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가 꿈에 본 해골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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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08-07 바람 592

장자가 꿈에 본 해골

장자가 먼 나라로 여행을 떠났습니다.
걸어서 산을 넘고 마을을 지나고 강을 건너고,
또다시 산길을 걸어갔답니다.
서쪽 하늘에는 붉은 노을이 아름답기만 하였습니다.
장자는 녹음이 우거진 숲속의 소나무 아래에서 땀을 식히며
오늘밤은 여기서 노숙을 하려고 자리를 마련하였습니다.
자리를 정리하면서 문득 풀숲에서 이름 모를 해골을 발견하였습니다.
장자는 가만히 바라보다 거기에 쭈그리고 앉아서 혼자 말을 하였습니다.
"그대는 어떻게 죽게 되었는가?"
"도적에게 쫓기다가 죽음을 당했는가?
아니면 무슨 억울한 누명을 쓰고 달아나다 굶어죽었는가?
사는 게 힘들어서 자살이라도 한 것인가?
춥고 배고픔 때문에 세상을 원망하며 죽기라도 한 것인가?
그것도 아니라면 그냥 죽을 때가 되어서 죽은 것인가?"

장자는 문득 말을 그치고는 한참을 침묵하다가
그 해골을 손에 들고 다시 일어나
자신이 소나무 아래 마련한 자리로 돌아와 그 해골을 옆에 두고는
총총하게 별이 빛나도록 긴 시간동안 눈을 감고 앉아있었습니다.

깊어 가는 여름밤이 그대로 한편의 시였습니다.
무한하고 광활하게 열린 공간이며
노래였습니다.
밤이 깊어갈수록 더욱더 깊이 자연이 되어 갔습니다.
바다의 파도처럼 넘치는 풀벌레 소리며
멀리서 들리는 물소리, 산짐승들, 새들의 소리가
그대로 평등하게 다함께 한 공간 안에 머물고 있었습니다.
모습들은 다를지라도 모두가 평등하고 동등하다는 느낌을 주는
거룩한 공간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모든 것을 평등하게 사랑하는 그 마음속에서는
더욱 큰 기쁨이 솟아올랐답니다.

장자는 그렇게 한참을 앉아있다 잠을 자려고 누웠습니다.
옆에 있는 해골에 머리를 던지듯이 떨어뜨리고 그대로 잠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꿈을 꾸었습니다.
꿈속에 그는 그 해골의 주인을 만났습니다.
그 해골의 주인이 장자에게 말을 했습니다.
"그대는 무척이나 말을 잘하는군요.
그대가 낮에 한 말들은 살아있는 사람들의 애환일 뿐,
죽음에 이르면 아무 상관이 없답니다.
죽음에 대해서 듣고 싶지 않나요?"

장자가 말했습니다.
"그래 어디 들어봅시다!"

해골의 주인이 미소지으면서 말했습니다.
"죽고 나면 더 이상 과거도 없고 미래도 없고
신분의 높고 낮음도 잊는 답니다.
귀하고 천하다는 생각도 없고
그저 별들과 하나가 되어 숨쉬고
꽃들과 하나되어 피어나고
새들과 하나되어 노래한답니다.
그러니 어찌 왕인들 부럽겠습니까?"

장자는 그 말을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하여 질문을 하였습니다.
"만약에 말입니다.
신이 당신에게 다시 생명을 불어 넣어준다면
옛날 사랑하던 애인이나 가족, 친구들에게로 돌아가서
다시 만나보고 싶지 않습니까?"

해골의 주인이 웃으면서 말했습니다.
"내 어찌 왕보다 귀한 것을 버리고
인간들의 눈물과 한숨, 고통의 진흙탕 속으로 다시 돌아가겠습니까?"


삶이 하나의 세계라면 죽음도 하나의 세계일 것입니다.
남녀가 서로 사랑하나 이별의 두려움이 결국 사랑을 스스로의 포로로 만드는 것처럼
죽음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오히러 삶을 살면서 삶에 속박당하고 맙니다.
사랑이든 삶이든 흐름을 부정하려고 하면 두려움의 속박을 면하지 못할 것입니다.

[스페이스 명상포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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