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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핵실험> 북의 손익계산은1

06-10-09 원정 971

<北핵실험> 북의 손익계산은
 
[연합뉴스 2006-10-09 14:34] 
 

 

(서울=연합뉴스) 최선영 기자 = "북한은 부시 집권 기간 핵실험을 단행해 오랜 숙원인 핵보유국을 인정받으려고 한다."

일부에서는 북한이 한국과 미국, 중국 등 국제사회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핵실험을 전격 강행한 속내를 이같이 지적하고 있다.

국제사회의 반대와 경고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핵실험을 전격 단행한 데는 나름의 손익계산이 깔려있다.

무엇보다 북한은 국제사회가 인정을 하든 하지 않든 9일 핵실험을 통해 세계에 핵보유국임을 과시했다.

이로써 핵클럽의 일원으로 미국 등 핵보유국들과 '동등한 반열'에 오르려는 김정일 정권의 오랜 숙원은 성취된 셈이다.

국제사회가 인정하려고 하지는 않겠지만 핵실험이라는 핵무기 개발의 최종단계까지 마침으로써 북한은 스스로 만족감을 가지게 된 것이다.

북한은 부시 행정부와는 더 이상 협상이 불가능하고 얻을 것이 없다고 확신하면서 비로소 핵보유국으로 인정받으려는 오랜 숙원을 실현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선회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은 이미 2년 전 내부적으로 미국과 관계가 고착상태로 나갈 경우 이 기회를 숙원사업인 핵보유국으로 인정받는 역사적인 핵실험을 하겠다는 입장정리를 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클린턴 행정부 시절에는 핵을 빌미로 경제지원을 챙기려고 했고 일정부분 성과도 있었지만 부시 행정부에는 이것이 먹히지 않는다는 것을 확신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사실 작년 핵무기 보유를 전격 선언한 북한 외무성의 2.10성명 발표 이후 부시 행정부가 적극적으로 협상에 임하고 9.19공동성명까지 나오면서 북한은 핵실험의 기회를 잃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금융제재가 가해지는 등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조금도 변하지 않자 북한은 오히려 이를 핵보유국이 되기 위한 호재로 삼고 나름대로 명분을 마련했다.

심지어 북한 내부에서는 만약 미국이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 은행의 동결자금 해제 요구를 들어줬다면 핵실험 명분과 기회를 잃고 속앓이를 했을 것이라는 얘기도 전해진다.

이와 함께 북한이 핵실험과 관련해 나름대로 고려한 것은 미국의 군사적 공격과 중국관계로 관측된다.

부시 행정부는 이라크에 발목이 잡혀있고 이란 핵문제 등 여러 가지 국제문제로 북핵문제에 신경을 쓰지 못하는 상황이다.

더욱이 북한이 핵실험을 통해 핵보유국을 과시한 이상 함부로 북한에 대한 군사공격을 강행할 수 없을 것이라는 판단도 작용했을 수 있다.

중국도 비록 미사일 발사 등 유엔의 대북결의안에 전격 찬성하는 등 북한에 불리한 행보를 보이기는 했지만 중국의 한반도 최우선 정책은 김정일 체제의 안정에 있다는 것이 북한의 판단으로 보인다.

중국은 핵실험을 한 북한과 갈등을 빚고 양국관계에서 일부 문제가 생기기는 하겠지만 핵무기를 보유한 북한을 허용할지언정 김정일 체제의 붕괴만큼은 절대로 바라지 않는다는 것이 북한의 대중인식인 셈이다.

사실상 핵실험으로 가장 실이 큰 부분은 경제문제.

그러나 이미 북한은 정권 수립 이후 최악의 시련으로 일컫는 '고난의 행군' 때 수백만명의 아사자를 내면서도 체제를 지켜내며 내성을 키웠다.

또 중국을 비롯해 반미전선을 펼치고 있는 이란, 쿠바, 베네수엘라 등 비동맹국가와 경제협력.교류가 완전히 단절되지 않는 한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을 했을 것이다.

오히려 북한이 핵실험을 통해 핵보유국을 선언함으로써 주민들에게는 군사강국, 강성대국이라는 자부심을 더욱 높여줄 수 있고 경제난에 대해서도 미국의 탓으로 돌리면서 '허리띠를 졸라매고 자력갱생해 살아가자'고 독려하는데 더욱 유리하다고 인식했을 수 있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은 이번 핵실험으로 잃을 것이 없다는 판단을 하고 있을 것"이라며 "그러나 북한 지도부의 오판이 부른 이번 핵실험이 북한 주민들의 궁핍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chs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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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06-10-09 나나
    역사의 수레바퀴가 어떻게 흐를지 모르겠습니다.

    '자연은 평등하지 않다.'는 것은 우리가 경험을 통해서 잘 알고 있습니다.
    또한, 국제 질서도 전혀 평등하지 않지요. 그것은 단지 현실이지요. 현재의 핵협정이 핵보유국들에게만 유리한, 굉장히 모순적인 면이 있지만 이것은 현실이지요. 다른 것으로 설명이 안되는... 또한 이런 현실 속에서 질서(평화)가 유지되는 것도 현실입니다.
    북한이 핵보유국이 되는 것을 노린 것일까요?

    개인적으로 북한은 '명분'이 중시되는 사회인 것을 다시 느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