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8월 29일
지금 살아 있다는 것
그것은 생각을 전할 수 있다는 것
고사리 같은 손바닥의 온기를 지킨다는 것
통증을 느낀다는 것
누군가에게 필요한 사람이라는 것
상처받았어도 인간을 좋아한다는 것
누군가를 변함없이 마음에 간직한다는 것
영원이 아니라는 것
끝이 있다는 것
죽는다는 것
하지만 아침을 맞는다는 것
<삶을 향유할 수 있는 최고의 비결을 너희에게 알려주겠다.
"위험하게 살아라!"
하지만 갑자기 들이닥친 병마, 점차 심해지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
죽음에 대한 두려움에 맞서 싸우며 깨닫게 된 “삶의 의미”>
니체를 설명하던 말이 귓가를 맴돈다. 니체가 과연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느낄 수 없었고, 두려움을 넘어서 자유롭고자 하지 않았다면 “삶의 의미”를 깨달을 수 있었을까? 니체는 알았을 것이다. 그때 비로소.
그건 이런 것이다. 사막에서 길을 잃고 헤매다가 죽기 직전에서 물 한 모금을 마시고 생기를 되찾았을 때와 같은 거다. 극심한 갈증이 견딜 수 없는 고통에 죽어가게 할 때, 구원의 손길을 내민 것은 삶이었던 거다. 삶이 어찌할 수 없는 상황을 자유롭게 해 준 체험을 한 것이다.
우리가 뭔가를 절실히 알 수 있는 방법은 거의 유일하다. 경계선에 서 보는 것, 즉 아무렇지도 않던 순간들이 흔들려서 이제껏 누려왔던 평화를 누릴 수 없는 순간에 처하는 것이다.
위험한 순간에서만이 삶이 얼마나 자비롭고 자유로운 본성을 지녔는지를 보게 한다. 한 번 만이라도 절실하게 그 얼굴을 대면한 자는 결코 삶을 헛되다고 말할 수가 없다.
내 속에 무언가 잉태되고 있는 느낌을 아는 것
자유를 위한 그것은 기약할 수 없는 부자유를 볼모로 삼았다
유배된 세월에서 할 일은 그리움을 잃어버리는 않는 것
하늘을 훨훨 날기 위해 새는
날개가 돋아야 하고
먹이를 취하는 법을 배워야 하고
바람을 타는 날갯짓을 터득해야 하는 것
지금 살아 있다는 것은 때를 기다리는 것
아침이 되어야 해가 뜬다는 것을 아는 것
매일 아침 시인의 시를 읽는 것
시인이 던져주는 화두를 푸는 것
<당신의 삶은 아직 쓰고 있는 시다. 그 시의 의미는 '지금 살아 있다는 것'을 얼마나 강렬하게 느끼는가에 달려 있다. 당신에게 '살아 있다는 것'은 무엇인가? 당신이 내리는 '살아 있다는 것'의 정의로 한 편의 시를 써 봐도 좋을 것이다. ― 류시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