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무자 가족이 추심업체에 써준 각서 무효"0

04-10-21 원정 1,223
"채무자 가족이 추심업체에 써준 각서 무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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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양영권기자] 채권 추심업체가 채무자 가족에게 채무 변제 각서를 쓰게 하는 등 변제 약정을 맺는 행위는 채권 추심 업무 범위를 벗어나는 것으로 위법하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채무자 본인뿐 아니라 가족에게까지 가혹한 책임을 물리는 신용정보업체들의 무분별한 채권추심행위에 경종을 울리는 판결로 평가된다.

서울고법 민사4부(재판장 박일환 부장판사)는 21일 A사가 김모씨(73.여)를 상대로 "아들의 채무를 대신 갚으라"며 낸 소송에서 원심대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A사가 채권추심을 의뢰한 B신용정보사의 직원이 김씨를 찾아가 ''아들이 A사에 진 채무를 대신 변제한다''는 내용의 서약서를 쓰게 한 점이 인정된다"며 "그러나 채권 추심업체는 변제 약정을 체결할 권한이 없으므로 서약서 자체가 무효"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법이 정한 추심 행위는 ''채권자의 위임을 받아 신용불량자에 대한 재산조사, 변제 촉구 또는 변제 수령''에 한한다"며 "이는 변호사 자격이 없는 신용정보업자에게 일반적인 법률행위를 대리할 권한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따라서 채권추심업체가 채권자를 대리해 채무를 면제하거나 대물 변제하는 행위, 채무자 이외의 사람과 변제 약정을 하는 행위는 일절 허용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A사는 2002년 김씨의 아들에게 1억7000만여원을 빌려줬으나 갚지 않자 지난해 3월 채권 추심을 B신용정보사에 의뢰했으며, 신용정보회사 직원은 김씨 아들의 소재를 파악하지 못하자 김씨가 혼자 사는 충남 공주시까지 내려가 김씨로부터 아들의 채무를 대신 변제하겠다는 서약서를 받아냈다.

이후 A사는 이를 바탕으로 김씨를 상대로 아들의 채무를 대신 갚으라며 소송을 냈다.

양영권기자 indepen@moneytoday.co.kr< 저작권자 ⓒ머니투데이(경제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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