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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라기 교실
2
03-08-24
지구인
501
"지금부터 여러분을 쥐라기스쿨로 안내할 말콤 박사입니다."
마른 체구에 키가 훌쩍한 까만색 일색 옷차림의 사나이 등장.
관광객들은 창 너머 교실안을 들여다 보며 복도를 따라 걸어갔다.
"지금 저 교실안에서 한쪽 구석에 모여있는 아이들 보이십니까?"
말콤이 말했다.
"뭐하는 것처럼 보이죠?"
관광객들은 창문에 바짝 붙어 그 광경을 서로 보려고 애를 썼다.
"뭐, 별 거 아닌데요.. 지금 그냥 얘기중 아닙니까?"
그 중에 한명이 말하자 다른 이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여러분은.. 아.. 어쩌면 가장 보고 싶어했을 장면을 보고 계십니다. 바로 '따'의 한 유형을 보고 계십니다."
관광객들이 술렁거리며 다시금 그 장면에 집중했다.
"바로 이것이 '따'의 또 다른 심각성이죠. 당사자들외에 제삼자, 특히 나이든 학부모 세대에게는 포착이 잘 안된다는 거죠. 그 현장을 봐도 잘 인식을 못 합니다."
말콤의 말이 계속 이어졌다.
"저기 벽에 기대어 있는 두 아이 보이십니까? 그 아이들이 바로 '따'로 낙인찍힌 애들입니다. 지금 주위를 교묘하게 둘러싸고 있는 애들에게 폭력을 당하는 중입니다. 그런데 전혀 안 그런 것처럼 웃음짓고 있죠? 연기하고 있는 겁니다. 우리를 의식하고 있어요."
"아니 우리를 의식한다면 오히려 더 표시를 내야 되는 것 아닙니까? 자기들을 저 상황에서 구해 줄 수도 있는데요."
아까 그 관광객이었다.
말콤은 그를 잠시 보았다. 짙은 선글래스에 가려져 있어서 잘 보이진 않았지만 왠지 한심스럽다는 눈길이었다.
"저 애들이 가장 두려워 하는 게 뭔지 아십니까? 보복이죠. 저 애들의 생각은 잠시 고통을 참음으로써 당분간의 평안을 누리는 것이 더 낫다는 겁니다. 그런데 보복이란 건 아주 심각한 상황을 의미하죠. 그건 바로 끝장일 수도 있다는 거죠. 저 어린 가해자들은 언제든 끝장을 보는 걸 개의치 않는 애들입니다. 적어도 그럴 것 같다는 인식은 심어 준 겁니다."
관광객은 이해가 가는 듯 마는 듯 하는 표정을 지었다.
말콤은 잠시 그걸 보고는 이내 말을 이어 나갔다.
"저 교실안에 있는 아이들은 완벽한 정글의 법칙을 따릅니다. 가령 한 명의 '따'가 발생하는 과정은 수사기관 등에서 써 먹는 자백강요 기술의 원리와 아주 흡사합니다. 한 패의 용의자들을 따로 떼어 놓고 심문합니다. 그들에게 각자 특전을 제시하면서 자백을 요구합니다. 그런데 그 특전의 정원은 한 명뿐입니다. 누구라도 먼저 자백하는 한 명에게만 면죄의 특전을 준다는 거죠. 서로 격리된 상태에서의 용의자들은 결국 경쟁하듯이 털어 놓게 됩니다. 어차피 나 아니더라도 누군가 심약한, 혹은 이기적인 동료가 있을 거라는 생각에서죠. 또 한가지 예를 들면 어느 폐쇄적인 국가에서 주민들을 통제하던 방법입니다. 서로가 서로를 감시하고 고발하는 체제말이죠. 그 속에선 항상 집단의 적대적 시선을 끌만한 대상을 찾게 되어 있습니다. 그 대상을 통해 자신들의 충성심을 과시하려는 겁니다. 그 와중에 '책잡히면 죽음'이라는 법칙이 지배합니다. 저 교실안의 '얕보이면 죽음'과 일맥상통하죠?"
말콤은 잠시 말을 멈추었다.
교실안에 그 아이들은 이제 흩어져 있었다.
"상대방을 먼저 '따'로 만들어 버리는 것. 그것이 저 아이들의 생존원리입니다. 아프리카 물소들이 악어떼가 우글거리는 강을 건너면서 한마리의 희생물이 발생함으로써 다른 무리가 시간을 버는 것같은 정글의 법칙입니다."
관광객들은 숨을 죽이고 듣고 있었다.
"그럼 그 원인이 뭐겠습니까?"
말콤이 말을 던지고 관광객들을 둘러 보았다.
아무도 말이 없었다.
"그 원인은 아마 서로간의 단절입니다. 아까 그 용의자들이 서로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 내지는 유대관계하에 있었다면 끝까지 그들의 신의를 지켰을 겁니다. 누가 저 아이들을 동료가 아닌 생존경쟁자로, 인간이 아닌 야생동물로 만들었죠? 누가 이 교실들을 살벌한 정글로 만들었냐 말입니다!"
관광객들은 완전히 압도당했다.
"네~~!...지금까지 테마파크 쥐라기스쿨의 톱스타 말콤박사였습니다~~~!"
갑자기 스튜디오에 조명이 들어오며 장내멘트와 함께 요란한 음악이 흘러 나온다.
관광객들은 그제서야 정신을 차리고 웃기 시작한다.
그들은 지금 관광중일 뿐이라는 걸 깨닫는다.
이런 류의 스릴도 훌륭한 상품이 되느니 뭐니 하면서 출구로 몰려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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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08-24
원정
강자와 약자를 평가하는 기준도 여럿 있을 수 있지만,
흔히 말하는 의미로, 약육강식은 이 우주가 돌아가는 이치중의 하나 인 것 같습니다.
존재하는 것은 무엇인가 먹기 마련이니까요.
그리고 왕따를 놓거나 그에 동조하는 것 보다는 차라리 왕따를 당하는 것이 내게 더 유익할 수 있다는 이해가 오기 전에는 생존하기 위하여 계속하여 왕따를 놓거나 그에 동조를 하겠지요.
제가 어린 시절 학교를 다닐 때는 왕따를 놓거나 그러한 행위에 동조하지 않아도 잘만 생존할 수 있었는데.............
왕따를 당하는 사람도 다른 사람이 왕따를 놓으면 그들을 전부(세상을 전부) 왕따시킬 수 있는 정도의 마음의 여유가 있어야 그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왕따를 놓거나 그에 동조해야만 생존할 수 있다는 생각도 하나의 꿈이련만...........
03-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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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만연하는 왕따는, 실체가 없는 도플갱어같은 존재입니다.
내가 누군가를 왕따로 만들지 않으면, 내가 그 대상이 될수 있다는
막연한 불안심리....
도플갱어에겐, 실체와 관련된 또다른 도플갱어로 승부하는게 최고죠..
좀더 실체화된 강한 도플갱어로....
왕따는 제가 보기엔, 실체가 없는 도플갱어입니다.
사람들의 두려움이 만들어낸, 도플갱어.
전,
그걸, 예전에 제 눈으로, 머리로 확인했습니다.
사람들은,
왕따라고하는
두려움을 먹고사는 도플갱어를, 꽤나 즐기는 심리가 있는듯 합니다.
전,,,
그런 아이들이,,,,,,참으로 가엾습니다.
지구인님의 쥐라기 교실.......
너무 감명깊게 잘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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