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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녀응원단' 제대로 보려면0

03-08-27 지구인 1,216
대구 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에 참석한 북한 미녀응원단 소식에 다시금 한반도가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신문과 방송이 앞다투어 전하는 북한 응원단의 모습에서 오랜만에 남북화해의 분위기가 느껴져 다행스럽다.

하지만, 한편으로 아쉽게 느끼는 것은 이들을 대하는 한국인들의 자세이다. 그 자세는 크게 두 가지다. 북에서 온 미녀응원단을 울고 웃으며 반기는 쪽과 인공기(人共旗)를 불태우며 불만을 표시하는 쪽이다. 그러나 북한 미녀응원단을 제대로 성찰하는 시선은 어디서고 찾아볼 수 없다.

북한이 미녀응원단을 조직해서 대거 남한으로 보내곤 하는 문화적 맥락은 무엇인지, 남북한의 큰 행사 때마다 북한측에서 습관처럼 이용하곤 하는 미인계 전략의 근저에는 북한사회의 어떤 사회 문화적 요인들이 작동되고 있는 것인지에 대한 고찰의 시선이 그것이다.

이런 고찰이 결여된 탓에 지난 부산 아시안게임 북한 여성응원단 참석 직후 모 결혼정보회사가 진행한 여론조사결과에서 남한인들의 북녀(北女) 선호도가 터무니없이 높게 나왔다고 한다.

그런데, 북녀 선호의 주요 근거의 하나가 북녀의 ‘성적 순결’이라는 점 앞에서 나는 더욱 아연할 수밖에 없었다. 북한이 정말로 성적 순결이 주요 문화코드로 작동하는 사회라면 ‘국가’가 여성을 집단적으로 관리하는 행위인 미녀응원단 조직과 같은 발상은 전혀 가능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갈수록 늘어가는 탈북자 행렬 속에 여성의 비중이 높다는 사실은 그들 속에 성적 해탈의식이 잠재해있기에 가능하다는 점을 우리(한국)는 또한 놓치고 있는 것이다.

(최진이·탈북여성·이화여대 여성학과 재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