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바람이 그대를 깨우거든4

03-07-30 지구인 808
말해야 할 때 말하는 것은 정말 강한 사람이라면 해낼 수 있지만 침묵해야 할 때 침묵하는 것은 지극히 강한 사람이 아니면 해내지 못한다.

성인은 선입견을 가지고 보지 않기 때문에 보지 못하는 것이 없고, 선입견을 가지고 듣지 않기 때문에 듣지 못하는 것이 없다.

화려한 꽃은 향기가 적고 향기가 짙은 꽃은 빛깔이 화려하지 못하다. 그러므로 부귀한 용모를 자랑하는 사람에게는 맑은 향기가 저고, 그윽한 향기를 드높이는 사람에게는 쓸쓸한 기색이 역력하다. 군자는 차라리 백세를 두고 향기를 전할지언정 한때의 아름다움을 구하지 않는다.

어진 사람은 남을 꾸짖을 때 그 사람이 선을 행하는 길을 열어주지만, 어질지 못한 사람은 남을 꾸짖을 때 그 사람이 선을 행하는 길을 막아버린다.

간사한 사람의 가슴속에는 마름쇠가 한가마 들어있고 속된 사람의 가슴속에는 때가 한가마 들어있고
맑은 선비의 가슴속에는 얼음이 한가마 들어있고
강개한 선비의 가슴속에는 온통 가을빛의 눈물뿐이고
기이한 선비의 가슴속에는 심장과 폐가 삐쭉거려 대나무와 돌을 이루고 있는데
큰 사람의 가슴속만은 평탄해서 어떤 물건도 없다.

천하의 일가운데는 꼭 해야만 하는 것도 있고, 부득이한 것도 있고, 감히 하지 못하는 것도 있고, 할 수 있는데 하지 않는 것도 있고, 어찌할 수 없는 것도 있다. 그런데 보통 이하의 사람은 마음 속에 갈등이 없는 사람이 없어서 대개 그것들 사이에서 어찌해야 좋을지 갈피를 잡지 못한다. 또 조급한 사람은 급히 서두르다가 빗나가게 되고, 느긋한 사람은 더디 하다 때를 놓친다. 이는 모두 이치에 따라 형세를 살피고 마음을 편히 먹고 기운을 차분히 가라앉히지 못해서인데 끝내 실패하고는 길이 탄식할 따름이다.

임금은 간절하게 간하는 신하가 없는 것을 근심하지 말고 간절하게 간하는 말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을 근심해야 한다. 간하는 것은 말로써 하는 것이고 받아들이는 것은 행동으로써 하는 것이어서 행동으로 실천하기는 어렵고 말로 하기는 쉬운 법이다.

마음을 기르는 데에서 뉘우침이 하는 역할은 똥이 싹을 틔워주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똥은 썩어 거름이 됨으로써 좋은 곡식이 되도록 북돋워주고 뉘우침은 죄나 잘못으로 말미암아 덕성이 되도록 길러주는 것이므로 그 이치는 한가지이다.

덕이 적은데 총애를 받는 자는 비웃음을 당하고, 재능이 떨어지는데 높은 자리에 있는 자는 위태로우며, 큰 공로가 없는데도 녹봉을 많이 받는 자는 응징된다. 그러므로 사물은 보태는 것이 손해가 되는 경우도 있고 덜어내는 것이 보탬이 되는 경우도 있다.

나는 급하게 일을 처리하고는 생각하지 않은 것을 후회한다. 생각한 뒤에 일을 처리했다면 어찌 화가 따를 것인가. 나느 갑자기 말을 뱉어내고는 거듭 생각지 않은 것을 후회한다. 생각한 뒤에 뱉어냈다면 어찌 욕이 따를 것인가. 생각하되 경솔히 하지 말 것이니 경솔하게 생각하면 어긋남이 많다. 생각하되 너무 깊이 말 것이니 너무 깊이 생각하면 의심이 많다. 이것들을 헤아리고 절충하여 세 번 생각하는 것이 제일 좋다.

남이 나를 사람답다고 해도 기뻐할 것이 없으며 남이 나를 사람답지 않다고 해도 두려워할 것이 없다. 사람다운 사람은 나를 사람답다고 하고 사람답지 않은 사람은 나를 사람답지 않다고 하는 것이, 모든 사람이 나를 사람답다고 하는 것보다 좋다. 사람다운 사람이 나를 사람답지 않다고 하면 두려워할 일이며, 사람답지 않은 사람이 나를 사람답다고 하면 그 또한 두려워할 일이다. 제대로 기뻐하고 두려워하려면 나를 사람답다고 하거나 사람답지 않다고 하거나 하는 그 사람이 사람다운 사람인지 사람답지 않은 사람인지를 살필 일이다.

태어남은 죽음의 시작이고 번성함은 쇠퇴의 단서이다. 영화로움은 욕됨의 징조이며 얻음은 손실의 원인이다. 따라서 나면 반드시 죽음이, 성하면 반드시 쇠함이, 영화로운면 반드시 욕됨이, 얻으면 반드시 잃음이 있는 법이다.

천리마의 터럭 한 오라기가 흰 것만을 가지고 백마라고 미리 단정지어서는 안된다. 온몸에 있는 억천만개의 털 중에는 누런 것도 있고 검은 것도 있을지 어떻게 알겠는가. 이처럼 사람의 일면만을 보고 그 사람의 전부를 단정할 수는 없다.

군자는 일을 해내지 못한다고 그 사람을 모욕하지 않으며 무지하다고 해서 그 사람을 부끄럽게 만들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원망이 적다.

- 맑은 바람이 그대를 깨우거든 中
  • 03-07-30 웃음
    우와~~ 정말 좋은 말씀이네요.
    얼 차릴 수 있는 좋은 말씀 자주 올려 주세요
    근데 '맑은 바람이 그대를 깨우거든' 이 책 제목 이예요?
  • 03-07-30 바람
    대단히 좋은 말씀입니다. 저는 생각을 대단히 많이 하는 사람중의 하나입니다.
    저의 에너지는 생각하는데 거의 소모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러면 어느 한 때 딱 생각이 정지되면서, 무어라 말 할 수 없는 뭔가가 발생됩니다.

    그 이치를 궁구하여 보면, 저는 생각을 통하여 어떤 기를 응축시키는 것 같고, 그 기가 응축이 되어 어떤 때가 되면, 스스로 그것이 사라지면서, 어떤 빈공간이 나타남을 아는 것 같습니다.
  • 03-07-30 원정
    "성인은 선입견을 가지고 보지 않기 때문에 보지 못하는 것이 없고, 선입견을 가지고 듣지 않기 때문에 듣지 못하는 것이 없다. "
    전 이말이 참 좋습니다.
    아직도 그렇지만, 전 많은 세월동안 눈이 있어도 보지 못했고, 귀가 있어도 듣지를 못했습니다. 오로지 보고 싶은 것만, 듣고 싶은 것만 들었던 것입니다.



  • 03-08-02 샛별
    좋은 말씀입니다,,배움이란 내가 보고, 읽고 ,느껴서, 내것으로 만들때
    비로서 빛을 발하는것 같아요,배워서 삶으로 우러나지 않는다면
    그 배움이 나에게 무슨 유익이 있겠어요..
    실천하기 위한 배움이라면,,배움 또한 기쁘지 않을까,,합니다^^
  • 03-07-30 지구인 맑은 바람이 그대를 깨우거든4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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