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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익는 가을 건강이 `넝쿨째`0

04-10-22 원정 1,637








비타민Aㆍ칼륨 등 풍부… 뇌졸중ㆍ시력감퇴에도 효과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늦가을, 이때쯤이면 수능을 앞두고 밤늦게까지 공부하는 수험생,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는 직장인, 한해 한해가 다른 부모님의 건강이 걱정된다. 온 가족의 건강을 생각한다면 잘익은 호박 한 덩이를 챙겨두자. 지금이 제철이라 값도 싸고 영양도 꽉 차 있다.

◆호박은 건강 지킴이=`호박은 달아서 많이 먹으면 당뇨병도 생길 수 있고 살도 찌지 않을까?` 그렇지 않다. 호박은 다른 채소류와 비슷한 정도의 당질을 갖고 있다. 권상희 서울대 식품영양학 박사는 "호박을 다른 채소에 비해서 당질이 많은 채소라고 얘기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사실 같은 양의 양배추보다는 조금 더 달고 양파보다는 덜 달다"며 "호박이 달아서 당뇨병 환자에게나 체중 조절에 좋지 않다는 선입견은 잘못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호박엔 애호박, 서양 호박, 단호박(=당호박, 밤호박), 늙은 호박 등 여러 가지가 있다. 영양소에서는 큰 차이가 없지만 단호박, 늙은 호박 같은 노란 호박은 섬유소, 비타민E, 베타-카로틴 등이 다른 종에 비해 많이 함유돼 있다.

호박은 고구마와 섬유소 양은 비슷하지만 당질 양은 5분의 1에 불과하다. 포만감도 오래 가고 혈당도 천천히 오르게 한다. 늙은 호박이나 단호박을 쪄서 먹으면 몸에 좋은 영양 간식이 된다. 소화 기능 향상, 변비 개선에 효과적인 것은 물론이다. 항산화 영양소로 잘 알려진 비타민E도 호박에 넉넉히 들어 있다. 한 번 먹으면(70g 기준) 하루 섭취 권장량의 15%를 채우는 셈이다.

한국인에게 부족하다고 알려진 비타민A도 호박에 많다. 비타민A는 심장병, 뇌졸중, 시력 감퇴, 암 예방, 노화방지 효과가 있는 등 여러 면에서 건강 영양소다. 폐 기능을 향상시킨다고도 알려져 있다.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라면 호박을 자주 먹을수록 좋은 이유다.

하지만 호박을 피해야 할 사람도 있다. 호박엔 포타슘(=칼륨)이 많이 함유돼 있다. 고혈압, 간질환으로 이뇨제를 처방받는 이들에겐 좋지 않다. 특히 중증 신장환자에게 부기를 없앤다며 호박즙을 권하는 것은 심작 박동을 느리게 하거나 멈추게 할 수 있는 매우 위험한 일인 만큼 금해야 한다.

◆영양 덩어리, 지금이 제일 싸요=호박은 지금이 딱 제철이다. 늙은 호박의 경우 봄에 8000?1만원하던 것이 지금은 5000원 정도면 살 수 있다. 농협 하나로유통에서 현재 가격은 애호박 2개 1350원, 단호박 1통(1㎏ 내외) 2800원, 늙은 호박 1통(7㎏ 내외) 5500원 정도에 살 수 있다.

싼값이라고 아무 것이나 고를 순 없다. 질 좋은 호박을 고르는 방법은 따로 있다. 늙은 호박의 경우 얼룩진 색깔 없이 표면이 진한 황갈색으로 덮여 있고 상처가 없는 것을 선택해야 한다. 상처가 있는 호박은 오래 저장할 수 없고 쉽게 썩는다. 표면에 하얀 분가루가 생긴 것이 맛있다는 점도 알아두자. 애호박은 너무 크지 않고 곧은 것이 좋다. 황록색으로 윤기가 돌고 꼭지가 마르지 않은 것이 신선한 호박이다. 단호박은 들어보았을 때 묵직한 느낌이 나면서 표면이 고르고 멍 없이 윤기 있는 것이 상품이다. 잘라진 호박을 살 땐 속이 진한 황색을 띠고 촉촉한 것을 고른다.

◆맛있게 먹는 법=입에 쓴 약이 몸에 좋다지만 입에 단 호박은 건강 요리 재료로 으뜸이다. 이탈리아 요리 전문가 나진숙 씨는 "제철 맞은 호박의 경우 일교차가 심한 환절기에 건강식으로 좋고, 시험을 앞두고 입맛을 잃은 수험생들에게도 추천해 줄 만한 보양음식"이라며 "맛있게 먹는 조리법도 다양하다"고 소개했다.

먼저 늙은 호박을 이용한 호박 수프가 있다. 수험생이 간식으로 먹기 좋다. 늙은 호박 반개, 닭 또는 야채 육수 500㎖, 생크림 300㎖, 우유 300㎖, 양파 4분의 1개를 준비한다. 호박의 껍질과 씨를 제거하고 올리브유에 볶는다. 어느 정도 익으면 양파와 육수를 넣고 걸쭉해질 때까지 끓이면 된다.

최근 영양 간식으로 인기 있는 단호박도 다양하게 조리해 먹을 수 있다. 단호박 그라탕이 그 가운데 하나. 단호박 반개를 먹기 적당한 크기로 잘라 볶는다. 우유 500㎖, 밀가루 20g, 버터 20g을 섞어 베사메소스를 만든다. 익힌 단호박에 베사메소스를 섞고 피자 치즈를 위에 얹어 마무리한다. 이것을 오븐에 넣어 다시 구우면 단호박 그라탕이 완성된다.

조현숙 기자(newear@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