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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늪에 빠진 부시, 일본에 신경질1

03-09-01 원정 1,314
이라크 늪에 빠진 부시, 일본에 신경질
"도망가려 하지 말라"며 자위대 조기파병 압박
2003-09-01 오후 3:48:27



이라크 늪에 빠진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일본에게 원색적 표현을 써가면서까지 이라크 파병을 압박하는가 하면, 다국적 평화유지군 창설을 서두르는 등 늪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러나 이라크 유전 등 개발권만은 미국이 독식하려 해 국제사회의 냉소를 사고 있다.

이라크 복구에 내년에만 최소 3백억 달러 소요

영국의 BBC방송은 1일(현지시간) “부시 대통령은 자신이 속한 공화당으로부터 이라크 점령과 재건에 소요되는 비용이 얼마나 되는지 솔직하게 밝히라는 압력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는 지난주 이라크 군정을 이끌고 있는 폴 브레머 최고행정관이 이라크 원조에 내년에만 수백억 달러가 요구된다고 발언한 데 따른 것이다.

리처드 루거 상원의원은 이와 관련,“최소한 3백억 달러가 필요하다고 보지만 그 비용을 지불할 사람들이 미국인은 아니다”며 “석유판매분외 나머지 절반은 국제사회에 의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금도 매달 40억 달러의 미국민들의 세금이 이라크에서 사라지고 있는 상황에서 부시 행정부는 국제사회의 지원을 받지 않고서는 견딜 여력이 없다는 지적이다.

당연히 미국내 여론도 크게 악화돼 CBS 방송이 9백3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 조사 결과, 미군이 이라크를 통제하고 있다고 응답한 사람은 42%에 그쳤으며, 47%의 응답자는 그렇지 못하다고 응답했다. 또 이라크의 재건을 미국이 아닌 유엔이 주도해야 한다고 응답한 사람은 69%에 이르렀다.

이처럼 상황이 꼬여들어가자 부시정부가 최근 일본 등에 대해 이라크 파병과 비용 분담을 압박하고 나섰다.

미국, "일본 도망치지 말라" 압박

일본의 교도 통신은 지난달 30일 “부시 행정부는 ‘미군의 증파는 현단계에서 필요없다’(럼즈펠드 국방장관)는 입장이지만, 조건부로 유엔 주도의 다국적군을 받아들이는 타협안을 검토하기 시작했다”며, 우선적으로 당초 하반기에 파병하려다가 잇따른 테러발발로 파병시기를 내년으로 늦춘 일본을 압박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아미티지 국무부 부장관은 일본의 아리마 중동 특사를 만난 자리에서 “이라크 재건은 다과회에 참석하는 것이 아니다”면서 “일본정부는 이라크 재건 지원요청으로부터 도망치지 말라”고 원색적 표현까지 써가며 자위대의 연내 파병을 압박했다.

교도통신은 “일본의 대응은 미국을 중심으로 한 이라크 부흥에서의 제휴에 악영향을 줄 지 모른다”면서 “바그다드의 유엔 사무소 폭탄 테러 후, 일본 정부내에서는 자위대 파견에는 신중론이 대세지만, 아미티지 부장관의 발언에 따라 일본 정부는 현지 조사단 파견을 검토하는 등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교도통신은 “미국측 요구와 자위대원의 안전 확보와의 접점은 찾아내지 못했고, 파견의 목표도 서지 않았다”고 전했다.

미국의 압박은 오는 10월 예정된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의 방일때 클라이막스에 달할 것으로 일본언론들은 내다보고 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 “유엔이 이라크 재건 주도해야 다국적군 창설”

그렇다고 유엔 등 국제사회의 지원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당초 이라크 전을 반대했던 독일, 프랑스, 러시아 등 반전국가들과의 갈등이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최근 이탈리아를 방문 중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30일 러시아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승인을 전제조건으로 이라크에서 미군이 지휘권을 갖는 다국적군 창설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혀 주목된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이탈리아 사르데냐에서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와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우리는 (이라크에서) 미국의 지휘하에 다국적군을 갖는 것에 문제가 없다고 본다. 그러나 이는 유엔의 결의가 있어야만 한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어“그것도 유엔이 이라크의 재건이나 정치.경제적 조직에 있어 중대하고 진정한 역할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고, 이라크 사회의 민주화 과정과 권력기구의 창설을 이끌 때에만 가능하다"고 강조함으로써 유전개발 등 전후 복구사업에서 미국이 독점권을 배제할 때에만 협력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부시정부는 현재 14만명의 미군을 파병해 놓고도 연일 계속되는 반군의 테러로 사상자가 급증하면서 국내외적으로 심각한 고립위기를 맞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석유 패권'만은 놓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다보니 그 압박은 일본 등 미국의 이른바 '우방'에게로 집중되고 있다.

오는 10월 럼즈펠드 국방장관의 방한때 우리나라에게 이라크 추가파병 또는 주둔비 부담 압박이 오지 않을지, 예의주시할 일이다.

이승선/기자
  • 03-09-01 원정
    아프간도 위험하다
    탈레반 공격 본격화ㆍ빈 라덴 건재
    2003-09-01 오후 5:43:52



    이라크에서 치안부재ㆍ통제불능의 늪에 빠진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서도 수렁에 빠져들어가고 있다. 탈레반 세력이 활동을 강화함에 따라 아프간 곳곳에서 치열한 교전이 벌어지고 있으며 오사마 빈 라덴도 건재하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는 것이다. 점점 미국이 1980년대 소련처럼 ‘제2의 아프간’에 빠져들고 있는 양상이다.

    아프가니스탄 치열한 교전 지속. 지난 주에만 양측 합쳐 90여명 사망

    뉴욕타임스는 1일(현지시간) “파키스탄 등지에서 새로운 자원자들의 합류로 탈레반 세력이 자신들의 이전 활동무대인 아프가니스탄 남부와 동부에서 공격을 강화하고 있다”며 아프간 관료와 서구 외교관 및 포로들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실제로 지난 8월 중순 이래로 자불주(州)를 비롯한 아프간 남동부지역에서 치열한 교전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교전으로 지난 달 31일 미군 2명이 동부 파크티카주에서 사망한 것을 비롯, 지금까지 미군 35명이 사망했다고 미 국방부는 밝혔다.

    또한 아프간 관료에 따르면 지난 8월에도 카불 남부의 와닥주와 로가르주에서 교전이 벌어져 9명의 경찰관이 사망했다. 이처럼 아프간 정부와 미군에 협조하고 있는 아프간인들에 대한 공격이 계속돼 지금까지 2명의 경찰 간부와 2명의 친정부 학자 및 30명 이상의 경찰관들이 사망했다.

    한편 지난주에도 탈레반 세력 및 미군과 아프간 정부군 사이에 치열한 전투가 벌어져 양측 희생자가 90명에 이르렀다고 AP 통신 등이 30일(현지시간) 전했다.

    유엔은 이러한 결과에 대해 “남동부지역은 안전을 장담할 수 없는 지역으로 변했으며 재건움직임과 투자활동이 둔화돼 카불 정부 및 미군지지자들과 이 지역 인구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파슈툰족은 점차 소원해지고 있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탈레반 전술 변화 “미군뿐만 아니라 아프간 관료 등에도 공격, 심리전 사용하기도”

    탈레반들이 이렇게 공세적으로 나오면서 “탈레반 세력의 전술에도 변화가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서구 외교관들의 말에 따르면 탈레반의 공격대상은 이제 미군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아프간 정치인과 관료 및 구호활동단체직원들도 포함되고 있는데 유엔은 보고서를 통해 “구호활동단체직원들에 대한 공격은 매우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고 지적한 것이다.

    또 팻 도노후 연합군 사령관에 따르면 탈레반 세력은 지역에 따라 다른 전술전략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파크티카주 및 파크티아주 지역에서는 탈레반은 과감하게 미군세력과 직접 교전을 벌이지만 다른 지역에서는 미군차량에 대한 미사일 공격이나 폭탄공격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탈레반들은 이렇게 공세적인 전술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심리전도 사용하고 있다”고 서구 외교관들은 밝혔다. 탈레반세력 지도자인 물라 무하마드 오마르 명의의 오디오테잎이 지난 6월 이래 계속 뿌려지고 있는데 이 테잎은 “점령군과의 성전을 강화하기 위해서 10명의 지도위원회가 꾸려졌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리고 탈레반 세력은 “미군과 국제사회는 언젠가는 떠나갈 것이고 자신들이 다시 돌아올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아울러 탈레반 세력은 과거와는 달리 유화전술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전과는 달리 면도를 했거나 노래를 들으며 다니는 사람들에게 간단한 설교만 하고는 그냥 보냄으로써 “웃음과 친근함”으로 다가서고 있다고 비영리 단체인 아프가니스탄 NGO 단체의 닉 다우니 안보담당관이 밝혔다.

    이렇게 점차 탈레반의 전술이 다양해지면서 아프간에서 위험지역이 늘어남에 따라 남부 최대 도시인 칸다하르에서 활동하고 있는 구호단체들의 수가 50%까지 줄어들었으며 유엔의 활동지역도 점차 줄어들고 있다.

    이에 대해 미국은 12월에나 되어서야 1백20명 정도의 미군을 칸다하르에 새로 파견할 계획으로 있어 유엔 및 서구 외교관들은 앞으로 아프간에서의 치안에 상당히 불안해하고 있는 실정이다.

    “오사마 빈 라덴 건재, 제 2의 9.11 테러 위한 회의 개최”

    한편 “알카에다 지도자인 오사마 빈 라덴이 아프가니스탄 산악지대에서 대규모 테러 회의를 개최하는 등 건재를 과시하고 있다”고 뉴스위크 최신호(9월 8일호)가 보도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동안 미군의 집중적인 추적에도 불구하고 행적이 묘연했던 “빈 라덴은 아프간 쿠르나주 산악지대에서 세 아들과 함께 자유롭고 안전하게 머물러 있다”고 뉴스위크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이 빈 라덴이 주최한 테러 회의에는 알-카에단 행동조직 지도자들과 체첸, 우즈베키스탄 등지의 급진 이슬람 단체 지도자들이 모두 참석했는데 회의에서 빈 라덴은 “중대한 계획”을 추진 중에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탈레반 고위 소식통은 “빈라덴은 생물 무기 사용에 가장 큰 관심을 갖고 있다”면서 “그의 계획은 믿을 수 없을 정도”라고 밝혔다. 또 이 소식통에 따르면 “생물무기를 이용한 빈 라덴의 다른 공격계획은 9.11 테러를 기획했던 알-카에다의 핵심지도자인 할리드 샤이크 모하메드가 지난 3월 체포되는 바람에 연기된 것 뿐”이라고 전했다.

    빈 라덴은 또 이 회의에서 심복인 사이프 알-아딜을 알-카에다의 이라크 조직책으로 임명했으며 종교지도자 및 기업인 등에게 가능한 한 알-아딜을 도와줄 것을 요청하는 서한도 작성해 줬다고 뉴스위크는 보도했다.

    이라크만으로도 힘겨워하는 부시 정부에 아프간은 또 다른 시련으로 다가오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김한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