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심의 괴로움1

22-03-19 여원 21

나는 사랑하노라

몰락하는 자로서가 아니라면

달리 살 줄 모르는 사람들을.

- 니체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늘 몰락한 자들에게 매료되곤 했다. 생의 어느 고비에서 한 순간 모든 것을 잃어버리는 사람은 참혹하게 아름다웠다. 왜 그랬을까. 그들은 그저 모든 것을 다 잃어버리기만 한 것이 아니었다. 전부인 하나를 지키기 위해 그 하나를 제외한 전부를 포기한 것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텅 빈 채로 가득 차 있었고, 몰락 이후 그들의 표정은 숭고했다. 나를 뒤흔드는 작품들은 절정의 순간에 바로 그런 표정을 짓고 있었다. ...성공을 찬미하는 세계는 그들의 몰락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들 덕분에 세계는 잠시 혼란에 빠진 것이다.그들은 스스로 몰락하면서 이 세계의 완강한 일각을 더불어 침몰시킨다. 그 순간 우리의 생이 잠시 흔들리고 가치들의 좌표가 바뀐다. 그리고 질문하게 한다. 어떤 삶이 진실하고 올바르고 아름다운 삶인가.

신형철 평론집 <몰락의 에티카>서문 중에서

 

팽이는 돈다.

 

중심이 서 있기 위해

끊임없이 돈다.

도는 것을

멈추는 순간

넘어진다.

 

다시 일으켜

세우기 위해

쳐야한다.

스핀을 먹여야 한다.


돌려야만 일으켜

세워지는 역설

 

중심,

그 하나를 세우기 위해

바깥은 그렇게 돌아가고

몰락하고

해체된다

  • 22-03-22 원정
    돌려야만 일으켜 세워지는 역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