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았다, 최고의 어머니 손맛”/김치 담그기 비법
원정
2004-12-05 08:55
1,753
[ 음식 상식 ]
“찾았다, 최고의 어머니 손맛”
◇종가집김치 주최 ‘명인’ 선발대회
“저희 시댁에서만 맛볼 수 있는 고추소박이. 소금물에 절인 고추에 소를 채워 소박이를 담그면 매콤한 맛과 시원하면서도 아삭한 맛을 느낄 수 있답니다.” “여름에 먹고 남은 게장 국물을 부어 만든 게국지는 제가 시집오면서 처음 먹어봤는데, 냄새는 이상하지만 지금은 저희 친정어머니까지 찾을 정도로 그 맛에 반했어요.”
각종 사연이 담긴 특색있는 김치들. 지난달 중순 강원도 횡성의 종가집 김치공장에서는 한바탕 김치경연이 벌어졌다. 종가집 김치가 젊은이들의 추천을 받아 마련한 ‘2004 최고의 어머니 손맛을 찾습니다’ 행사. 2,200여명의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올라온 14명의 어머니들이 매운 손맛 경연을 펼쳤다.
추천한 이들은 며느리와 딸이 반반 정도였다. 공장까지 가는 길의 관광버스에선 가족들이 마치 소풍 나온 기분으로 두런두런 얘기꽃을 피웠다. “할머니 김치 담그는 것 응원하러 왔다”는 어린 손자들부터 딸, 며느리, 이웃과 직장동료 등 후보 한명에 응원단 4~5명은 기본.
친정엄마의 배추김치를 추천한 허종선씨(서울 강동구·33)는 “결혼전에 태국에 10년 정도 있으면서 엄마가 담근 김치의 시원한 맛이 정말 그리웠다”고 말했다. 경기 수지 풍덕천동에서 온 강선자씨(42)는 “의령남씨 종가의 딸이었던 어머님이 만드시던 갈치김치를 내가 이어받았다. 엄마 김치가 제일 맛있다는 고3딸이 인터넷으로 신청했다. 무역일을 하는 바람에 외국 손님들이 집에 많이 오는데 나중에 우편으로 보내달라는 요청도 많이 받는다”고 말했다. 한가지 특이한 점은 자녀들은 한결같이 어머님의 비법을 전수받을 생각을 한 적이 없다는 것. “어머님 김치가 제일 맛있다”고 할 때 기뻐하는 모습을 보며 비법 전수는 다들 한참 뒤로 미뤘다고 했다.
예비명인들이 늙은 호박 한덩이에 유자차며 들깨, 부추, 북어포, 은행 등 각종 재료와 다대기, 자신만의 무기인 양념통 하나씩을 들고 실연실로 입장하자 경연 준비끝.
“독창성 35점, 재료와 시각적인 면의 조화 20점, 맛 20점, 상품화 가능성 25점 등 4종목입니다. 이제 한시간 동안 김치를 담그겠습니다. 시~작.”
채써는 소리, 절이고 긁고 써는 소리에 분주했던 손놀림이 어느새 잦아지는가 싶더니 역시 예비 명인들답게 일찌감치 김치담그기를 마치고 심사를 기다린다. 눈앞에는 배추김치에서 게국지, 들깨 동치미, 배시럽 멸장김치 등 보기만 해도 맛깔스러운 김치들이 펼쳐졌다. 김치가 익어가는 정도에 따라 3차례의 심사를 거쳐 선정된 최종 김치명인 5명의 김치는 종가집 김치 코너 매대에서 버무려 파는 실연상품으로 상품화된다.
〈횡성|송현숙기자 song@kyunghyang.com〉
◇김치명인 5명의 맛나게 담그는 비법
#양인자씨의 영양 백김치
①배추를 천일염으로 절인다. ②배추 속에 무, 배, 사과, 파를 따로 채썰어 넣는다. 늙은 호박을 삶아 으깨어 넣는다. 소금, 설탕을 적당히 섞어 배추 속 사이사이에 넣고 겉잎으로 감싼다. ③찹쌀로 풀을 쑤고 그 풀에 소금을 약간 섞은 후 국물을 만든다. ④김치 국물은 바지락을 삶아 소금을 조금 섞어 맛을 낸다. ⑤항아리에 각종 채소로 속을 가득 채운 배추를 차곡차곡 넣고 김치 국물과 함께 발효시킨 후 냉장고에 넣는다.
◇포인트:바지락으로 국물을 내 미음처럼 뽀얀 색깔이 노란 배추와 호박의 색깔과 곧잘 어울린다. 또 깊게 우러나온 맛 덕분에 김치가 아니라 시원한 찌개 한 그릇을 먹는 기분.
#마삼순씨의 ‘배추 통김치’
①속이 차고 싱싱한 배추를 선택해 사등분 내지 이등분하여 소금물에 절인 후 물기를 뺀다. ②무는 단단하고 매끄러운 것으로 다듬어 채썰어 놓고 갓, 파, 미나리도 적당한 크기로 썬다. ③생강, 마늘, 새우젓도 다져 놓으며 생굴과 생새우는 소금으로 씻어 물기를 뺀다. ④고춧가루는 따뜻한 물에 불려 새우젓국, 멸치젓국으로 버무린다. ⑤그 외는 일반 통배추김치와 동일함.
◇포인트:젓국을 적절히 배합해 만드는 깊은 맛.
#이종순씨의 ‘긁은 김치’
①무를 옆으로 뉘여 4분의 1정도 뚜껑처럼 잘라낸다. 4분의 3 되는 밑부분을 얇은 수저로 긁어 속을 파낸다. ②긁어낸 무를 고춧가루, 새우젓, 배, 사과, 마른명태, 설탕, 미나리, 갓, 소고기조림, 잣, 은행 등과 버무려 파낸 무 속에 채운다. 갖은 양념으로 장식하고 뚜껑으로 잘라둔 무를 덮은 뒤 면실로 묶는다. ③가자미액젓과 새우젓, 찹쌀죽을 쑤어 김치 양념장을 만든 뒤 너무 맵지 않게 배추김치를 담는다. 이 김치 사이사이 만들어둔 무를 넣어 익힌다.
◇포인트:나주 나씨 종가로, 대대로 내려오는 비법을 전수받은 것. 무의 시원한 맛과 배추김치가 어우러진 개운하고 달콤한 맛. 무의 속을 수저로 긁어 부드럽고 조금 덜 맵게 담기 때문에 매운 것을 싫어하고 이가 약한 노인들도 좋아한다.
#이영순씨의 ‘웰빙 배추김치’
①고춧가루와 찹쌀풀을 푼 물에 마른멸치, 마른새우, 다시마, 마른명태, 무, 양파를 넣고 센불에서 푹 끓인 뒤 건더기는 건져낸다. ②다시 물의 반은 찹쌀풀을 쑤고, 반은 약간 따뜻하게 식혀서 고춧가루를 넣고 불린 후 땅콩, 멸치젓, 생새우젓, 설탕 약간, 통깨, 참깨를 넣어 양념장을 버무린다. ③미나리, 청각, 굴, 잔파, 무, 갓을 적당한 크기로 썰어 찹쌀풀과 고춧가루 양념을 섞은 양념장 일부와 함께 버무려 김치 속을 만든다. ④간에 절인 배추를 양념으로 먼저 바른 후 김치 속을 넣고 마무리한다.
◇포인트:각종 건어물로 낸 다시의 개운한 맛.
#강선자씨의 ‘생갈치 김치’
①적당한 크기의 배추를 반으로 갈라 소금에 적당히 절인다. ②찹쌀풀을 쑤어서 삭힌 다음 고춧가루를 넣고 소금간을 해 두세시간 숙성시킨다. ③무를 채썰어 숙성시킨 고춧가루에 바로 넣고 일차로 버무린다. ④미나리, 갓, 고수, 쪽파, 대파, 배는 길쭉하게 썬다. 생갈치는 비늘을 벗겨 곱게 간다. 굴은 손질해 놓고 생강과 마늘 다진 것, 꿀을 준비하고 무 버무린 것에 재료를 넣어 배추 속을 만든다. ⑤배추 속을 채워넣는다. 배추김치를 담을 때 잘린 단면이 위로 가게 놓아 양념이 흐르지 않도록 한다. 배추 밑동을 넙적하게 썰어서 소금과 고춧가루에 살짝 버무려 배추 사이사이 한겹씩 깔 듯이 넣어주며 독에 담는다.
◇포인트:생갈치 비늘을 깨끗이 벗겨야 비린내가 나지 않는다. 젓갈 대신 갈치와 꿀을 넣은 달콤한 맛.
경향신문 [매거진X]
입력: 2004년 12월 02일 15:29:51 / 최종 편집: 2004년 12월 02일 16:0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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