤으로 듣는 주체식 응원구호("사상.투지.속도")는 오히려 사랑스런 코러스처럼 들리는 것이다.
그들의 코디 또한 철저히 전략적이다.
화장을 거의 하지 않은 듯한 청순함은 도시화에 찌든 남조선 수컷들의 심금을 가공스럽게 파고든다.

헤일로(후광) 효과란 게 있다.
단편적인 이미지가 전체의 본질을 왜곡시킨다는 뜻이다.
항간에 자주 발생하는 권력사칭 사기사건들이 그것때문에 일어난다.

지금 이 순간도 북녘은 명백히 지구상 최악의 인권사각지대란 걸 잊지 말아야 한다.
독재자는 예외없이 예술을 정치적 선전도구로 악용한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일 터, 과연 그것이 아돌프 히틀러만의 일일 것인가.

여기서 붉은악마를 다시금 되새겨 보자.
그들(바로 우리였던)의 그 역동적이면서도, 열정적이면서도, 평화적이면서도, 그레이트풀(!)했던 모습들과 오늘의 북한미녀응원군들과의 결정적인 차이는 무엇인가.
한마디로 붉은악마는 철저하게 자생적이고 자발적이었다.
그랬기때문에 생면부지의 외국인들까지 서슴없이 붉은셔츠를 입게 만들었던 감동을 용출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점에서 북한미녀응원군은 철저하게 관상용이지 애초에 참여를 용납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작년 이맘때 붉은악마를 그토록 전제주의식 관점으로 바라봤던 일부 사람들은 북한미녀응원군들에 대해서는 어떤 소회를 가지고 있을지 궁금하다.

다시 말해서 극소수 계층, 게다가 엄밀히 선별된 용모로만 구성된 응원단은 더 이상 응원집단이 아니다.
그들은 프로파간다를 위한 정치적 꼭두각시일 뿐이다.

대충 글을 마치겠는데 서두에도 말했지만 상당히 강성으로 쓴 글이다.
우리가 처한 상황을 다각적으로 조망해보자는 취지에서 말이다.
북한 뿐만 아니라 그 어느 통치권도 대외적인 일을 추진함에 있어서 정치적 목적을 깔지 않은 경우란 있을 수가 없다.
여기서도 붉은악마는 독보적인 자긍심을 가질만 하다.

미녀응원군으로 북한이 얻고자 하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그저 눈요기 제공은 아니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