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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기예찬/이종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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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07-28
원정
745
출처: 한겨레21
게재일자: 2001년11월06일 제383호
감기예찬
이종찬의 건강 바로읽기
감기에 걸리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감기는 우리를 매우 귀찮게 하고 번거롭게 한다. 자신이 마음대로 몸을 움직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스스로 몸과 마음이 일치하지 않는다. 바쁜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에게 감기는 그야말로 불청객이다.
콧물이나 재채기로 감기에 걸리기 쉬운 환절기가 되면, 아예 약국은 자칭 ‘감기 환자’들로 북적거린다. 광고에서 듣고 본 대로 자기가 약을 마음대로 처방하여 무슨무슨 약을 달라고 말한다. 어떤 사람은 당장에라도 나을 수 있도록 약을 ‘독하게’ 지어달라고 약사에게 청한다. 여기에서도 만족을 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동네 의원으로 곧장 달려가서 의사에게 한방에 감기가 물러갈 수 있도록 주사를 놓아달라고 떼를 쓴다. ‘빨리 빨리’ 낫지 않으면 의사나 약사를 탓한다. 이처럼 감기는 현대인들에게 마음과 몸의 ‘적’으로 이해되고 있는 것이다.
과연 감기는 ‘적’일까? 오히려 친구라고 생각하면 어떨까? 자주 오는 형편도 아니고 1년에 한번씩 찾아오는데, 어찌 며칠 만에 가라고 눈치를 줄 수 있는가. 애써 더 놀다가라고 나는 친구에게 오히려 졸라대는 편이다. 친구는 1년간 내 몸이 어떻게 변했는지가 궁금한지 온몸을 샅샅이 돌아다닌다. 그러니 친구 때문에 몸살이 날 정도이다. 하지만 친구는 다른 친구를 또 찾아 삼천리 방방곡곡 돌아다녀야 한다고 때가 되면 내 곁을 떠나간다. 섭섭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하지만 나는 친구 덕택에 지난 1년간 내 삶을 되돌아볼 수 있는 여유를 가지게 되어 오히려 마음이 가벼워진다. 하루하루의 삶에 허덕이다 1년이 어떻게 후딱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였는데, 오랜만에 넥타이와 허리띠를 풀어놓으니 마음이 이렇게 넉넉할 수 없다. 그러니 하루 종일 듣고 싶은 음악을 듣고, 읽고 싶은 시를 읽을 수 있다. 특히 온갖 종류의 차를 가까이 두고도 바쁜 생활로 마시지 못했는데, 이 기간에 다양한 차 향기에 빠져든다. 그러면 친구도 좋은지 나를 보채지 않는다. 이런 가운데 여러 가지 상념들이 맴돈다. 지난 한해 동안 마음속에 맺혔던 것들은 스스로 풀려버린다. 그리고 새로운 생각들이 떠오른다. 삶의 활력이 마음속 깊은 곳에서 샘솟는다. 친구가 떠날 때 즈음엔 환송회를 베풀어준다. 내년에 다시 보기를 기원하는 마음으로. 그래서 나는 11월이 기다려진다.
감기를 통해서 우리는 마음이 몸에 대한 자연치유력을 조절할 수 있는 지혜를 깨달아야 한다. 이것이 바로 감기가 우리에게 주는 삶의 슬기이다. 감기는 사람에게 없어서는 안 될, 삶의 필수적인 요소이다.
‘더 많은 약과 주사를 달라!’ 현대인들이 이런 맹신에 집착할수록 사람의 몸은 점점 망가지게 될 것이다. 몸은 스스로의 치유 능력을 갖고 있다. 자연치유력이 있다는 것이다. 몸이 자연치유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고 조정할 생각을 하기는커녕 약과 주사로 몸을 정복하려고 한다. 그렇게 되면 몸의 자연치유력은 떨어지게 된다. 약과 주사로 몸을 다스리는 사람은 몸의 진정한 주인(주체)이 될 수 없다.
아주대 의대 교수·의학사상 medphil@hanmail.net>medphi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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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충들을 보호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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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기예찬/이종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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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목차와 이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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